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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러브레터 156] 아버지들의 지게자국
돈이 무서워서 목욕탕도 가지 않는 걸 거라고아무렇게나 함부로 비난했던 아버지등짝에 살이 시커멓게 죽은 지게자국을 본 건당신이 쓰러지고 난 뒤의 일이다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까지 실려온 뒤의 일이다그렇게 밀어드리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차마자식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등해 지면 달 지고, 달 지면 해를 지고 걸어온 길 끝적막하디적막한 등짝에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는 지게자국아버지는 병원 욕실에 업혀 들어와서야 비로소자식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신 것이었다
-손택수의 시 <아버지의 등을 밀며> 중에서
어릴 적부터 시인의 아버지는 한 번도 아들을 데리고목욕탕에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목욕탕에서 다정스레 함께 등을 밀어주는 부자들을 볼 때마다 부러움과 원망이 교차했겠지요. 돈을 아끼려고 목욕탕도 안 가는 가난한 아버지라고, 속으로 비난하며 입도 삐죽거렸겠지요.
그런데 아버지의 말년,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아버지를 병원 욕실에서 씻겨드리다가 등짝에 낙인처럼 찍힌 지게자국을 보게 되었던 겁니다. 자신 말고 남에게는 끝까지 숨기고 싶었던, 도저히 지워지지 않는, 마치 누군가 후려친 채찍자국 같은 그 지게자국. 시인의 아버지는 지게뿐만 아니라 가난과 고통의 지게자국을 평생 등에 지고 사셨던 거지요.
지게자국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땅의 아버지들에게는 등이나 어깨나 목덜미에 분명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상처가 있습니다. 그 아버지들의 상처를 생각하는 겨울이 되기를 바랍니다.
돈이 무서워서 목욕탕도 가지 않는 걸 거라고아무렇게나 함부로 비난했던 아버지등짝에 살이 시커멓게 죽은 지게자국을 본 건당신이 쓰러지고 난 뒤의 일이다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까지 실려온 뒤의 일이다그렇게 밀어드리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차마자식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등해 지면 달 지고, 달 지면 해를 지고 걸어온 길 끝적막하디적막한 등짝에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는 지게자국아버지는 병원 욕실에 업혀 들어와서야 비로소자식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신 것이었다
-손택수의 시 <아버지의 등을 밀며> 중에서
어릴 적부터 시인의 아버지는 한 번도 아들을 데리고목욕탕에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목욕탕에서 다정스레 함께 등을 밀어주는 부자들을 볼 때마다 부러움과 원망이 교차했겠지요. 돈을 아끼려고 목욕탕도 안 가는 가난한 아버지라고, 속으로 비난하며 입도 삐죽거렸겠지요.
그런데 아버지의 말년,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아버지를 병원 욕실에서 씻겨드리다가 등짝에 낙인처럼 찍힌 지게자국을 보게 되었던 겁니다. 자신 말고 남에게는 끝까지 숨기고 싶었던, 도저히 지워지지 않는, 마치 누군가 후려친 채찍자국 같은 그 지게자국. 시인의 아버지는 지게뿐만 아니라 가난과 고통의 지게자국을 평생 등에 지고 사셨던 거지요.
지게자국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땅의 아버지들에게는 등이나 어깨나 목덜미에 분명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상처가 있습니다. 그 아버지들의 상처를 생각하는 겨울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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