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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편지] 적응의 종교와 저항의 종교

김진홍............... 조회 수 1647 추천 수 0 2006.07.05 17: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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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편지] 적응의 종교와 저항의 종교 ①

신학자 오토 피퍼(Otto Piper)가 모든 종교를 두 가지 범주로 구분하였다. ‘적응의 종교’와 ‘저항의 종교’이다. ‘적응의 종교’는 인간의 삶의 조건들과 처지들은 본질적으로 변할 수 없는 것으로, 운명으로 받아들여 그에 적응하는 특징을 지닌다. 그 종교를 따르는 신도들에게 자기 자신의 운명과 사회의 상태를 변혁시키거나 개선하려는 시도보다 적응하는 법을 가르친다.

그러나 ‘저항의 종교’는 개인이나 공동체의 삶의 조건들을 운명으로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변혁시키거나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그 종교를 따르는 신도들에게 변화에의 희망과 용기를 심어 준다.

피퍼는 ‘저항의 종교’에 속하는 대표적인 종교로 기독교와 공산주의를 들었다. 공산주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여서 종교는 아니지만 그 이데올로기를 따르는 자들에게 절대적인 신앙을 요구하는 체계이기에 종교의 범주로 넣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저항의 종교에 포함시킨 것이다.

기독교와 공산주의는 몇가지 점에서 닮은 점이 있다.
첫째로 가난한 자들에게 대한 관심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둘째는 인간사회의 바람직스럽지 못한 현실을 개혁할 수 있다고 믿는 점에서 닮았다.
셋째는 둘이 다 종말론에 대한 교리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넷째는 둘이 다 인간은 소외된 상태에 있기에 인간회복에 도전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그러나 기독교와 공산주의 간에는 이런 닮은 점보다 닮지 않은 점이 더 많다.

적응의 종교와 저항의 종교 ②
  
중동이나 동남아시아의 이슬람 국가들을 다녀 본 분들은 듣고 또 듣는 말이 있었을 것이다. ‘인살라’란 말이다. 이 말은 그곳 사람들이 어떤 일을 당하든지 ‘인살라’란 말로 스스로 위로 받고 그냥 받아들일 때 쓰는 말이다. 말하자면 무슨 일이든지 알라 신의 뜻으로 이루어진 일이기에 그 일에 대하여 시비곡절을 따지거나 저항하려 들거나 억울해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라는 뜻으로 쓰여지는 말이다. 신학자 오토 피퍼가 언급한 적응의 종교의 대표적인 경우이다.

인도의 힌두교 신도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지금도 인도에는 굶주림으로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나라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나라에서는 굶주림으로 죽어 가는 사람의 경우에도 그 얼굴은 이외로 밝은 얼굴인 경우가 있다. 그들의 종교 탓이다. 힌두교에서는 윤회사상을 신봉하기에 굶주림으로 죽는 경우도 지금의 자기 탓이 아니라 전생에 몹쓸 짓을 하였기에 그 인과응보로 그렇게 죽게 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지금 누구를 원망하려 들거나 그 처지를 벗어나려들 것이 아니라 착한 마음으로 살면 지금은 비록 굶주림으로 죽게 되지만 후생에는 부잣집에 태어나 편안하게 살 수 있게 된다는 마음을 품고 죽게 된다. 그런 희망을 품고 죽으니 죽는것이 그렇게 비참하거나 억울하지 않게 느껴진다. 적응의 종교 탓이다.

이런 신앙이 널리 펴지게 되면 개인은 물론이려니와 그 개인이 속한 사회도 국가도 침체되고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이슬람이나 힌두교에 그런 성격이 강하고 불교도 그런 성향이 다분히 포함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종교들에 비하여 기독교는 철저한 저항의 종교 내지 혁명정신을 강조하는 종교이다.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 자체가 그런 가치관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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