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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편지] 루마니아 혁명 이야기

김진홍............... 조회 수 2464 추천 수 0 2006.07.05 17: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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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편지]루마니아 혁명 이야기  

루마니아 차우세스쿠(Nicolae Ceausescu 1918∼1989) 공산 정권은 북한의 김일성 정권에 버금가는 독재정권이었다. 실제로 차우세스쿠와 김일성은 둘이 다 살아 있었을 때에는 형님 동생 하는 사이로 지내곤 하였다. 독재하는 수법을 서로가 배우며 일인 지배의 살벌한 지배 체제를 구축한 그들이었다. 그런데 차우세스쿠 정권은 1989년 12월 17일에 갑자기 허물어졌다. 마냥 순종하기만 하던 인민들이 혁명을 일으킨 것이다.

이글은 루마니아 혁명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말해주는 이야기이다. 북한에서도 이런 날이 오게 되기를 기대하며 이 글을 쓴다.

루마니아를 가로 질러 흐르는 베가 강이 있다. 베가 강 옆에 티미소아라(Timisoara)란 도시가 있다. 티미소아라 시(市) 한가운데에 긴 광장이 있다. 그 광장 가까이에 볼품사나운 한 건물이 있는데 그 건물 1층의 반은 안경점이고 반은 한 개혁교회가 차지하고 있다. 그 교회 벽에 4개 국어로 다음 같이 쓴 팻말이 붙어 있다.
  “바로 이곳에서 한 독재자를 쓰러뜨린 위대한 혁명이 시작되었다”
지금 이곳은 루마니아 혁명의 성지가 되어 있다. 1989년 12월 17일에 일어났던 혁명이다.  백년 이백년이고 계속되어 질 것만 같았던 차우세스쿠 독재정권이 어이없이 허물어진 민중혁명이 일어나게 된 시발점이 바로 이곳이었다.

1940년 7월 소련이 루마니아를 침공하였을 당시에 루마니아에는 불과 750명의 공산당원들이 있을 따름이었다. 이들이 소련군의 지원을 받으며 루마니아를 공산 국가로 만들어 가게 하는 데에 수백만의 국민들을 학살하며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 차우세스쿠였다. 그는 제화공(製靴工) 출신으로 공산당 당원이 되어 2차 대전 중 대부분을 교도소에서 보낸 인물이었다. 그의 탁월한 추진력이 인정을 받아 그가 공산당청년연맹의 총비서로 임명 받게 되면서 루마니아의 비극은 시작 되었다.

루마니아 혁명 이야기 ②
  
루마니아의 공포정치는 차우세스쿠(Nicolae Ceausescu 1918∼1989)와 같은 젊은 공산주의 신봉자들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소련 점령군의 지원을 받은 루마니아 공산당은  마치 바퀴벌레처럼 하루가 다르게 숫자가 늘어났다. 그들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반대 세력을 제거하여 나갔다. 불과 수년 안에 수백만의 학생, 성직자, 농부, 전문가들이 투옥 되고 그들 중 다수가 감옥에서 죽음을 맞았다.

당내 서열이 꾸준히 상승하던 차우세스쿠는 1970년 초에 마침내 루마니아 대통령이 되어 당과 군을 장악하였다. 그러나 차우세스쿠의 통치가 이어지면서 유럽에서도 땅이 비옥하기로 이름난 루마니아에서 백성들이 굶주림으로 시달리게 되었다. 국민들이 톱밥이 섞인 빵을 배급 받기 위하여 줄을 서있는 동안 정부는 나라 안에서 생산 되는 식량을 수출하였다. 국민들이 그렇게 굶주리는 동안 공산당 간부들은 비만으로 인하여 콜레스테롤 낮추기에 여염(餘念)이 없었다. 차우세스쿠는 국민들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기 위하여 거미줄 같은 조직망으로 비밀경찰 조직을 운영하였다.

차우세스쿠 체제 하에서 가장 탄압을 받는 사람들은 크리스천들이었다. 이 점은 지금의 북한과 비슷한 점이다. 성직자들은 예배에 참석하는 교인들의 명단을 당국에 보고하여야 했고 교구민들의 비밀도 보고하도록 요구 받았다. 이런 요구에 대개의 목사들이 살아남기 위하여 순응하였지만 거부하는 목사들도 있었다. 그렇게 거부하는 목사들 중에 라스즐로 토케스(Laszlo Tokes)란 이름의 젊은 목사가 있었다.
개혁교회의 목사로서 비록 학문적인 깊이는 없었지만 개혁교회의 저항정신과 개혁정신이 투철한 목사였다.

루마니아 혁명 이야기 ③
  
라스즐로 토케스(Laszlo Tokes)목사가 그 교회에 부임하기전 그 교회를 시무하던 목사는 공산당 정부의 대변인과 같은 목사였다. 무엇이든 차우세스쿠 공산당 정부가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목사였다. 그런데 그 목사는 어느날 예배를 인도하던 중에 심장마비로 죽게 되었다. 이에 젊은 토케스 목사가 후임목사가 될 수 있었다.
그는 무신론 정권이 몰고 온 세속주의가 민족의 마음속 깊은 상처를 낸 것에 대하여 늘 마음 아파하던 목사였다. 그러나 교회가 상처입은 백성들을 치유할 수 있는 개혁에의 불을 붙일 수 있다고 평소에 믿고 있었다. 1989년 그가 부임하던 날에 첫 설교에서 그는 다음 같은 말로 설교를 시작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합니다.”

그가 힘차게 목회를 시작하여 주민들에게 희망을 불러일으키자 50명으로 까지 줄었던 교인들이 2년 내에 5,000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젊은이들이 교회로 모여들게 되자 공산당 정부는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비밀경찰과 기성교회 목사들은 불안을 느끼게 되어 그런 볼온한 교회를 그냥 둘 수 없다고 여겨 토케스 목사와 교회에 경고하였다. 국가에 충성하는 교회가 되라는 경고였다. 그러나 토케스 목사는 한 방송국 프로에 출연하여 차우세스쿠 독재를 비판하였다.
비밀경찰은 토케스 목사와 같은 경우를 다루어 본 경험이 풍부하였다. 협박과 탄압으로 중단시킬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늘 그렇게 하여 성공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젊은 목사는 달랐다. 탄압할수록 더 강력한 반독재의 설교는 하였고, 그럴수록 교인들은 더욱 늘어났다. 드디어 예배드리는 시간이면 비밀경찰단이 기관총을 메고 교회당 앞에 서서 교회 들어가는 교인들을 감시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토케스 목사와 가족에게 식량배급이 중단되고 교인들에게 목사 추방운동에 가담하라는 압력이 가해졌다.
한 교인은 이에 불복하였다가 며칠 뒤 공원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어느 날 복면을 한 4명의 괴한이 토케스 목사 집에 침입하여 그를 헤치려 하였으나 목사를 지키려 와 있던 교인들의 저항으로 실패하고 목사 얼굴에 상처만 내었다.

비밀경찰은 토케스 목사를 죽이면 그를 위대한 순교자로 만들 뿐임을 인식하고는 그를 죽이는 대신에 1989년 12월15일까지 교회와 집에서 떠나라는 명령을 내렸다. 혁명이 일어나게된 2일 전이었다.

루마니아 혁명 이야기 ④  

12월 15일까지 교회와 사택에서 떠나라는 명령을 정부로부터 받은 라슬로 토케스(Laszlo Tokes) 목사는 12월 10일 주일날에 교인들 앞에서 다음 같이 말했다.

“사랑하는 성도여러분, 저는 퇴거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에 불응할 것이고 , 돌아오는 금요일에는 강제로 추방당할 것입니다. 저들은 비밀리에 이 일을 진행시키려 합니다. 저들이 정당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금요일에 여러분이 이곳에 오셔서 그날 일어날 일의 목격자가 되어 주십시오. 평안하십시오. 하지만 그날에는 꼭 증인이 되어주십시오”

5일 후인 12월 17일에 비밀경찰이 토케스 목사를 강제 퇴거시키려고 출동하였다. 그들은 트럭을 몰고 왔지만 자기들이 맡은 일을 수행하기가 불가능하였다. 신도들이 인간 방패를 만들어 교회당을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건의 소문을 들은 시민들이 시간이 갈수록 몰려들었다. 시민들과 신도들은 춥고 배고팠지만 아무도 물러서지 않았다. 모두가 어깨에 어깨를 맞대고 서서 견디었다. 토케스 목사가 밤 1시에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을 때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신의 집 주위에 수백개의 촛불이 둘러싸서  어둠을 밝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을 두 손으로 감싼 채 조용히 서 있었다. 촛불 시위는 그 다음 날까지 계속 되었다. 다음 날이 되자 군중 속에서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구호가 외쳐지기 시작하였다.

  “자유!  해방!”

이어서 금지되고 있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루마니아여, 깨어나라”는 노래였다.
노래가 끝나면서 누군가가 외치기 시작하였다.

“차우세스쿠와 공산주의를 타도하자!!”

12월 17일 새벽녘에 비밀경찰이 행동하기  시작하였다. 모인 군중을 힘으로 밀어 부치고는 교회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가 성경을 들고 서 있는 토케스 목사를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리고는 목사 부부를  끌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군중들이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티미소아라 시 광장으로 소리 없이 이동하였다. 혁명이라는 태풍이 불어 닥치기 전의 무서우리만큼 조용한 침묵 속에서 군중이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루마니아 혁명 이야기 ⑤
  
자신들이 지키던 목사가 비밀경찰들에 의하여 끌려가 버리자, 군중들이 티미소아라 시 광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여 그들이 광장에 도착하였을 때에 광장에는 이미 무장한 군대, 바리케이드, 군견, 탱크 등이 진을 치고 있었다. 군인들이 연이어 증강되고 있었지만 군중들은 물러 서려하지 않았다. 군중들은 이미 대규모의 반정부 시위대로 바뀌고 있었다.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었다. 군중들은 “차우세스쿠와 공산당을 타도하자!!”는  구호를 소리치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시민들은 어둠을 밝히기 위하여 촛불을 켜들었다. 이에 공신주의자들은 그간에 수차례나  ‘자유’를 외치는 자들에게 해오던 데로 일처리를 하려들었다. 그간에는 늘 쉽사리 성공하여온 방법인 잔인한 폭력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군이 시위대에 발포하기 시작하자 삽시에 수백 명이 쓰러졌다. 그러나 그날 밤의 시위대는 여느 때와는 달랐다. 어느 사이 누가 마련하였는지 삼색으로 이루어진 루마니아 국기에서 가운데 있는 공산당 상징색만 가위로 오려 낸 깃발이 등장하였다. 군중들은 그 깃발을 앞세우고 총을 쏘고 있는 군인들을 향하여 정면으로 진격해 들어가는 것이었다. 희생자들은 계속 늘어 갔다. 그러나 군중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군중들은 이 이상 더 물러설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얼마든지 쏘아라. 어차피 이 따위 정부하에서는 더 살기 싫다”
하며 밀려들었다. 시민들의 희생자들이 늘어나기만 하자 드디어 총을 쏘던 군인들이 총부리를 거꾸로 돌려 지휘하는 장교들에게로 향하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 부모, 형제, 누이들에게 더 이상 총을  쏠 수 없다”

군인들의 그런 항의에 경찰도 합세하기 시작하였다. 루마니아혁명이 성공에 이르게 되는 순간이었다. 얼마 후 차우세스쿠 대통령이 도망길에 올랐다. 티미소아라 시 시민들의 기쁨은 하늘을 찌를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루마니아 혁명 이야기 ⑥
  
티미소아라 시 광장에서 혁명이 일어나던 날 밤 군중 속에 한 소년이 있었다.  다니엘 가브라란 이름의 그는 라슬로 토케스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 신도였다. 그는 광장으로 갈 때에 재킷 속에 양초를 담은 수십개의 봉지를 넣고 참여 하였다. 밤이 깊어 갈 때에 그는 촛불에 불을 붙여 주위에 돌렸다.
시위대가 군인들을 향하여 행진할 때에 그는 한 소녀의 손을 잡은 채로 앞줄에 섰다. 발포가 시작 되자 소녀는 그의 팔에서 미끄러져 나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어서 자신도 총에 맞아 왼쪽 다리가 날아가 버렸다. 혁명이 성공으로 끝난 후 그는 병원에서 잘려 나간 다리에 붕대를 맨 채 치료 받고 있으면서 자신을 위로하는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저는 다리가 잘려 나갔어도 실망치 않아요. 첫 번째 촛불에 불을 붙인 주인공이 저였으니까요”

비밀경찰에 끌려갔던 라슬로 토케스 목사 부부 역시 제 자리로 돌아 올 수 있었다. 부부는 그 날 밤 혹독한 고문을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혁명이 성공으로 끝난 후 그는 그 지방의 지도적인 목사가 되었다. 그는 그날의 정황을 다음 같이 말하곤 하였다.

“사전 협의나 조직적인 준비가 없이 그 운동이 진행 되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었습니다.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움직였지요. 함께 기도하고 찬송하며 함께 행동하였습니다. 우리들의 모든 의지와 저항 위에는 하나님의 영이 함께 하였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양심을 통해 믿음이 지시하는 대로 행동하였습니다”

티미소아라 개혁교회의 토케스 목사와 성도들이 보여준 바와 같이 교회가 교회다워질 때에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게 되고 그런 교회가 하나님의 일에 쓰임을 받게 된다. 그런 때에 악한 세력이 감히 대적할 수 없게 된다.
지금 한국 땅에서도 교회가 교회다워지는 것이 다른 어떤 일보다 앞서는 가장 중요하고도 긴급한 일이다.

루마니아 혁명 이야기 ⑦
  
오는 5월 17일에 루마니아의 티미소아라 시 시장이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 5.18 광주의거를 기념하는 재단에서 그를 초청하여 방한케 된다. 티미소아라 시 시장이 이번 방문 때에 광주에서의 행사를 마친 후 서울에서 본인도 만나는 기회가 있게 된다.  

티미소아라 시장의 생각은 지난 날 차우세스쿠가 이끄는 공산정권이 루마니아를 통치하던 때의 루마니아 사정과 김정일이 이끄는 북한의 공산정권이 북한 인민들을 통치하고 있는 지금의 북한 사정이 너무나 흡사하기에 루마니아 혁명의 과정이 북한의 해방운동에 크게 참고가 될 것이라 한다. 그래서 그가 이번 한국에 왔을 때에 자신들이 겪었던 경험을 우리들에게 소상히 들려주어 김정일 공산정권으로부터 백성들을 해방시킴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 왔다. 루마니아 티미소아라 시 시장의 선한 뜻에 먼저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

최근 들어 온 북한의 사정은 그 어느 때보다 주민들의 인심이 김정일 정권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에 없던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지방 도시에서도 밤사이에 “김정일 독재 무너뜨리자”는 벽보가 나붙는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온 나라에 숱하게 세워져 있는 김일성 동상이 밤사이에 누군가에 의하여 넘어져 있는 경우도 있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이런 때에 남한의 우리가 북한 동포들을 어떻게 돕는 것이 가장 바람직스러운지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지혜로운 대안(代案)을 세워 나가야 할 때임을 실감하게 된다. 루마니아 국민들이 어느 날 차우세스쿠 독재로부터 해방되었듯이 북한 동포들 역시 다가오는 어느 날 김정일 독재로부터 해방 받게 되는 날이 앞당겨져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북한을 돕는 모든 활동이 이 목표를 성취시킴에 집중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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