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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약초는 깊은 산속에 있으며 보통 사람은 여간해서 찾아내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약초는 온산과 들에 지천으로 널려 있으며 채취하는 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캘 수 있다.
약초를 채취하려면 먼저 산삼이나 자초(紫草)처럼 무조건 귀하고 값이 비싸며 구하기 어려운 것만이 좋은 약초라는 그릇된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산삼이나 자초가 좋은 약초임에 틀림 없지만 증상이나 체질에 따라서 독약이 될 수도 있으며, 오히려 흔해 빠진 잡초인 환삼덩굴이나 쇠비름 같은 것이 최상의 선약(仙藥)이 될 수도 있다.
가장 흔한 풀이 가장 좋은 약이다
실제로 가장 흔한 풀이 가장 좋은 약이다. 조물주는 병이 있는 곳에 반드시 약을 만들어 두었다.
병이 있는 곳에 약이 있다는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자연의 한 법칙이다.
병이 흔하면 흔할수록 그 병을 고칠 수 있는 약도 그만큼 흔하다. 흔한 병은 흔한 약초로 고쳐야 하고 귀한 병은 귀한 약초로 고쳐야 한다.
요즈음 당뇨병, 암, 고혈압 같은 만성병들이 가장 흔한 풀뿌리나 나무껍질 같은에 널려 있을 것이다. 약초는 산과 들, 길 옆, 울타리, 정원, 개울가, 바닷가 등 식물이 자라는 곳에는 어디에나 다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풀과 나무들 중에서 약이 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중에서 꼭 필요한 것만 조금씩 채취하면 된다.
누구나 알고 있으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와 풀들이 불치병에 걸린 사람을 살려낼 수 있는 약초들인 것이다
◈ 약초를 채취하는 시기
약초는 대개 야생 식물이다. 그러므로 약초를 채취한다는 것은 야생 식물을 채취하는 것이다.
약초는 그 종류가 무수히 많을 뿐만 아니라 약으로 쓰는 부위도 각기 다르며 산지와 채취하는 시기에 따라 약효와 유효성분 함량에도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약초를 채취하는 일은 매우 복잡한 일이다.
약초에 들어 있는 유효 성분의 함량은 식물이 자라는 단계에 따라 달라질 뿐만 아니라 기후, 토양, 해발 고도 같은 주변 환경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난다.
산에서 자라는 약초를 밭에 심으면 유효성분이 거의 없어져 버리는 것도 있고 반대로 늘어나는 것도 있다.
약초를 채취하려면 반드시 약초의 유효 셩분과 생산량을 미리 고려해 마땅한 채집 시기를 찾아내야 한다. 약초를 채취하는 시기는 약초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사시사철 채취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어느 한 계절에만 채취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며 단 며칠 사이에 채취해야 하는 것도 있다. 같은 약초라도 채취하는 시기에 따라 약효와 유효성분이 달라지기 쉽다.
이를 테면 취오동이라고도 부르는 누리장나무는 고혈압과 신경통에 매우 좋은 효과가 있는 약재인데, 꽃이 피기 전에 채취하면 좋은 효과가 있지만 꽃이 피고 난 뒤에 채취하면 약효가 절만 이하로 떨어진다.
약초에 따른 채취시기를 대략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잎이나 전초를 쓰는 약초
약모밀, 이질풀, 쑥, 질경이, 애기똥풀, 환삼덩굴 등 잎이나 땅의 윗부분에서 자란 약초는 꽃이 피는 시기인 7∼8월에 채취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쑥 같은 경우는 단오 무렵에 채취하는 것이 좋다.
단오가 지난 것은 약성이 지나쳐서 독이 있다
질경이, 차조기, 익모초, 애기똥풀처럼 잎이나 풀 전체를 약으로 쓰는 것은 식물이 가장 왕성하게 자랐을 때 채취하는 것이 좋다.
꽃이 피기 직전이나 꽃이 활짝 피었을 때 또는 씨앗이 익기 전에 채취한다.
키가 큰 식물, 이를테면 줄풀 같은 풀은 윗부분만을 베어서 쓰고 키가 작은 식물은 뿌리째 뽑는다. 산국화는 가을에 채취하는 것이 좋으며 뽕잎은 가을 서리가 내리고 난 뒤에 채취하는 것이 좋다.
♠ 열매를 쓰는 약초
열매는 약간 덜 익었을 때 채취한다.
이를테면 복분자 딸기, 산딸기, 탱자, 풀명자 같은 것은 약간 덜 익었을 때 채취하고 머루, 노박덩굴 열매, 구기자나 광나무 열매, 오디, 산사 같은 것은 완전히 익었을 때 채취한다.
덜 익은 열매에 독이 있는 것도 있으니 이런 것들은 완전히 익은 것을 채취한다.
율무 씨, 익모초 씨, 오미자, 산수유, 은행 열매 같이 씨앗을 쓰는 약초는 잘 여문 것을 채취한다.
♠ 꽃이나 꽃가루를 쓰는 약초
꽃은 대개 활짝 피었을 때 채취하고 향기를 보존하려면 꽃봉오리가 맺혀 터지기 직전에 채취하는 것이 좋다.
매화꽃, 벚꽃, 복숭아꽃 같은 것은 꽃봉오리가 둥글 게 맺혔을 때 채취한다.
국화, 인동꽃, 엉겅퀴, 살구꽃, 샤프란, 부들, 회화나무꽃 같은 것은 꽃이 활짝 피었을 때 채취하고, 홍화는 노랗게 핀 꽃잎이 연한 빨간색으로 바뀌기 시작할 때 채취한다.
산목련이나 관동화 같은 것은 꽃봉오리가 질 무렵에 채취한다.
부들같이 꽃가루를 쓰는 것은 꽃이 활짝 피었을 때, 금불초나 연꽃은 꽃이 피기 직전 혹은 꽃핀 직후에 채취한다.
♠ 뿌리를 쓰는 약초
도라지, 삽주, 오이풀, 잔대, 더덕, 하수오, 만삼, 당귀, 바디나물같이 뿌리를 쓰는 약초는 땅 윗부분이 마르는 시기인 가을부터 겨울철에 채취하며, 뿌리껍질을 약으로 쓰는 것은 이른 봄철 새싹이 나기 전에 채취하는 것이 좋다.
모든 식물의 뿌리는 가을철에는 대개 단맛이 난다.
땅 윗부분의 줄기가 왕성한 여름철에는 뿌리의 속이 비어 있으며 맛이 쓰고 유효 성분이 적게 들어 있다.
반하, 천남성, 부자 : 여름철(독성 때문에)
시호 : 봄철
- 뿌리와 줄기를 쓰는 약초 : 늦가을에서 이른 봄까지
♠ 뿌리껍질을 쓴 약초
나무의 뿌리껍질을 쓰는 것은 대개 늦가을에 채취한다.
예를 들면 뽕나무, 느릅나무, 멀구슬나무, 두릅나무 같은 것들이 있다.
♠ 나무껍질이나 가지를 쓰는 약초
나무껍질을 쓰는 약재는 5∼6월에 채취하는 것이 좋다.
4∼6월 물을 한창 빨아올릴 때에는 껍질이 잘 벗겨지기 때문이다.
10월이 지나면 껍질이 나무줄기에 바싹 달라붙기 때문에 껍질을 벗기기 힘들다.
대개 봄철에 벗긴 것이 효과가 제일 좋다.
◈ 주의해야 할 독
독이 있는 약초는 훌륭한 약효 성분이 있다고 해도 채취하거나 이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변에 있는 식물 중에서 독이 있는 것들은 독말풀, 초오, 진범, 숫잔대, 미나리아재비, 감수, 여로, 자리공, 상사화, 천남성, 반하, 할미꽃, 애기똥풀, 갯메꽃, 두루미천남성, 대극, 옻나무, 지리강활 등이다
♠ 독초의 특징
1. 독초는 그 생김새나 빛깔이 일종의 불쾌감을 준다.
예를 들면 미나리아재비, 개구리자리같이 꽃잎에 번뜩이는 광택이 있는 것이나 천남성과 식물처럼 꽃, 잎 등이 특이한 모양이나 반점 무늬 등이 일종의 불쾌감을 주는 것 등은 일단 유독식물로 보아야 한다.
2. 식물에 상처를 내면(비비든가 꺾어본다) 불쾌한 냄새가 나든가 불쾌한 짙은 빛깔의 즙액이 나온다.
예를 들면 애기똥풀같이 상처를 입히면 잎줄기에서 황갈색의 농즙이 나는 것이나 광대싸리, 고삼, 좀누리장나무처럼 일종의 불쾌한 냄새를 풍기는 것도 독초로 봐야 한다.
3. 독초는 대체적으로 맛을 보면 혀끝이 타는 것 같은 자극을 느낀다.
식용식물은 대체적으로 맛이 담백하고 열매 같은 것은 단맛이 있는 것이 보통이나 예외로 흰 즙액이 나오고 맛이 쓴 씀바귀나 불이 나는 것처럼 매운맛의 고추 같은 것도 있으나 대개는 향기롭고 맛이 있다.
그러나 독초는 미치광이풀, 독말풀, 사리풀, 투구꽃 종류 미나리아재비 종류 개구리자리, 독미나리, 박새, 여로, 은방울꽃, 대극, 종류 애기똥풀, 피뿌리꽃, 팥꽃나무, 파리풀, 붓순, 진범, 노랑돌쩌귀풀, 놋젓가락풀, 등대풀, 천남성 종류 등은 모두 맹독성의 독초로 절대 입에 대어서는 안 된다.
♠ 독초를 구별하는 방법
야생 식물은 비슷하게 생긴 것이 많아서 잘 모르는 사람은 구별하기가 쉽지 않고, 독이 있는 풀을 잘못 알고 먹는 일이 생길 수가 있다.
그러므로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식물은 먹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다음과 같은 독초의 특성을 알아둔다면 독초를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독초는 걸쭉한 진이 나오는 것이 많다.
① 이 진을 피부의 연약한 부분 이를 테면 겨드랑이, 목, 사타구니, 허벅지, 팔꿈치 안쪽 같은 데에 발라 보면 가렵고 따갑거나 물집 또는 작은 발진이 생기는 등의 반응이 나타난다.
미나리아재비나 개구리자리, 초오 같은 것의 잎을 따서 피부에 문지르면 화상을 입은 것처럼 물집이 잡히고 부어오른다.
② 피부에 발라서 특별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으면 이번에는 혀끝에 대어본다.
③ 반응이 없으면 혀끝에 대어보는데 별다른 자극이 없으면 씹어보아 그래도 자극이 없으면 독이 없는 풀이다. 독이 있는 풀은 혀끝은 톡 쏘거나 맛이 아리거나 화끈 거리고 부어오르며, 혀가 마비되는 듯한 느낌이 들거나 고약한 냄새가 나거나 입 안이 헌다.
이런 자극이 있으면 절대로 삼키지 말고 즉시 내뱉은 뒤 깨끗한 물로 입 안을 헹군다.
단맛이 난다고 해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단맛 속에 아린 맛이 석여 있으면 독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도 별 다른 자극이 없으면 아주 적은 양을 꼭꼭 씹어 본다. 마찬가지로 별 자극이 없으면 독이 없는 풀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나물과 독초를 구별하는 방법은 생식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소(牛)가 먹을 수 있는 식물은 모두 사람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시골에서 소를 키워보면 소가 풀을 뜯어 먹을 때 코로 냄새를 맡아 보고 풀을 뜯어 먹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소는 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색맹이라고 한다. 소가 우리 사람들처럼 나물에 대하여 학습을 한 것도 아닌데 먹을 수 있는 풀과 없는 풀을 구별하는 것은 냄새를 맡아 보고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런 만큼 냄새를 맡아 보고 식용유무를 판단하는 방법이 원시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당히 합리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하나 구별 방법은 식물의 잎에 벌레(균이 아닌 곤충) 먹은 흔적이 있으면 먹을 수 있는 식물로 보아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벌레도 독초를 먹으면 죽게 되므로 벌레가 먹는다는 것은 사람에게도 먹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방법은 벌레와 사람이 독소에 대한 반응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 방법이다.
쓴맛이 너무 강한 것은 피한다. 생김새만 갖고 판단하기가 어려울 때는 잎을 하나 뜯어서 씹어보자. 너무 쓰고 강한 맛이 난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진한 쓴맛은 초식동물이나 곤충이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식물이 만들어 낸 방어물질로 화학적인 대사 작용을 통해 만들어진다.
쓴맛을 갖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독초인 것은 아니지만 모르고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냄새가 짙은 것은 피한다. 옆에 스쳐만 지나도 향수처럼 진한 향기가 나는 꽃이 있다.
혹은 역겨울 정도로 악취가 나는 식물들도 간혹 있는데 좋은 향기든 너무 진한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런 냄새들은 곤충이나 동물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식물이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인데 이런 식물들을 모르고 먹는 것은 위험하다.
버섯의 경우는 색이 화려한 것도 경계의 대상. 잘 알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채취하지 않도록 한다.
뿌리나 열매보다 잎이 안전하다.
특성이 있는 식물이라도 모든 부분에 독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식물도 잎보다는 뿌리와 열매 쪽에 독이 있는 경우가 많다. 꼭 이용해 보고 싶은 산채가 있다면 뿌리를 이용하는 종류보다 잎을 이용하는 종류를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 독이 있는 약초를 쓰려면 법제하여 사용하여야 한다.
♠ 독초에 중독되었을 때 해독하는 방법
독초를 잘못 먹어서 중독되면 설사, 복통, 구토, 현기증, 경련,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경우에선 우선 응급처치로서 재빨리 입안에 손가락을 넣어 위안의 내용물을 다 토해내게 하고 따뜻한 물이나 진한 녹차를 먹이고는 의사에게 보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독성이 약한 것은 며칠 쉬면 회복되지만 그렇다고 중독되었을 때 섣불리 가벼이 여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독초의 잎이나 줄기, 뿌리에 중독되었을 때
① 신선한 칡뿌리를 생즙을 내어 한 번에 200mm씩 서너 번 마신다.
② 생강을 즙을 내어 한 잔씩 마신다.
③ 보리를 까맣게 태워서 물로 달여 마신다.
④ 감초 10g과 검정콩 20g을 물에 넣고 달여 마신다.
또는 흑설탕을 물로 진하게 달여 마신다.
⑤ 미음 한 사발에 볶은 소금 세 숟가락을 타서 먹는다.
여러 번 먹는다.
⑥ 달걀노른자를 한 번에 열다섯 개쯤 먹는다.
⑦ 감초 20g, 검정콩 150g을 900mm의 물에 넣고 10분가량 끓인 다음 그 물을 체온보다 약간 낮게 식혀서 마신다.
독이 있는 열매에 중독되었을 때
① 찔레열매나 장미 열매 한 홉에 물 1.8L를 넣고 물이 반이될 때 까지 달여서 단번에 마신다.
설사를 하고 나면 독이 풀린다.
② 육계(계수나무의 두꺼운 껍질. 계피)40g에 물 1.8L를 넣고 물이 반으로 줄어 들 때 까지 달여서 여러 번에 나누어 마신다. 대 여섯 번 마시면 독이 풀린다.
③ 감초 20g. 생강 20g에 물 1.8L를 붓고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물 대신 마신다.
◈ 약초 손질과 보관
채취해 온 약초는 흙을 털어 내고 필요 없는 부분은 다듬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 물로 깨끗하게 씻는다. 모래나 흙탕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잘 씻은 다음 물기를 없애고 작두로 잘게 썬다. 모든 약재는 잘게 써는 것이 좋다.
잎이나 풀뿌리 같은 것은 큼직하게 썰어도 되지만 나무나 딱딱한 것일수록 잘게 썰어야 한다.
얇고 잘게 썰어야 빨리 마르고 물로 달일 때 약효 성분이 제대로 그리고 빨리 우러나기 때문이다.
모든 약초는 씨앗 등 몇 가지를 빼고는 반드시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려야 한다.
햇볕에서 말리면 약효 성분이 증발되어 없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약초를 재대로 말리려면 방바닥을 따뜻하게 하고 신문지나 얇은 천을 깐 다음 그 위에 얇게 펴서 말리는 것이 좋다.
쑥, 질경이, 이질풀같이 줄기가 굵지 않은 풀 종류는 길게 다발로 묶어 드리워서 처마에 걸어 말려도 좋다. 그러나 분량이 많지 않을 때에는 잘 게 썰어서 신문지나 천에 널어서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린다.
돌배나 으름 열매 같은 큰 산 열매는 얇게 썰어서 쟁반이나 소쿠리 같은 것에 한 겹으로 널어서 말리고 오미자나 구기자 같은 씨앗 종류는 햇볕에서 말린다.
그러나 꽃이나 잎, 꽃봉오리 같은 것은 반드시 그늘에서 말려야 한다.
그늘에서 충분히 말려서 작게 썬 다음 3∼5Kg쯤 들어가는 비닐봉지에 담아서 보관한다.
한 곳에 많이 쌓아두면 짓눌려 열이 생겨서 뜨거나 색이 변하기 때문에 조금씩 넣어서 매달아 놓거나 늘 건조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한다.
곰팡이가 피거나 벌레가 생기거나 습기에 상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곰팡이가 핀 것은 효과가 절반으로 떨어지며 곰팡이 중에는 발암 물질 같은 것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아깝더라도 버려야 한다.
◈ 약초 달이는 법
옛말에 약을 먹을 때에는 세 가지 정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좋은 약재를 구하는 정성, 달이는 정성, 먹는 정성이 그것이다.
약초는 달여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달여 먹으면 가루나 약으로 먹는 것보다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 그 이유는 먹는 양이 다른 것보다 많고 수용액이어서 위와 장에서 빨리 흡수되기 때문이다.
달인다는 것은 약초에 물을 많이 붓고 끓이는 것을 뜻하는데, 이때 약초 속에 들어 있는 약효 성분들이 물에 우러나오게 된다.
이것은 커피를 끓이는 원리와 같다고 할 수 있는데 다른 점은 커피는 향기를 남기기 위해 짧은 시간 동안 끓이지만 약초는 향은 날려 보내고 오래 끓여야 한다.
옛말에 약은 음화(陰火)에 오래 달이는 것이 좋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낮은 온도에서 은은하게 오랫동안 타기 때문이다.
대개 단단한 나무로 만든 숯은 높은 온도를 내고 무른 나무로 만든 숯은 높은 열을 내면서 타고 오동나무나 버드나무, 오리나무로 만든 숯은 탈 때 열을 적게 낸다.
숯을 구하기 어려우면 장작이나 짚, 풀 같은 것을 태워서 약을 달일 수도 있다.
장작으로 쓸 때 밤나무나 쑥 대궁 같은 것은 피하도록 한다.
가스 불을 사용하더라도 연탄불 같은 것은 해로운 유독 가스가 많이 나오므로 피하는 것이 좋고 전자레인지는 절대로 쓰지 않는 것이 좋다.
◈ 약초를 달이는 그릇
약초를 달이는 그릇 또한 아주 중요해 그릇은 흙을 구워서 만든 약탕관, 냄비나 유리 주전자 같은 것을 사용한다.
없으면 법랑질로 만든 주전자나 냄비 같은 것을 쓰나 철이나 알루미늄으로 만든 것은 좋지 않으므로 피한다.
약초 중에는 쇠를 피해야 하는 것이 많은데 철은 약초의 성분 특히 타닌 성분과 화합하여 성분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약을 달일 때에는 정성을 기울어야 한다. 정성이야말로 최상의 약이다.
성격이 급하고 가벼우며 거친 사람이 약을 달이면 약 기운이 경박하고 거칠어지며 마음이 평온하고 성실한 사람이 정성을 다해 약을 달이면 마음과 정성이 약효에 보태져서 질병이 빨리 나을 수 있게 된다.
◈ 약을 달이는 물
약을 달일 때 쓰는 물도 매우 중요하다. 물이 약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깊은 산속에서 힘차게 솟아나는 샘물이 가장 좋고 그다음에는 깊은 산 숲속을 흘러 내려오는 물이 좋다. 물맛을 자세히 살펴서 아무런 맛이 없는 것이 좋다.
맛이 강하거나 탁하거나 길어 온지 오래된 물은 좋지 않다. 흔히 말하는 약수는 대개 탄산이나 철분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는 물인데 이런 물도 약을 달이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
샘물이나 땅에서 솟아나서 흐른 물을 구하기 어려우면 시판 생수나 정수기로 거른 물을 쓰는 게 좋다. 그러나 생수의 품질이나 정수기의 성능을 잘 살펴서 가장 좋은 물을 써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증류수를 구하여 달이는 것이 좋다. 수돗물 같은 것은 절대로 쓰지 말아야 한다.
물은 어른이면 1.8L 가량 붓고 어린이는 나이에 따라 3분의 1, 2분의1, 3분의 2로 조정할 수 있다.
◈ 온도와 불 조절
약을 끓일 때에는 불을 약간 약하게 하고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더 낮추어 끓는 상태가 유지되도록 하며 뚜껑을 열어 놓는다.
몇 가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약초는 대개 약한 불에서 오래 끓일수록 좋다.
동양 의약은 섭씨100도에서 끓이는 것이 원칙이므로 압력솥 등으로 온도를 더 높이는 것은 좋지 않다. 물의 온도가 너무 높으면 약초 속에 들어 있던 해로운 성분이 우러나올 수도 있고 중요한 약효 성분이 열로 파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개 두 시간에서 네 시간 가량 달이는 것이 좋다.
물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그릇을 불에서 내려놓고 천연 섬유로 만든 천이나 고운체로 거른다.
이때 주의할 점은 약재를 짜지 않도록 하고 다만 가볍게 거르기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약초를 짜면 약초 속에 들어 있던 유독 성분이 빠져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른 후에 약물이 알맞게 식은 다음 마시도록 한다.
◈ 달인 약 먹기
달인 약은 식기 전에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에 먹을 때에는 약간 따뜻하게 데워서 먹는다.
특히 몸에 열이 있거나 설사를 할 때, 위장이나 체질이 허약한 사람은 반드시 데워서 먹어야 한다. 병이 가볍고 환자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을 때나 여름철에는 상온에 두고 먹어도 된다.
여름에 냉장고에 보관해 둔 약은 약간 데워서 먹거나 아니면 천천히 마시도록 한다.
그러나 몸의 윗부분 다시 말해 코나 입, 머리 등에서 피가 날 때에는 차게 해서 마시는 것이 좋다. 뜨거운 것을 빨리 먹으면 오히려 피가 더 많이 나올 수도 있다.
속이 심하게 메스꺼울 때에도 차게 하여 마시는 것이 좋다.
♠ 먹는 시간
대개 밥 먹는 중간에 먹거나 밥 먹기 30분 전 빈속에 먹는다. 이때 먹어야 약이 몸 안에서 잘 흡수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장 기능이 허약하여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은 식사를 하고 난 뒤에 먹어도 된다.
만일 약초달인 물을 잊어버리고 먹지 않았을 때에는 밥 먹기 전이면 10분 쯤, 밥 먹고 난 뒤에는 30분 쯤 뒤에 먹으면 된다.
아무 때라도 먹는 것이 먹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경우에 따라서는 밥 먹고 나서 먹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 먹는 방법과 횟수
보통 하루치를 세 번에 나누어 먹으나 직장에 달인 물을 가지고 다니기 어려울 때에는 아침과 저녁에 하루 두 번만 먹어도 된다.
그러나 열을 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약을 먹을 때에는 열이 내릴 때까지 하루 몇 번이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 먹도록 한다.
위장이 허약하여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약을 먹으면 식사를 할 수 없는 사람은 조금씩 여러 번에 나누어 먹는다.
그밖에 밥을 먹으면서 같이 약을 먹어서는 안 되고 밥을 먹지 않더라도 약은 제시간에 맞추어 먹어야 한다.
◈ 달인 약 보관법
달인 약은 변질되기 쉬우므로 주의 깊게 보관해야 한다.
큰 차 그릇이나 사발 같은 것에 담아 반드시 뚜껑을 덮어서 서늘하고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 둔다. 여름철이나 난방이 잘된 방에서는 냉장고에 넣어 둔다.
시원하게 보관하되 마실 때에는 약간 데워서 마시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날마다 달여서 먹는 것이 좋지만, 사정이 안 되더라도 3일분 이상은 두지 않도록 한다.
약은 달여서 즉시 먹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고 시간 이 지날수록 변질되기 쉬우며 약효도 떨어진다.
최근에 양약의 부작용을 염려해 민간약이나 약초를 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데 잘못 쓰면 약이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은 열이 내리지 않아 해열제인 지렁이를 달여서 먹었는데 무조건 많이 먹으면 좋은 줄 알고 지렁이를 진하게 달여서 아주 많이 마셨다. 그랬더니 열은 내렸지만 위장이 나빠져서 토하고 설사를 했다. 또 어떤 사람은 복수초가 심장에 좋은 줄 알고 한 자루를 캐서 달여서 물마시듯이 마셨는데, 심장병은 나았으나 중독되어 죽을 뻔 했다.
복수초는 독성이 매우 센 약초이다.
하루에 3-5g을 달여 먹으면 심장병을 치료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약이 되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을 먹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위 사례들은 요즘 유행하는 약초와 민간요법을 사용할 때 충분히 연구하고 검토한 후에 사용해야만 함을 알려주는 예들이다.
한때 알로에가 만병통치약으로 선전되던 때가 있었다. 알로에는 염증이나 화상 등을 치료하는 데에는 매우 좋은 약초이다.
그러나 성질이 몹시 차므로 위나 장이 좋지 않은 사람이 먹으면 몸이 더욱 차가워지고 위와 장이 망가져서 설사를 하는 수가 있다.
알로에를 변비 치료약으로 알고 쓰는 사람이 많은데 알로에는 장을 튼튼하게 하여 변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장을 차갑게 하여 설사를 하게 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오래 먹으면 오히려 장이 더 나빠져서 몸을 망치게 된다. 그래서 갈수록 알로에를 더 많이 먹어야 변을 볼 수 있게 되고 나중에는 아예 장이 무력해져서 돌이 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타인의 권고로 약초를 쓸 때에는 써 본 사람의 경험을 잘 들어 보고 써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약초를 채취할 때에는 정확한 지식을 가진 후에 채취해야 한다. 잘못 알고 채취하면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약초의 명현 반응과 부작용
명현 반응이란 일종의 호전 반응이다. 약초를 먹었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증상이 먼저 나타나고 그 뒤에 만성병이 낫는 것인데 옛날부터 약초 요법의 특징으로 알려져 왔다.
명현 반응은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심하게 졸린 것을 비롯하여, 본래 아팠던 부위가 쿡쿡 쑤시고 아프거나 머리가 아픈 것, 몸이 몹시 피로해지는 등 수십 가지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면, 소루장이 뿌리를 달여 먹었을 때 처음에는 설사가 났지만 그 뒤에 가려움증과 두드러기가 나았다. 명현 반응에 대해 잘 모르면 의사나 환자가 놀라거나 약을 그만 먹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명현 반응은 대개 3∼4일 안에 없어지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병이 중한 사람은 몇 달씩 지속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병이 악화되는 것인지 명현 반응 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약초 요법에도 부작용이 있다. 그러나 양약을 썼을 때 나타나는 것과 같은 심한 부작용은 없다.
이를테면 인삼이 맞지 않는 소양 체질인 사람한테 인삼을 쓰면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픈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양약을 먹을 때처럼 내부 장기에 심각한 탈이 생기지는 않는다.
부작용이 나타났을 때 약초복용을 중지하면 곧 부작용이 없어지며 임신 중에 약을 먹더라도 절대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약초가 몸에 맞지 않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은 대개 입맛이 없어지고 혀에 이끼가 끼거나 설사가 나며 구토가 나고 피로감이 심해지는 것 등이다. 명현 반응이면 대개 열흘 안에 좋아지지만 부작용일 때에는 약을 먹는 동안 지속된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오랫동안 몸에 맞지 않는 약을 먹는 동안 지속된다는 점이 다르다. 그런 오랫동안 몸에 맞지 않는 약을 복용했을 때에는 복용을 중지해도 좋아지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그럴 때는 다른 약초로 바꿔야 된다.
♠ 약초를 양약과 함께 복용할 때 주의할 점
양약을 오래 먹던 사람이 약초를 함께 쓰려고 할 때, 양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거나 혹은 약효가 없거나 위가 나빠지거나 피부 습진 같은 것이 생겼을 때에는 양약을 즉시 끊는 겻이 좋다.
그러나 혈압 강하제나 부신피질 호르몬제 같은 것을 쓰고 있을 때, 갑자기 끊으면 위험할 수 있으므로 차츰 양을 줄여 나가다가 천천히 끊는 것이 좋으며 당뇨병에 사용하는 인슐린도 마찬가지다.
양약과 약초를 처음에는 같이 쓰다가 차츰 병 증세가 좋아지면 양약을 완전히 끊어야 하며 양약 중에서 호르몬제나 항생제, 진해제 등은 장기간 복용을 삼가야 한다.
▣ 건약법(乾藥法 : 약재를 말리는 법 ⇒ 동의보감)
暴乾者於日中望乾也陰乾者謂不露日暴於陰影處乾之爾
폭건(暴乾)이란 일중망건(日中望乾 햇볕을 보이게 쪼여 말림)한다는 뜻이며, 음건(陰乾)이라 함은 소위 볕에 쪼이지 않고 그늘에서 말린다는 것이다.
今按採藥陰乾者皆多惡至如鹿茸雖稱陰乾皆悉爛令壤今火乾易得且良草木根苗陰乾皆惡
금 안(今按 요즘에 살펴보면), 채약(採藥)해서 음건(陰乾)하여 대부분 약성을 나빠지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녹용(鹿茸) 같은 약재를 수칭(雖稱 비록 칭하기를) 그늘에 말려서 쓴다고 하면서 실란영양(悉爛令壤 모두 문드러지게 상하게 하여 버림)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바, 근자에는 화건(火乾)으로 쉽게 마르고 약의 품질도 좋게 해서 쓰고, 또한 풀이나 나무의 뿌리와 싹도 그늘에서 말리면 나쁘다.
九月已前採者悉宜日乾十月已後採者悉宜陰乾乃好(本草)
음력 9월 이전에 채취한 것은 실의일건(悉宜日乾 모두 마땅히 햇볕에 말림)함이 좋고, 10월 이후에 채취한 것은 실의음건(悉宜陰乾 모두 마땅히 그늘에서 말림)하는 것이 좋다(본초).
○諸藥八月以前採者皆日乾火乾乃佳十月已後至正月採者乃可陰乾(本草)
제약(諸藥 모든 약들)은 음력 팔월이전(八月以前)에 채취했으면, 대개 일건(日乾 햇볕에 말림)하거나 화건(火乾 불에 말림)하는 것이 좋으며, 시월 이후부터 정월 사이에 채취했으면 음건(陰乾 그늘에서 말림)하는 것이 좋다(본초).
○諸筋肉非十二月採者?宜火乾(本草)
제 근육(諸筋肉 모든 고기 종류)은, 음력 12월에 채취한 것이 아니면 화건(火乾)하는 것이 좋다(본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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