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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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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씨가 이래서 많이 못 오겠다. 금산읍에 있는 교회들은 괜찮겠지만, 역평이나 구암, 만락같은 교회는 어려울텐데..."
"체인 감고 오시겠지"
"글쎄, 체인이 있으면 몰라도....."
우리는 언덕 하나만 넘어서, 국도를 타고 가면 되니, 걱정이 없는데, 남편은 아침부터 동역자를 걱정하고 있다.
"역평 목사님 체인을 10만원 주고 사셨대"
"그 얘긴 아까 낮에도 하더니......"
"아까 했나? 세상에 그렇게 비싸, 놀랬어"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점심 먹으면서 한 줄도 모르고, 저녁에 집에 오니, 또 그 소리다.
세상 물정 저렇게 모르는 답답한 사람, 놀랠 일이 그 뿐인 줄 아슈, 속으로 궁시렁거리며 내 할 일만 했다. 바라보지도 않고, 내 할 일만 했더니, 마누라 귓전에 대고, 자기 할 말을 한다.
"내 껀, 그러니까 몇 년을 쓴 거야, 1.4 톤 트럭 때 부터 쓰던 거니까......."
"1.4톤이면, 20년 전인데?"
"그래, 그렇다니까. 닳아서 끊어질 것 같아서, 내가 가만히 생각을 했더니, 용접을 하면 될 것 같아서 해 봤더니, 내 생각이 딱 맞았지"
"사슬 하나, 하나를 용접을 했단 말이야?" 그 때는 남편을 바라봤다.
"해마다 용접을 했고, 눈 녹으면, 폐엔진오일통에 담궈서 기름칠 싹 해서 걸어 놓았다가, 기름빠지면, 신문에 싸서, 가방에 넣어서....." 무용담을 말하는 것 같다.
사슬 하나 하나에 용접을 했으니, 해마다 용접봉만 닳고, 사슬은 20년째 버티고 있는 것이다. 칭찬을 해 줄까. 지지리 궁상이라고 타박을 해 줄까. 망설이는데, 의신이 일 가는데, 기사로 자청하고 나가 버린다.
급하기는, 조금만 참았으면, 내가 칭찬도 해 주고, 울룩불룩할 그 골동품 체인 사진도 찍어 줬을텐데..... *
임복남 사모님- http://boknam.waa.to 철따라 꽃 피고 새 우는 충남 금산 추부 산골짜기에서 목회를 하는 추부성결교회 임복남 사모가 강가에서 조약돌을 줍듯, 들판에서 들꽃을 꺾듯, 수채화처럼 아름답고 눈물겨운 이야기를 잔잔하게 기록해 나가는 개인 홈페이지입니다.
<들꽃향기 제9호에 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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