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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글방14 - 이상호 목사 (공주세광교회)
별미
유래 없이 긴 장마가 끝나자마자 불볕더위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올 여름은 끝났다. 8일이 가을로 들어서는 입추이고 9일이 마지막 더위인 말복이기 때문이다. 여름에 별미는 시원한 냉콩국수, 열무냉국수, 팥빙수 등 시원한 음식일 것이다. 주중에 아내가 냉콩국수를 해 주었다. 비린내 안나게, 배토롬하고 고소한 맛이 그만이었다.
결혼초에는 겁도 없이 반찬투정을 했었다. 전혀 다른 집안에서 성장했으니 맛이 달랐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새댁한테 아침상을 받으려하면 간 큰 남자라고 한다. 이 무더위에 하루 한끼도 아니고 세끼씩 꼬박꼬박 얻어먹으면서 투정이라니 정말 간 큰 남자였다. 설교준비를 하면서 별미가 생각이 났다. 주일설교 준비도 이렇게 어려운데 매일 세끼씩 밥을 해 대령하려니 그 수고가 실로 크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삭이 나이 많아 죽기 직전에 아들에게 별미를 가져와 축복을 받으라고 했다. 큰 아들 에서는 사냥하러 나가고 작은 아들 야곱은 어머니의 작전지시로 집에 있는 양을 잡아 별미를 해 드리고 형의 장자권을 속여서 받아낸다.
옛날에는 명절에나 별미를 먹을 수 있었다. 필자는 밥 보다 별미를 좋아한다. 밥상에 떡과 과일이 있으면 밥 먹기 전에 먼저 먹는다. 그리고나서 남은 양을 밥으로 채운다. 밥은 매일 먹는거고 별미는 특별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은 별미보다 중요한 것은 주식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무엇을 먹든지 밥을 먹어야 식사를 한 것 같다고 한다.
설교자는 항상 어떻게 하면 성도들에게 별미를 제공할까를 생각한다. 사실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을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재해석하여 전하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별미라기보다는 성경 그대로 순순하게 전하는 게 더 좋은 메시지이다. 하지만 이 무더위에 시원하게 식혀 줄 별미를 준비했으면 하는 마음이 설교자의 마음이다.
그래서 오늘은 글쟁이 전도사님을 모셨다. 어떻게 주일 낮설교를 할 수 있느냐고 사양하는데도 불구하고 와서 별미를 좀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밥맛이 있어야 한다. 타작마당에서 땀흘리는 일꾼들에게 여름 냉수처럼, 늘 요리하던 주방장이 아니라 새로운 젊은 요리사의 솜씨로 별미를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
세광교회홈페이지 http://sk8404.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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