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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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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고속터미널에서 ‘사랑의 교회’ 방향으로 가다 보면 경부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 금강사옥이 나오는데 그 길가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거기에는 길다란 벤치가 여러 개 있는데 지나다 보면 그 벤치에 초라한 모습으로 자고 있는 한 사람이 늘 눈에 띄었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그날따라 그 사람에게 마음이 이끌렸다. 추운 겨울에 덮개도 없이 자고 있는 그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 그 사람을 흔들어 깨웠다. 가까이 가니까 그 사람에게서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났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머리는 얼마 동안 감지 않았는지 뻣뻣하게 찌든 채 엉켜 있고 수염은 깎지 않아 이조시대 사람처럼 길었는데 드러난 목 살갗이 시커먼 겉옷과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여보세요. 일어나 보세요. 여기서 이대로 자다간 얼어 죽어요.”
그러자 귀찮다는 듯이 눈을 게슴츠레 뜨는데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고 눈꼽이 끼어 참으로 사람의 모습이라 하기엔 너무 처참했다. 그는 눈을 떴다가 일 없다는 듯이 다시 감아버렸다. 그래서 다시 그를 흔들어 깨우며 만 원짜리 지폐를 흔들어 보였더니 눈을 크게 뜨고는 부스스 일어났다.
“배고프세요?”
“네.”
먼저 밥부터 먹여야겠다는 생각으로 길 건너 식당에서 밥을 시켜 벤치에서 먹게 하면서 물었다.
“갈 곳이 없나요?”
“…네.”
순간 나는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주님, 제가 이 사람에게 어떻게 하기를 원하십니까?’
내 마음속에 우선 이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부터 없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에게 만 원짜리 한 장을 주면서 말했다.
“오늘 당장 목욕하고 내일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납시다.”
내일 만나면 밥도 사주고 돈을 주겠다고 했다.
그 이튿날 아침에 가보니 그 사람은 어제처럼 똑같은 모습으로 의자에 쓰러져 자고 있었다. 다가가자 여전히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여보세요. 일어나 보세요.”
나를 보자 그는 느릿하게 일어났다.
“왜 목욕 안 했어요?”
“안 받아줘요.”
“무슨 소리예요?”
“목욕탕에서 더럽다고 안 받아줘서 목욕 못했다구요….”
목욕탕은 더러운 사람이 씻으러 가는 곳인데 더럽다고 안 받아주는 목욕탕이라…. 하긴 저렇듯 독한 냄새를 풍기는 사람을 좋아할 리 없지. 여름 같으면 개울을 찾아가기라도 하겠지만 엄동설한에 달리 씻을 방법이 없었다.
배달시킨 식사가 오자 그는 게걸스럽게 먹어댔다. 그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왜 그렇게 아프던지. 가지고 다니던 말씀카드(고후 5:17)를 한 장 건네주면서 카드에 적힌 내용을 다 외우면 내일 아침 또 만 원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집에 돌아왔다. 아내에게 내복과 청바지 자켓 등을 달라고 하여 이튿날 다시 그를 찾아갔다.
어제와는 달리 그 사람은 열심히 말씀 카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다 외웠느냐고 물었더니 좀 전까지는 다 외웠는데 금방 까먹었다고 했다. 아무래도 목욕부터 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침밥을 먹인 후 목욕탕으로 데리러 갔다.
밖에 있을 때도 냄새가 코를 찔렀는데 훈훈한 지하에 들어가니 그에게서 나는 냄새는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더 지독했다. 미리 준비한 비닐 봉투를 들고 탈의실로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우리의 행색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있더니 흠흠흠 하면서 냄새를 감지했는지 갑자기 술렁거렸다. 지배인이 눈을 부라리며 달려와 “조 선생님! 지금 여기서 뭐하시는 거예요? 이런 사람을 이런 공공장소에 데려오시면 어떡해요?” 하며 화를 냈다.
평소에 자주 가는 곳이라 복음도 전하고 가끔 식사 대접도 했던 터라 “쉬쉬쉬, 얼른 해결하고 갈게요. 좀 봐줘요. 금방 갈게요.” 하며 겨우 달래놓고는 옷을 벗겼다. 그런데 웬 옷은 그렇게 많이 끼어 입었는지 한 꺼풀 벗을 때마다 냄새는 더욱 진동했다. 나중에 보니까 탈의실에는 우리 둘뿐이었다. 얼른 목욕탕으로 데리고 들어갔는데 목욕하고 있던 사람 몇 사람이 냄새를 감지했는지, 물에도 못 들어가고 구석에 가서 샤워로만 몸을 씻고 있는데도 한 사람도 없이 주변에서 사라졌다. 나는 그 사람을 씻기기 시작했다. 고슴도치처럼 뻣뻣한 머리를 감기고 뜨거운 물로 씻겨주는데 “앗 뜨거! 앗 뜨거!” 하고 소리를 질렀다.
“참아 참아! 조금만 참아!”
헐었던 머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내 몸에서는 땀이 흘렀다. 이 사람은 안 씻던 게 습관이 되었는지 씻을 줄을 모르고 내가 씻기는 대로 어린애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보니까 몸은 바짝 마르고 갈비뼈는 누구에게 맞았는지 부러졌다가 제 맘대로 엇갈려 붙어 있었다.
그 마르고 상처 난 몸을 나는 한 군데 거기만 빼놓고 다 닦아주었다. 그렇게 한참 씻기다 보니 눈물이 나고 마음이 아팠다. 하나님의 형상따라 지음받은 인간이 이토록 망가질 수 있단 말인가. 하나님의 선한 성품과 능력과 그 영광을 함께 누릴 수 있었던 아름다웠던 모습이 죄를 짓고 이 지경이 되다니. 새로운 생각이 밀려와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마른 수건으로 예수님을 닦아 드리듯이 그 젖은 몸을 정성껏 닦아 주었다. 아기에게 하듯이 준비한 옷을 입히니 멀쩡한 30대 남자가 거기 서 있었다.
머리를 깎아주고 식당에 버젓한 손님으로 들어가 밥을 먹였다. 독가스를 풍기며 사람들에게 버림받았던 그 사람이 갑자기 환영받는 손님으로 변했다. 씻기고 바르고 깎고 입히고 먹이니 버림받은 부랑아에서 33살 먹은 김남수 라는 자기 이름을 되찾은 것이다. 이제는 쓰러진 그의 마음을 일으켜 세우기만 하면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남수 형제, 우리는 원래 하나님의 백성이었어. 그런데 인간이 죄를 범하고 나서 하나님을 떠난 후 많은 고통과 환난과 슬픔이 찾아온 거지.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서 하나님의 자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네.”
그러면서 언젠가 들었던 독수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떤 사람이 산에서 독수리 알 하나를 주워 왔다네. 그 독수리 알을 닭장에 넣어 주니 암탉이 달걀인 줄 알고 품어서 나중에 부화가 됐지. 시커먼 독수리 새끼가 노란 병아리 틈에 끼어 살면서 갖은 구박을 다 받고 살았다네. 새끼 독수리는 병아리처럼 되려고 무진 애를 썼지.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 살던 할아버지가 새 중의 왕 독수리 새끼가 병아리가 되려고 삐약삐약거리는 걸 보고 마음이 답답해졌다네. 그래서 새끼 독수리를 붙들고 ‘독수리야, 너는 기억하라. 자신이 독수리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하면서 바닥에 떨어뜨렸다네. 새끼 독수리는 땅에 떨어지자 아프니까 막 울며 도망가 버렸지.
며칠 후 안 되겠다 싶어서 할아버지는 다시 그 독수리를 데리고 지붕 위로 올라갔다네. 그러고는 ‘독수리야, 너는 기억하라! 네 자신이 독수리라는 것을.’ 하면서 날아보라고 지붕에서 떨어뜨렸다네. 그런데 이번에도 새끼 독수리는 날지 못하고 겁을 집어먹고 비명을 질렀지.
한참 지난 후에 할아버지는 다시 결심을 했어. 이번에는 기어코 새끼 독수리에게 자기 정체성을 가르쳐 주겠다고 말이야. 그래서 독수리를 안고 높은 산 절벽으로 올라갔지.
할아버지는 절벽 위에 서서 ‘독수리야, 너는 기억하라. 제발 좀 기억하라. 너는 쩨쩨한 병아리가 아니고 새 중에 독수리라는 사실을….’ 하면서 떨어뜨리려고 하자 두 번이나 당했던 새끼 독수리는 이제 죽는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날개를 펼쳤다네. 그러자 날개 사이로 바람이 불어 들어와 붕 떠올랐지. 그래서 점점 높이 훨훨 날기 시작했다네. 할아버지는 목이 메어 소리쳤지. ‘그래, 너는 분명히 멋있는 독수리였어.’ 이 이야기처럼 우리는 세상 사람들과 섞여서 초라하고 고달프게 살지만 하나님께로부터 난 하나님의 자녀라네.”
그에게 하나님의 자녀된 신분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거의 한 달 가량 아침마다 만나서 그 의자에 함께 앉아 말씀도 전해주고 위로하며 함께 기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
“믿어요, 선생님. 저도 이제 믿어요. 선생님이 제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알려줬어요. 하나님이 저를 사랑하신다는 것도 알았어요.”
볼품 없이 구겨져 있던 남수 형제의 날개가 활짝 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썩은 냄새를 풍기며 의자에서 잠을 자고 쓰레기통을 뒤지며 방황하던 그의 모습이 멀쑥한 옷을 입고 성경을 읽으며 기도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외로운 할머니를 모시고 새벽기도 가더니, 어느 날은 강남 역 뉴욕제과 앞에서 어떤 사람과 얘기를 하고 있길래 거기서 뭐하냐고 물었더니 “선생님, 저 지금 전도해유.” 하는 것이었다.
그 후, 한동안 소식도 없고 보이지 않더니 어느 날 전화가 왔다.
“저 지금 강남기도원에 와 있어유. 어떤 목사님 한 분을 만났는데요, 교회를 건축하려고 장로님들하고 기도하러 왔어유. 저는 건축헌금을 낼 돈이 없으니까 벽돌 한 장이라도 몸으로 날라서 바치려구유.”
그 후로 남수 형제 소식은 끊겼지만 그가 어느 곳에서든지 하나님의 자녀된 새로운 신분으로 독수리처럼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리라 믿는다.
“하나님, 제가 혹시라도 하나님이 예비하신 영혼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도록 분별할 수 있는 눈을 주시옵소서.”
“여보세요, 여보세요.”
머리는 얼마 동안 감지 않았는지 뻣뻣하게 찌든 채 엉켜 있고 수염은 깎지 않아 이조시대 사람처럼 길었는데 드러난 목 살갗이 시커먼 겉옷과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여보세요. 일어나 보세요. 여기서 이대로 자다간 얼어 죽어요.”
그러자 귀찮다는 듯이 눈을 게슴츠레 뜨는데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고 눈꼽이 끼어 참으로 사람의 모습이라 하기엔 너무 처참했다. 그는 눈을 떴다가 일 없다는 듯이 다시 감아버렸다. 그래서 다시 그를 흔들어 깨우며 만 원짜리 지폐를 흔들어 보였더니 눈을 크게 뜨고는 부스스 일어났다.
“배고프세요?”
“네.”
먼저 밥부터 먹여야겠다는 생각으로 길 건너 식당에서 밥을 시켜 벤치에서 먹게 하면서 물었다.
“갈 곳이 없나요?”
“…네.”
순간 나는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주님, 제가 이 사람에게 어떻게 하기를 원하십니까?’
내 마음속에 우선 이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부터 없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에게 만 원짜리 한 장을 주면서 말했다.
“오늘 당장 목욕하고 내일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납시다.”
내일 만나면 밥도 사주고 돈을 주겠다고 했다.
그 이튿날 아침에 가보니 그 사람은 어제처럼 똑같은 모습으로 의자에 쓰러져 자고 있었다. 다가가자 여전히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여보세요. 일어나 보세요.”
나를 보자 그는 느릿하게 일어났다.
“왜 목욕 안 했어요?”
“안 받아줘요.”
“무슨 소리예요?”
“목욕탕에서 더럽다고 안 받아줘서 목욕 못했다구요….”
목욕탕은 더러운 사람이 씻으러 가는 곳인데 더럽다고 안 받아주는 목욕탕이라…. 하긴 저렇듯 독한 냄새를 풍기는 사람을 좋아할 리 없지. 여름 같으면 개울을 찾아가기라도 하겠지만 엄동설한에 달리 씻을 방법이 없었다.
배달시킨 식사가 오자 그는 게걸스럽게 먹어댔다. 그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왜 그렇게 아프던지. 가지고 다니던 말씀카드(고후 5:17)를 한 장 건네주면서 카드에 적힌 내용을 다 외우면 내일 아침 또 만 원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집에 돌아왔다. 아내에게 내복과 청바지 자켓 등을 달라고 하여 이튿날 다시 그를 찾아갔다.
어제와는 달리 그 사람은 열심히 말씀 카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다 외웠느냐고 물었더니 좀 전까지는 다 외웠는데 금방 까먹었다고 했다. 아무래도 목욕부터 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침밥을 먹인 후 목욕탕으로 데리러 갔다.
밖에 있을 때도 냄새가 코를 찔렀는데 훈훈한 지하에 들어가니 그에게서 나는 냄새는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더 지독했다. 미리 준비한 비닐 봉투를 들고 탈의실로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우리의 행색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있더니 흠흠흠 하면서 냄새를 감지했는지 갑자기 술렁거렸다. 지배인이 눈을 부라리며 달려와 “조 선생님! 지금 여기서 뭐하시는 거예요? 이런 사람을 이런 공공장소에 데려오시면 어떡해요?” 하며 화를 냈다.
평소에 자주 가는 곳이라 복음도 전하고 가끔 식사 대접도 했던 터라 “쉬쉬쉬, 얼른 해결하고 갈게요. 좀 봐줘요. 금방 갈게요.” 하며 겨우 달래놓고는 옷을 벗겼다. 그런데 웬 옷은 그렇게 많이 끼어 입었는지 한 꺼풀 벗을 때마다 냄새는 더욱 진동했다. 나중에 보니까 탈의실에는 우리 둘뿐이었다. 얼른 목욕탕으로 데리고 들어갔는데 목욕하고 있던 사람 몇 사람이 냄새를 감지했는지, 물에도 못 들어가고 구석에 가서 샤워로만 몸을 씻고 있는데도 한 사람도 없이 주변에서 사라졌다. 나는 그 사람을 씻기기 시작했다. 고슴도치처럼 뻣뻣한 머리를 감기고 뜨거운 물로 씻겨주는데 “앗 뜨거! 앗 뜨거!” 하고 소리를 질렀다.
“참아 참아! 조금만 참아!”
헐었던 머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내 몸에서는 땀이 흘렀다. 이 사람은 안 씻던 게 습관이 되었는지 씻을 줄을 모르고 내가 씻기는 대로 어린애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보니까 몸은 바짝 마르고 갈비뼈는 누구에게 맞았는지 부러졌다가 제 맘대로 엇갈려 붙어 있었다.
그 마르고 상처 난 몸을 나는 한 군데 거기만 빼놓고 다 닦아주었다. 그렇게 한참 씻기다 보니 눈물이 나고 마음이 아팠다. 하나님의 형상따라 지음받은 인간이 이토록 망가질 수 있단 말인가. 하나님의 선한 성품과 능력과 그 영광을 함께 누릴 수 있었던 아름다웠던 모습이 죄를 짓고 이 지경이 되다니. 새로운 생각이 밀려와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마른 수건으로 예수님을 닦아 드리듯이 그 젖은 몸을 정성껏 닦아 주었다. 아기에게 하듯이 준비한 옷을 입히니 멀쩡한 30대 남자가 거기 서 있었다.
머리를 깎아주고 식당에 버젓한 손님으로 들어가 밥을 먹였다. 독가스를 풍기며 사람들에게 버림받았던 그 사람이 갑자기 환영받는 손님으로 변했다. 씻기고 바르고 깎고 입히고 먹이니 버림받은 부랑아에서 33살 먹은 김남수 라는 자기 이름을 되찾은 것이다. 이제는 쓰러진 그의 마음을 일으켜 세우기만 하면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남수 형제, 우리는 원래 하나님의 백성이었어. 그런데 인간이 죄를 범하고 나서 하나님을 떠난 후 많은 고통과 환난과 슬픔이 찾아온 거지.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서 하나님의 자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네.”
그러면서 언젠가 들었던 독수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떤 사람이 산에서 독수리 알 하나를 주워 왔다네. 그 독수리 알을 닭장에 넣어 주니 암탉이 달걀인 줄 알고 품어서 나중에 부화가 됐지. 시커먼 독수리 새끼가 노란 병아리 틈에 끼어 살면서 갖은 구박을 다 받고 살았다네. 새끼 독수리는 병아리처럼 되려고 무진 애를 썼지.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 살던 할아버지가 새 중의 왕 독수리 새끼가 병아리가 되려고 삐약삐약거리는 걸 보고 마음이 답답해졌다네. 그래서 새끼 독수리를 붙들고 ‘독수리야, 너는 기억하라. 자신이 독수리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하면서 바닥에 떨어뜨렸다네. 새끼 독수리는 땅에 떨어지자 아프니까 막 울며 도망가 버렸지.
며칠 후 안 되겠다 싶어서 할아버지는 다시 그 독수리를 데리고 지붕 위로 올라갔다네. 그러고는 ‘독수리야, 너는 기억하라! 네 자신이 독수리라는 것을.’ 하면서 날아보라고 지붕에서 떨어뜨렸다네. 그런데 이번에도 새끼 독수리는 날지 못하고 겁을 집어먹고 비명을 질렀지.
한참 지난 후에 할아버지는 다시 결심을 했어. 이번에는 기어코 새끼 독수리에게 자기 정체성을 가르쳐 주겠다고 말이야. 그래서 독수리를 안고 높은 산 절벽으로 올라갔지.
할아버지는 절벽 위에 서서 ‘독수리야, 너는 기억하라. 제발 좀 기억하라. 너는 쩨쩨한 병아리가 아니고 새 중에 독수리라는 사실을….’ 하면서 떨어뜨리려고 하자 두 번이나 당했던 새끼 독수리는 이제 죽는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날개를 펼쳤다네. 그러자 날개 사이로 바람이 불어 들어와 붕 떠올랐지. 그래서 점점 높이 훨훨 날기 시작했다네. 할아버지는 목이 메어 소리쳤지. ‘그래, 너는 분명히 멋있는 독수리였어.’ 이 이야기처럼 우리는 세상 사람들과 섞여서 초라하고 고달프게 살지만 하나님께로부터 난 하나님의 자녀라네.”
그에게 하나님의 자녀된 신분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거의 한 달 가량 아침마다 만나서 그 의자에 함께 앉아 말씀도 전해주고 위로하며 함께 기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
“믿어요, 선생님. 저도 이제 믿어요. 선생님이 제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알려줬어요. 하나님이 저를 사랑하신다는 것도 알았어요.”
볼품 없이 구겨져 있던 남수 형제의 날개가 활짝 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썩은 냄새를 풍기며 의자에서 잠을 자고 쓰레기통을 뒤지며 방황하던 그의 모습이 멀쑥한 옷을 입고 성경을 읽으며 기도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외로운 할머니를 모시고 새벽기도 가더니, 어느 날은 강남 역 뉴욕제과 앞에서 어떤 사람과 얘기를 하고 있길래 거기서 뭐하냐고 물었더니 “선생님, 저 지금 전도해유.” 하는 것이었다.
그 후, 한동안 소식도 없고 보이지 않더니 어느 날 전화가 왔다.
“저 지금 강남기도원에 와 있어유. 어떤 목사님 한 분을 만났는데요, 교회를 건축하려고 장로님들하고 기도하러 왔어유. 저는 건축헌금을 낼 돈이 없으니까 벽돌 한 장이라도 몸으로 날라서 바치려구유.”
그 후로 남수 형제 소식은 끊겼지만 그가 어느 곳에서든지 하나님의 자녀된 새로운 신분으로 독수리처럼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리라 믿는다.
“하나님, 제가 혹시라도 하나님이 예비하신 영혼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도록 분별할 수 있는 눈을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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