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과 같은 위기의 시대를 흔히 난세(亂世)라고 합니다. ‘안정적인 환경에서는 시스템만으로도 별 사고 없이 잘 돌아가지만, 위기 속에서는 언제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난세에는 인재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아집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옛말의 의미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이번 리더십 네트워크에서는 불황을 극복하는 리더십의 6가지 포인트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2009년 1월 7일자 LG Business Insight에 실린 김현기 책임연구원의 “되돌아 보는 CEO 리더십의 기본”에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1. 두려움을 다스리는 용기
불황기에는 모두가 두려운 마음을 갖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두려움의 전염성입니다. 특히 리더가 보이는 두려운 기색은 일파만파로 조직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두려움이 전염되지 않게 하려고 과장된 행동을 하거나, 근거가 없는 기대감을 심어주려 해서는 곤란합니다. 진정한 용기란 ‘두려움이 적다거나 두려움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 아니라, 두려움을 지배할 줄 아는 지혜’입니다.
2. 흔들림 없는 소신
위기에 빠진 닛산社를 회생시킨 카를로스 곤은 극심한 위기에 빠졌을 때 냉철한 현실인식으로 위기 상황을 돌파한 CEO로 유명합니다. ‘버릴 것은 철저히 버린다’며 어려운 구조조정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의 진가는 구조조정에 성공했다는 표면적 이유보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끝까지 밀어붙였던 그의 소신과 어려운 현실을 정면으로 돌파했던 용기에 있었습니다. 사실 최악의 위기 상황에 놓인 기업에게는 구조조정이란 카드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평소에는 인재와 구성원의 소중함을 외치던 회사들이 조금만 어려워지면 쉽사리 정리해고라는 카드를 들고 나오는 것은 문제입니다. 소신도 없이 ‘남들이 하니까’라든지, ‘줄이고 보자’는 식의 접근은 절대 금물입니다.
3. 희망의 불씨가 되는 진정성
불황 극복을 위해서는 흔들림 없는 소신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안에는 꼭 진정성이 녹아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희망의 불씨가 구성원의 가슴에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진정성은 구성원의 마음을 얻고 희망을 심어주는 토대입니다. 환경이 어려우니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무조건 ‘너부터 졸라매라’라는 식이 아니라, 리더부터 ‘나부터 졸라매겠다’라는 진정성을 보여야 합니다. 이를 실천할 때야 비로소 구성원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4. 무난함에 대한 경계심
리더에게 무난함은 독(毒)일 수 있습니다. 모토로라社의 사례는 이에 대한 좋은 본보기입니다. 1983년 세계 최초로 휴대폰을 발명하는 등 휴대폰 업계의 선두주자였습니다. 그런데 2000년 당시 CEO였던 크리스토퍼 갤빈은 PC사업, 메인 프레임 컴퓨터, 인공위성 사업 등 여러 분야에 역량을 분산시킨 바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휴대폰 시장의 위기 속에서 때마침 휴대폰의 디지털 전환이 늦어졌고, 이는 휴대폰 시장 1위 자리를 노키아에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로 인해 2003년 갤빈은 해임되었습니다. 평소 그의 무난한 리더십은 호황기에는 통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위기 상황 속에서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위기가 느껴질 때라도 빠른 의사결정으로 반전의 기회를 잡았어야 하는데 그것이 힘들었던 탓입니다.
5. 사소함에 대한 관심
면도날을 갈아야 하는 불편함처럼 사소한 문제가 킹 질레트(King Gillette)에게 일회용 면도기를 개발하게 했습니다. 무언가 대단한 것만이 창조적 영감을 자극하고 반전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사소함 속에서도 ‘안 되는 일’보다 ‘되는 일’을 찾으려는 열정을 가져야 합니다. 일본의 하나마나 소시지社의 사례입니다. 회사는 매출이 급감하며 곤경에 처하자, 궁여지책으로 대대적인 가격세일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쉽게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속이 타던 사장이 하루는 공장을 돌아보다가 부러진 소시지를 재가공하는 공정을 목격했습니다. 조금은 내키지 않았지만 사장은 “그것 말이야, 그냥 팔지. 가격도 많이 내렸는데…”하고 부러진 것들도 그냥 포장해서 팔도록 지시합니다. 며칠이 지나자, 의외로 부러진 제품에 대한 반응이 좋게 나타났습니다. ‘싼 이유가 부러진 것 때문이라면, 먹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소비심리가 제품 판매를 부추긴 것입니다. 우연한 발상으로 회생의 기회를 맞이한 사장은 오히려 “다 부러뜨려라!”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6. 바닥을 두루 살피는 소통
Mach3라는 블록버스터급 제품들에 힘입어 성장가도를 달려오던 질레트社는 2000년대 초반 조직 병리 현상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하자 소매상들에게 분기 마지막 날이면 할인혜택을 제공하며 재고를 밀어냈습니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과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회사의 구성원들이 이러한 문제를 감추며 책임을 회피했던 것이 회사의 어려움을 키우게 했습니다. 사실상 현장 가까이에 있지 않는 CEO들이 이러한 문제를 좀처럼 알아채기 쉽지 않습니다. 상황이 악화되고 나서야 ‘그게 문제였구나!’라고 뒤늦은 후회를 할 뿐입니다. 그런데 2001년 2월 짐 킬츠라는 새로운 CEO를 맞이하면서 회사는 변모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취했던 행동은 조직 전반에 원활한 소통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몇 달 전부터 외부인의 시각에서 질레트의 강약점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구성원들과 진솔하게 대화했습니다. 그리고 주간 스텝 미팅, 주간 글로벌 경영자들과의 사업 리뷰 미팅, 분기별 경영층과의 이틀짜리 오프사이트 미팅, 사내 인트라넷에 CEO 홈페이지 개설 등을 통해 현장과의 소통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홈페이지의 경우, 모든 직원들이 자유롭게 질문을 올리면 CEO가 직접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사실 킬츠가 더욱 신경 썼던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양보다 질이었습니다. 투명한 대화로 숨겨진 사실들을 노출시키는데 주력했습니다. 과거 실수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기보다 문제의 원인을 깊이 분석하고 미래를 위한 해결책 마련에 집중했습니다. 구성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동시에 위기 돌파의 묘책을 구상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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