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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기사입력 2007-12-21 20:17
[한겨레] 대형사는 외형성장, 중소업체는 찬바람
‘임프린트’ 웅진출판 업계 5위권으로 도약
자기계발서 여전히 강세 속 문학 회생 ‘희망’
“출판업계가 어렵다는 얘기는 이젠 별 의미가 없다. 출판불황이라는 게 워낙 고질화돼, 그런 얘기는 양치기 소년 얘기처럼 들린다. 그보다는 격차가 커졌다고 얘기하는 게 옳을 것이다.”
이홍 리더스북 대표는 2000년대 이후, 특히 최근 2~3년간 출판계도 ‘규모의 경제화’, 곧 자본력과 마케팅 비중이 커지면서 소자본과 순발력 있는 기획만으로도 통하던 시대는 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여전히 “개천에서 용나는” 예외들이 없지 않지만 신자유주의 광풍은 출판계도 예외로 남겨두지 않았다.
‘최근 2~3년’이면 출판계에 임프린트 체제(대형출판사들이 특정분야별 브랜드를 따로 만들어 전문편집자들에게 출판·운영권을 맡겨 외연을 확장하는 시스템)가 본격 도입된 시기와 겹친다. 임프린트 체제 본격도입 이후 출판계 풍속도와 지형은 크게 바뀌고 있다. 여기서도 양극화는 새삼스러울 게 없다.
매출규모 기준 올해 출판사들 순위에는 변화가 예상된다. 매출액 400억원대의 민음사와 그 뒤를 잇는 김영사와 예담은 변함없는 강자다. 여기에 3년 전부터 임프린트제를 도입해 단숨에 민음사와 겨루는 외형성장을 이룩한 웅진 단행본출판그룹이 가세한다. 3년 전까지만 해도 200억원 미만의 5위권 밖에 머물던 웅진의 올해 예상매출액은 최대 420억원대. 산출기준과 방식에 따라 바뀔 수 있어 이를 토대로 순위를 매기기엔 무리가 있으나 판도를 가늠할 수는 있다. “일단 파이 키우기엔 성공했다. 성장통이 있기 마련이지만 대체로 임프린트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웅진계열의 리더스북 이홍 대표는 말했다.
하지만 내실까지 그럴지는 의문이다. 예컨대 매출규모 50억원 안팎의 중견 출판사들은 올해 별 이익을 내지 못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과다한 마케팅 비용과 베스트셀러를 향한 할인경쟁 등이 수익구조를 악화시켰다며 “웅진, 예담, 김영사, 시공사 등의 대형사들도 외형이 약간 늘고 억대의 특별수당을 지급한 곳이 있을 정도로 개별사 차이도 있다지만 전체적으로 수익률은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담계열의 위즈덤하우스 신민식 홍보마케팅분사장도 출판사 전체로 볼 때 매출규모가 오히려 지난해보다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서점들도 하반기에 좀 개선되긴 했지만 전반적을 지난해보다도 사정이 좋지 않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통계로는 2002년 이후 전반적 하강추세다. 2005년에 반짝 매출증가를 기록했으나 매년 2~5%씩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했다. 올해도 지난해에 비해 2% 정도의 마이너스 성장일 것으로 관측된다. 신씨는 “외형성장을 한 대형사들도 투자대비 수익률은 잘해야 제자리걸음일 것이고 군소출판사들은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물론 일률적으로 얘기하긴 어렵다. 이홍 대표 말처럼 “불황이라 하는 것은 추운 쪽 얘기고, 잘나가는 쪽에서 보면 그런 얘기는 엄살”일 수 있다.
작은 출판사들 중에도 약진한 곳들이 있다. 각기 10만 부를 바라보는 판매고를 기록한 〈생각의 탄생〉(로버트 루빈스타인 외)의 에코의서재와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의 부키 등이다. 인문사회분야의 책들이 이런 성적을 낸 것은 특기할 만하다. 경제·경영서나 자기개발류의 실용서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출판시장에서 이들의 성공은 어떤 상황에서든 분야를 막론하고 사회적 문제의식과 수요에 부합하는 밀도 있는 내용이라면 언제든 환영받는다는 불변의 진리를 재확인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88만원 세대〉(우석훈·박권일)의 레디앙도 같은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대형사인 김영사의 〈만들어진 신〉(리처드 도킨스)도 동일선상에서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책 자체의 품질 외에 아프간 인질사태와 반개신교 정서가 적지않은 영향을 끼쳤을 〈만들어진 신〉의 판매호조는 사회양극화를 다룬 〈88만원 세대〉나 신자유주의의 위선과 위험을 폭로한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선전과 함께 당대의 절박한 사회적 화두를 제대로 붙잡은 셈이다. 결코 가볍지 않음에도 선전한 〈생각의 탄생〉은 자기개발류의 성격을 지니지만 일반 자기개발 도서들과는 차이가 있다. 조영희 에코의 서재 대표는 독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지식과 정보가 아니라 그 속에 녹아 있는 “영감과 통찰력”이라고 정리했다.
하지만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것은 경제·경영서와 자기개발류 도서들이다.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시대에 각자 어떻게 살아남아 더 유리한 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60만부를 넘긴 〈이기는 습관〉(전옥표), 50만부대의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정철진), 25만부를 넘긴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신시야 샤피로), 10만부를 넘긴 〈금융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송승용), 〈1일 30분- 인생승리의 공부법 55〉(후루이치 유키오) 등에 쏠린 대중은 끝없는 경쟁과 자기연마에 내몰리고 있는 이 시대 연약한 개인들의 자화상이다. 역시 60만부를 넘긴 〈시크릿〉(론다 번)이나 〈배려〉(한상복) 등도 다르지 않다. 허구와 역사적 사실을 조합한 팩션의 여전한 강세도 풍부한 스토리텔링(서사)과 새로운 지식에 대한 변함없는 대중적 욕구를 반영한다.
격차는 장르별로도 관찰되는데, 올해 문학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인 점은 주목할 만하다. 판타지나 일본 젊은 작가들 작품이 선도하는 지금 추세가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있으나 출판계는 시장확대에 조심스럽게 기대를 걸고 있다. 전반적 지리멸렬 속에 〈남한산성〉의 김훈, 〈바리데기〉의 황석영, 〈즐거운 나의 집〉의 공지영, 〈친절한 복희씨〉의 박완서 등 중견·원로 작가들이 괄목할 만한 활약상을 보인 국내소설분야도 특기할 만하다.
작은 출판사가 무너지면 출판업 전체가 붕괴할 것이라며 양극화를 경계한 출판평론가 최성일씨는 과학분야 대작들이 번역돼 나오고 묵직한 평전들이 연이은 점을 좋은 소식으로 꼽았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한겨레] 대형사는 외형성장, 중소업체는 찬바람
‘임프린트’ 웅진출판 업계 5위권으로 도약
자기계발서 여전히 강세 속 문학 회생 ‘희망’
“출판업계가 어렵다는 얘기는 이젠 별 의미가 없다. 출판불황이라는 게 워낙 고질화돼, 그런 얘기는 양치기 소년 얘기처럼 들린다. 그보다는 격차가 커졌다고 얘기하는 게 옳을 것이다.”
이홍 리더스북 대표는 2000년대 이후, 특히 최근 2~3년간 출판계도 ‘규모의 경제화’, 곧 자본력과 마케팅 비중이 커지면서 소자본과 순발력 있는 기획만으로도 통하던 시대는 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여전히 “개천에서 용나는” 예외들이 없지 않지만 신자유주의 광풍은 출판계도 예외로 남겨두지 않았다.
‘최근 2~3년’이면 출판계에 임프린트 체제(대형출판사들이 특정분야별 브랜드를 따로 만들어 전문편집자들에게 출판·운영권을 맡겨 외연을 확장하는 시스템)가 본격 도입된 시기와 겹친다. 임프린트 체제 본격도입 이후 출판계 풍속도와 지형은 크게 바뀌고 있다. 여기서도 양극화는 새삼스러울 게 없다.
매출규모 기준 올해 출판사들 순위에는 변화가 예상된다. 매출액 400억원대의 민음사와 그 뒤를 잇는 김영사와 예담은 변함없는 강자다. 여기에 3년 전부터 임프린트제를 도입해 단숨에 민음사와 겨루는 외형성장을 이룩한 웅진 단행본출판그룹이 가세한다. 3년 전까지만 해도 200억원 미만의 5위권 밖에 머물던 웅진의 올해 예상매출액은 최대 420억원대. 산출기준과 방식에 따라 바뀔 수 있어 이를 토대로 순위를 매기기엔 무리가 있으나 판도를 가늠할 수는 있다. “일단 파이 키우기엔 성공했다. 성장통이 있기 마련이지만 대체로 임프린트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웅진계열의 리더스북 이홍 대표는 말했다.
하지만 내실까지 그럴지는 의문이다. 예컨대 매출규모 50억원 안팎의 중견 출판사들은 올해 별 이익을 내지 못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과다한 마케팅 비용과 베스트셀러를 향한 할인경쟁 등이 수익구조를 악화시켰다며 “웅진, 예담, 김영사, 시공사 등의 대형사들도 외형이 약간 늘고 억대의 특별수당을 지급한 곳이 있을 정도로 개별사 차이도 있다지만 전체적으로 수익률은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담계열의 위즈덤하우스 신민식 홍보마케팅분사장도 출판사 전체로 볼 때 매출규모가 오히려 지난해보다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서점들도 하반기에 좀 개선되긴 했지만 전반적을 지난해보다도 사정이 좋지 않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통계로는 2002년 이후 전반적 하강추세다. 2005년에 반짝 매출증가를 기록했으나 매년 2~5%씩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했다. 올해도 지난해에 비해 2% 정도의 마이너스 성장일 것으로 관측된다. 신씨는 “외형성장을 한 대형사들도 투자대비 수익률은 잘해야 제자리걸음일 것이고 군소출판사들은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물론 일률적으로 얘기하긴 어렵다. 이홍 대표 말처럼 “불황이라 하는 것은 추운 쪽 얘기고, 잘나가는 쪽에서 보면 그런 얘기는 엄살”일 수 있다.
작은 출판사들 중에도 약진한 곳들이 있다. 각기 10만 부를 바라보는 판매고를 기록한 〈생각의 탄생〉(로버트 루빈스타인 외)의 에코의서재와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의 부키 등이다. 인문사회분야의 책들이 이런 성적을 낸 것은 특기할 만하다. 경제·경영서나 자기개발류의 실용서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출판시장에서 이들의 성공은 어떤 상황에서든 분야를 막론하고 사회적 문제의식과 수요에 부합하는 밀도 있는 내용이라면 언제든 환영받는다는 불변의 진리를 재확인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88만원 세대〉(우석훈·박권일)의 레디앙도 같은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대형사인 김영사의 〈만들어진 신〉(리처드 도킨스)도 동일선상에서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책 자체의 품질 외에 아프간 인질사태와 반개신교 정서가 적지않은 영향을 끼쳤을 〈만들어진 신〉의 판매호조는 사회양극화를 다룬 〈88만원 세대〉나 신자유주의의 위선과 위험을 폭로한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선전과 함께 당대의 절박한 사회적 화두를 제대로 붙잡은 셈이다. 결코 가볍지 않음에도 선전한 〈생각의 탄생〉은 자기개발류의 성격을 지니지만 일반 자기개발 도서들과는 차이가 있다. 조영희 에코의 서재 대표는 독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지식과 정보가 아니라 그 속에 녹아 있는 “영감과 통찰력”이라고 정리했다.
하지만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것은 경제·경영서와 자기개발류 도서들이다.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시대에 각자 어떻게 살아남아 더 유리한 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60만부를 넘긴 〈이기는 습관〉(전옥표), 50만부대의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정철진), 25만부를 넘긴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신시야 샤피로), 10만부를 넘긴 〈금융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송승용), 〈1일 30분- 인생승리의 공부법 55〉(후루이치 유키오) 등에 쏠린 대중은 끝없는 경쟁과 자기연마에 내몰리고 있는 이 시대 연약한 개인들의 자화상이다. 역시 60만부를 넘긴 〈시크릿〉(론다 번)이나 〈배려〉(한상복) 등도 다르지 않다. 허구와 역사적 사실을 조합한 팩션의 여전한 강세도 풍부한 스토리텔링(서사)과 새로운 지식에 대한 변함없는 대중적 욕구를 반영한다.
격차는 장르별로도 관찰되는데, 올해 문학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인 점은 주목할 만하다. 판타지나 일본 젊은 작가들 작품이 선도하는 지금 추세가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있으나 출판계는 시장확대에 조심스럽게 기대를 걸고 있다. 전반적 지리멸렬 속에 〈남한산성〉의 김훈, 〈바리데기〉의 황석영, 〈즐거운 나의 집〉의 공지영, 〈친절한 복희씨〉의 박완서 등 중견·원로 작가들이 괄목할 만한 활약상을 보인 국내소설분야도 특기할 만하다.
작은 출판사가 무너지면 출판업 전체가 붕괴할 것이라며 양극화를 경계한 출판평론가 최성일씨는 과학분야 대작들이 번역돼 나오고 묵직한 평전들이 연이은 점을 좋은 소식으로 꼽았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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