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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학의 고민

에스더 이경숙............... 조회 수 2092 추천 수 0 2008.02.15 13: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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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에4:13-17 
설교자 : 이경숙 교수 
참고 : 새길교회 
오늘은 제가 이화여대 기독교학과에서 세운 이화여성신학연구소에 관련하고 있는 만큼 여러분들과 함께 여성신학에 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에스더기를 중심으로 여성신학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구약성서에는 여성의 이름으로 된 책이 두 권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룻기이고 다른 책은 에스더기입니다. 룻기는 매우 소박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목가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반면 에스더기는 왕후 에스더가 민족을 구한다는 스케일이 좀 큰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국 교회에서는 룻기 보다는 에스더기가 더 많이 알려진 것 같은데 그것은 우리 민족이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겨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지난 94년 3월 한일여성신학 Forum에서 일본에서는 에스더기에 관해서는 설교도 강독도 별로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에스더와 같은 인물이 필요한 상황이 없어서인지 에스더에 관해서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면 한국 교회에서는 대부분의 여신도회를 에스더회로 칭하면서 교회 여성들이 모두 에스더와 같이 민족을 구하는 여성이 되기를 희망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일본 식민지 정책의 피해국과 가해국 사이에 존재하는 성서를 보는 입장의 커다란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선 에스더기의 내용을 한번 요약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페르시아의 아하수에로 왕이 인도에서 에티오피아에 이르는 127개 지방을 다스린지 3년만에 도성 수산에서 180일간에 이르는 큰 잔치를 베푸는 데서 시작합니다. 왕은 축제 분위기에 맞게 "와스디 왕후를 화관으로 단장시켜 모셔오라"고 분부를 내립니다. 왕은 아름다운 왕후를 백성과 대신들 앞에서 자랑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왕후 와스디는 어쩐 일인지 이를 거절하였고 왕은 크게 분노했습니다. 분노한 왕과 대신들은 대책을 의논하였습니다. 그들은 왕후 와스디가 왕에게 죄를 지었을 뿐 아니라 다른 일반 부녀자들에게 남편을 업신여기도록 나쁜 영향을 미치게 할 것이므로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결국 왕은 와스디를 폐위하고 "남편이 자기 집을 주관하여야 한다"는 칙서를 각 지방의 글과 각 민족의 말로 써서 전국에 공포하였습니다.
그 후 와스디의 후계자를 뽑기 위해 전국에서 아름다운 처녀들을 뽑아 12달 동안 단장을 시켜 왕에게 들여보냅니다. 이 왕후 후보자 중에 모르드개라는 유다 관리의 사촌 누이동생 에스더가 끼어 있었습니다. 그녀는 일찍 부모를 여의었으므로 모르드개가 그를 딸로 삼았습니다. 그녀는 몸매도 아름답고 용모도 단정하여 왕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에스더는 모르드개의 충고대로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것을 숨기고 궁중에 들어가 결국 왕후가 되었습니다.
에스더가 궁전으로 들어 간 후 모르드개는 왕을 암살하려는 음모를 적발하게 됩니다. 에스더는 모르드개의 이름으로 이를 왕에게 고했고 왕의 암살 음모자들은 모두 처형됩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궁중실록에 기록되었습니다. 한편 페르시아 궁중에는 하만이라는 궁내 대신이 있었습니다. 그는 아주 거만해서 자기에게 굽히고 절하지 않는 모르드개를 미워하여 모든 유대인들을 죽이려고 결심합니다. 하만은 왕에게 허락을 받아낸 후, 주사위(브르)를 던져서 나온 날짜인 12월 13일에 모든 유대인을 죽이고 재산을 몰수하도록 결정하여 공포합니다. 여기서 모르드개는 에스더에게 왕에게 청하여 유대민족을 구하라는 요청을 합니다. 그러나 왕이 부르지 않을 때 왕에게 나아가면 그 사람은 사형에 처해지는 법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에스더는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는 이러한 모르드개의 요청을 수락할 수가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이 때 모르드개는 에스더에게 "궁궐에 있다고 해서 왕후만이 유다 사람이 겪는 재난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런 때에 왕후께서 입을 다물고 계시면, 유다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라도 도움을 얻어서, 마침내는 구원을 받고 살아날 것이지만, 왕후와 왕후의 집안은 멸망할 것입니다"라고 위협합니다. 에스더는 유대인들에게 3일 동안 자신을 위해 단식 기도를 드려줄 것을 요청하고는 자신도 단식 기도를 합니다. 그리고는 오늘 여러분들에게 읽어드린 성경 본문대로 법을 어겨서라도 왕께 나아가서 민족을 위해 간언할 것을 결심하게 됩니다.
왕은 갑자기 나타난 에스더의 등장을 기뻐하였고 모르드개는 예전에 왕 암살 음모자 적발사건 때문에 크게 상을 받았으며, 하만의 유대인을 전멸시키려는 계획은 폭로가 되어 모르드개를 죽이려고 마련했던 장대에 하만 자신이 매달려 죽음을 당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하만이 제비(브르)를 뽑아 결정한 12월 13일, 즉 유대인을 죽이려고 계획했던 날에 오히려 유대인들이 그들의 원수를 갚았고, 큰 잔치를 베풀었으며, 그 후 매년 14일에는 브르 곧 제비를 뽑았음을 기념하여 이 날을 부림절이라고 칭하고 서로 선물을 교환하면서 모르드개의 업적을 기렸다는 것이 나옵니다.

이 에스더기의 내용은 아주 박진감 있고 또 드라마틱하고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신학적으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유대인들이 하만의 아들 10명을 죽이고, 수산 도성에서도 500명을 죽였고, 전국에서 7만 5천명을 죽였다는 얘기는 무척 통쾌하지만 잔인하고 또 원시적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세속적이고 흥미 위주의 비종교적인 이야기가 어떻게 성서 속에 경전으로 포함되었는지 의아해 하기도 합니다. 마틴 루터는 에스더기가 경전에 없는 것이 나을 뻔했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스더기는 페르시아 당시의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의 종교관과 종교적 상황을 잘 반영해 주고 있습니다. 가령 에스더기 4장 14절에서 "왕후께서 입을 다물고 있으면, 다른데서라도 구원의 손길이 와서 유대인들 앞에 살 길이 열릴 것이오"라고 말하는 것은 페르시아 통치시대에도 유대인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하나님에 대해 철저히 신뢰하였는가를 잘 반영해 주는 말입니다. 또 악한 적대자 하만의 계획이 자꾸 어긋나고 악인이 벌을 받고 착한 사람들이 상을 받는다는 이야기 전개도 그 당시 유대인들의 뿌리 깊은 신앙 내용을 잘 반영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들이 그 당시 기리던 부림절 축제를 자신들의 민족의 역사, 해방의 역사와 결부시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데에 있을 것입니다. 학자들은 이 이야기도 페르시아의 축제를 이스라엘화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본래 그들의 축제를 대부분 가나안이나 그 밖에 다른 이방 사회로부터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축제를 받아들일 때에 항상 자신들의 역사와 결부시켜 "이스라엘화"하는 작업을 합니다. 무교절 즉 유월절 축제는 출애굽 사건과 결부시켰고, 신년 축제는 시내산 계약 사건과, 장막절 축제는 가나안 땅 점령 사건과 결부시켰습니다. 아마도 부림절이라는 축제도 본래는 한 해의 "운", "재수"를 뽑고 선물을 나누어 갖던 페르시아의 축제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지역에 와서 살게 된 유대인들도 이 축제를 받아들이게 되었을 것이고 그러면서 동시에 이 축제를 자신들의 역사 이야기와 결부시키기를 원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유대인들은 "브르"(제비)가 들어가는 "멋진 이야기"가 필요했을 것이고, 이미 존재하던 에스더의 이야기가 축제의 근거로 채택되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유대인들은 이방의 축제였던 부림절을 자신들의 해방과 구원의 역사에 결부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분석을 하면서도 여성의 입장에서 에스더기는 무언지 석연치 않은 점을 담고 있음을 보게 되며, 그것이 매우 곤혹스럽습니다. 에스더의 용기를 찬양하기에는 무언가 주저되는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에스더는 부귀와 영화를 위해 자신이 유다 출신인 것을 속이고 왕비가 되었으며, 민족을 위해 왕에게 간청한 것도 자신의 판단에 의해 움직인 것이 아니라 모르드개의 조정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유대민족의 해방을 가져온 것도 결국 에스더의 미모와 이로 인한 왕의 총애 때문입니다. 따라서 에스더가 결과적으로 민족을 구원하고 해방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무작정 그녀를 찬양하기는 힘든 점이 있습니다. 여자는 예뻐야 하고, 모르드개 같은 남성의 지시도 잘 따라 주어야 하며, 결과적으로는 민족을 죽음을 무릅쓰고 구해야 한다는 것이 에스더기가 여성들에게 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런데 가만히 따져보면 이것은 바로 남성들이 바라는 이상적 여성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순종적이고, 아름답고, 요령 있는 에스더 같은 여성은 여성의 입장에서 볼 때는 큰 부담감을 주고 있습니다. 여성은 미모와 순종 그리고 애교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매우 남성주의적이고 반여성적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폐위가 된 와스디를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술자리에 양념으로 등장할 것을 거부한 와스디는 폐위되고 전면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남성 저자의 눈에 아주 고약한 여자로 보였기 때문이겠지요. 여성신학은 "예" "아니오"를 분명히 말한 와스디를 훨씬 더 훌륭한 여성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교회와 남성들은 남성 중심적으로 여성들에게 일반적 역할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에 와스디의 폐위는 아직도 계속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여성신학의 고민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와스디처럼 자기 주장을 하고 폐위 당할 것인가 아니면 에스더처럼 기존 질서의 틀을 유지하면서 자기 주장을 조금씩 할 것인가의 선택입니다. 후자는 몹시 괴롭습니다. 언제나 폐위 당하는 일이 없이 여성 스스로 자신들의 일과 자리를 찾고 정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 날을 위해 여성신학은 노력하고 있습니다. 힘있는 자들이 힘없는 사람들의 역할과 일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평등하고 신실하게 올바른 관계를 유지해 나가서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사회를 이루어 나가는 일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성서는 여자나 남자나 주인이나 종이나 모두 하나님의 계약의 동반자로서 모두 존귀한 존재임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성서에 나타난 인간 해방의 희망과 비전은 여성신학이 현재 처해 있는 고민과 갈등 상황에도 불구하고 계속 노력하고 앞서 나아갈 것을 요구합니다. 여성을 우대하셨던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는 새길교회 교인들이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잠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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