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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빚을 갚으라

마태복음 김광수 목사............... 조회 수 2001 추천 수 0 2008.08.04 09: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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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마18:23-35 
설교자 : 김광수 목사 
참고 : 새길교회 2001.11.18 주일설교 
이렇게 부족한 종을 귀한 자리에 불러주신 우리 하나님과 새길교회 형제·자매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봄에 저희 은행골우리집이 분가했을 때 아끼시던 그릇과 탁자 등 저희들을 살리기 위해 살림을 나누어주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오다가 보니까 단풍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일년동안 나무를 자라게 하고 열매를 맺게 하고 난 뒤에는 아무런 미련 없이 한 줌의 거름이 되기 위해 길거리에 나뒹구는 낙엽을 볼 때마다 낙엽은 참으로 아름답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것을 주되 그냥 거저 주고 자신은 드러내거나 생색내지 않습니다. 저도 이런 낙엽과 같은 삶을 닮고 싶습니다.

저는 가정 내 심한 폭력이나 억압 등으로 가정이 해체된 아이들과 은행골우리집에서 씨름한 지 1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9년 전 어느 날 알콜중독인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추운 겨울에 길거리에서 자는 아이들을 만나게 된 것이 계기였습니다. 이 아이들을 못본체 할 수도 없고 다른 대책도 없어서 우리 집 문을 열어서 함께 살게된 것이 계기였습니다. 그 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저는 이 아이들을 주님께서 제게 보내주셨음을 깨달았습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일만 달란트나 되는 돈을 빚진 사람이 자기 빚은 탕감해달라고 왕에게 애걸하고 자기에게 백데나리온 밖에 안 되는 빚을 진 사람을 못살게 굴자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왕이 그 종을 불러 "이 몹쓸 종아, 네가 애걸하기에 나는 그 많은 빚을 탕감해주었다. 그렇다면 내가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자비를 베풀었어야 할 것 아니냐"하며 몹시 노하여 형리에게 넘겼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그 종을 왜 무자비한 종이라고 합니까?

자신이 받은 은혜를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개구리 올챙이시절 모른다는 속담도 있지만 이런 사람을 흔히들 배은 망덕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하나님과 주위로부터 그토록 많은 은혜를 받았으면서도 잊고 지내는 사람입니다. 화장실 갈 때하고 가고 나서가 달라지는 것이 우리 인간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 인간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무자비한 종을 닮은 면이 있습니다. 저 역시도 제가 자란 과정을 보면 부모님을 비롯하여 숱한 사람들의 도움과 하나님의 은혜로 자랐습니다. 그러나 이를 잊고 지낼 때가 많습니다. 사실 늘 기억하고 지낼 수가 없지요? 그러나 받은 것은 잊어버리고 받을 것만 기억한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내가 받은 은혜를 잊고 지내기에 우리는 남에게 준 빚을 탕감해줄 이유도 없고 용서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흙도 하늘에 솟으면 달과 같이 빛을 내듯이 내가 받은 은혜를 알면 내 마음이 그리스도에 속합니다.

저는 아이들과 같이 살기 전에는 제 스스로 관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얼마나 제 자신이 이기적이며 성급하고 옹졸한 지 깨달았습니다.

가정과 유사한 환경을 통하여 아이들에게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은행골우리집 같은 곳을 그룹 홈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그룹 홈이란 것이 출퇴근이 없습니다. 가정과 사회와 학교로부터 상처가 많은 아이들과 24시간 어울려 지낸다는 것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부모들이 내팽겨쳐버린 십자가를 대신 짊어지는 일이고 부모가 안 갚은 빚을 이자까지 쳐서 갚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은행골우리집이 안정되어 있지만 제가 아이들과 처음 살 때에는 절도가 극성이었고 심지어는 잠잘 때 안방에 몰래 들어와 닥치는 데로 뒤지는 애도 있었습니다. 이게 한 가족으로서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기습공격이지 테러가 따로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사우디 왕족들처럼 돈을 요 밑에 깔고 잡니다. 테러 대비책이지요? 빈 라덴을 잡겠다고 수많은 양민을 희생시킨 부시보다는 확실히 낫죠? 여기 계신 분들 가운데 지금 돈을 깔고 주무시는 분 계십니까? 아마 저처럼 부자도 별로 없을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훔칠 기회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살면 자신의 모든 것이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날 새벽 2시에 집에 들어와 보니 설거지 거리가 쌓여 있어서 설거지를 하면서 은근히 짜증났습니다. 설거지도 안하고 이렇게 쌓아두다니? 내가 이 밤중에 잠도 못 자고 이게 무슨 짓이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가 나서 아이를 깨워서 설거지를 시킬까하다가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울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설거지 같은 것으로 투덜대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내가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짜증내는 데 주님께서는 내 앞거리, 뒤치다꺼리 해주신 적이 어디 한,두번인가? 주님께서 나를 용서해주신 적이 한 두 번이 아닌데 정말 사소한 일로 화를 내고 있지 않으냐? 주님께서 나를 살리시기 위하여 흘리신 피에 비하면 내가 아이들을 위해 한 것은 아무 것도 아닌 데 내가 아이들한테 빚 갚으라고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무자비한 종은 아이들이 아니라 저였습니다.

이처럼 아이들과 같이 살면서 숱한 사건들 속에서 얼마나 내가 자기 중심적인지, 신앙이 옅은지 그리고 악한 존재인지를 깨달았습니다.
제가 어디 악하게 생겼습니까? 무자비하게 생겼습니까?
그러나 얼굴 생김새가 아니라 내 빚을 탕감해주신 주님의 은혜를 잊으면, 주님이 살아 계셔서 우리를 사랑하고 있음을 잊으면 "내 빚을 갚으라"고 큰소리치는 악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아이들과 살면서 받은 가장 큰 은혜는 내 빚을 탕감해주신 주님께서 나를 아무런 대가 없이 사랑하시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이것보다 큰 은혜가 어디 있습니까? 내가 걱정한들 한 순간인들 숨을 연장할 수있습니까? 그런데 어찌 우리가 남들에게 내 빚을 갚으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금년에는 여러 가지 일로 특히 힘들었습니다. 누가 나를 대신하여 아이들을 잘 돌보아 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내게 맡겨진 십자가를 회피하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 때 요나의 모습을 저 안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내 죄를 대신하여 돌아가신 예수님, 나를 구원하신 주님의 은혜를 생각하면 내가 투정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주님께로부터 진빚을 갚는 길이라 어디 쉽고 즐겁기만 하겠습니까? 주님께 진 빚을 갚는 데 주님의 은혜를 깨달으면 새 힘이 솟습니다.

우리 빚을 탕감해주신 주님의 은혜를 늘 깨닫고 느끼며 사는 길이 바로 우리의 삶이 늘 새로워지는 길이며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며 세상을 살리는 새길임을 저는 확실히 믿습니다. 새길을 가고 있는 새길교회 형제·자매님들께 우리 빚을 탕감해주신 살아 계신 주님의 은혜와 사랑이 충만하시길 빕니다.

평신도 열린공동체 새길교회 http://saegilchurch.or.kr
사단법인 새길기독사회문화원, 도서출판 새길 http://saegi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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