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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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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08년 05월 14일 18:13:07
총선 압승, 정치의 보수화, 재벌의 지원, 보수언론의 응원, 시민들의 새 정부에 대한 높은 기대라는 풍부한 정치적 자산을 보유한 이명박의 이 갑작스러운 침몰과 고립무원은 어찌된 일인가. 생후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자꾸 주저앉는 이 낯설고 이상한 사건에 대해 놀랄 게 없다는 듯한 세상 사람들의 낯익은 시선이란 또 뭔가.
그는 머슴처럼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다. 주인인 국민의 뜻을 충실히 따르겠다는 다짐이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주인이 항상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인이 말하지 않거나 시키지 않아도 머슴이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할 때가 있다.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다. 주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머슴 마음대로 정의를 내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머슴이 주인 되고 주인이 머슴 된다. 그가 이 오류를 범했다. 그는 긴급히 값싸고 질좋은 쇠고기를 대량 공급하는 게 국민의 요구라고 믿었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단백질 부족으로 집단 아사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한 것도 아니고, 설사 그렇다 해도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무조건 수입해 달라고 요구하는 주인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타당성이 입증되지 않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란 불확실한 이익을 위해 확실한 이익을 내줌으로써 주인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했다. 이것이 그의 첫 번째 실수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이 실수를 은폐하기 위해 확률 장난을 했다.
머슴 마음대로 주인 의중 정의
광우병으로 죽을 확률을 골프에서 홀인원을 하고 벼락맞을 확률, 떡먹다 죽을 확률, 로또 복권 1등 당첨 뒤 벼락 맞아 죽을 확률과 비교해 보게 한 뒤 광우병 사망확률이 더 낮거나 같으면 수입이 정당하다는 논리를 폈다. 이는 바보에게 “나한테 5대 맞을래, 10대 맞을래, 100대 맞을래”라고 묻자 바보가 “5대 맞겠다”고 대답했다는 바보 시리즈와 같은 수준의 이야기다. ‘안 맞겠다’ ‘쇠고기 수입하지 않겠다’ ‘안전조치한 뒤 수입하겠다’는 선택지를 뺀 나머지 가운데 고르라는 이런 잘못된 확률 게임으로 국민들의 판단력을 잠시라도 흐려 놓으려 했다.
이렇게 이익·논리·명분이 없는 행위를 호도하기 위해 주인을 바보 취급하며 속인 것, 이 것이 세 번째 실수이다. 시민들이 유언비어·괴담·선동·정치음모에 현혹돼 자기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이명박 정부의 주장은 마치 이 나라에 이명박 사람 말고는 제정신 가진 인간이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국민을 모욕하고, 적반하장으로 죄를 뒤집어씌워 국민을 자극한 것, 이것이 네 번째 실수이다. 그러나 네 가지 실수는 다섯 번째 실수에 비하면 사소해 보인다. 그것은 대통령은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 한국 축산업자가 아니라 미국 축산업자, 한국의 국익이 아니라 미국의 국익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점이다. 한국인의 미움을 사더라도 미국인의 사랑을 받으려는 한국 대통령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 한국인의 생명을 그 확률이 아무리 낮더라도 미국이 좌우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바로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불안과 공포의 실체이다. 유언비어와 괴담이 퍼뜨린 근거 없는 광우병 공포는 곧 사라지겠지만, 국가의 행위는 항상 선이고 국익으로 정의된다는 막연한 믿음, 대통령은 공동체를 위해 매사를 신중하게 결정하리라는 사회적 기대가 깨졌을 때 밀려오는 불안은 쉬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민주적 통제를 벗어난 국가와 대통령이 주인의 허락 없이 주권을 외국에 넘김으로써 광우병 확률보다 더 높은 가능성으로 시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음을 알게 한 것, 이 것이 그의 중대 실수가 불러온 진정한 공포이다.
주권도 넘길 수 있다는게 공포
여섯 번째 실수는 이 모든 실수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세게 훈련했다”는 그는 “이럴 때 일수록 일희일비하지 말고 더 일관되고 꾸준한 자세를 견지하겠다”고 했다. 현대건설 사장·서울시장 시절 악조건과 반대 여론속에서 성공신화를 구축한 그는 이런 때에 더 전의를 느낄 수 있다. 그의 성공신화는 그에게 패배나 실수, 양보를 가르친 적이 없다. 게다가 그가 자기 능력을 평가받았다고 인정하기에는 3개월이 너무 짧다. 따라서 성공의 기회가 열려 있다고 믿는 그가 쉽게 굴복하기는 어렵다. 그의 성공신화가 그와 그의 정부, 그리고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할 것이다.
<이대근|정치·국제에디터>
총선 압승, 정치의 보수화, 재벌의 지원, 보수언론의 응원, 시민들의 새 정부에 대한 높은 기대라는 풍부한 정치적 자산을 보유한 이명박의 이 갑작스러운 침몰과 고립무원은 어찌된 일인가. 생후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자꾸 주저앉는 이 낯설고 이상한 사건에 대해 놀랄 게 없다는 듯한 세상 사람들의 낯익은 시선이란 또 뭔가.
그는 머슴처럼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다. 주인인 국민의 뜻을 충실히 따르겠다는 다짐이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주인이 항상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인이 말하지 않거나 시키지 않아도 머슴이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할 때가 있다.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다. 주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머슴 마음대로 정의를 내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머슴이 주인 되고 주인이 머슴 된다. 그가 이 오류를 범했다. 그는 긴급히 값싸고 질좋은 쇠고기를 대량 공급하는 게 국민의 요구라고 믿었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단백질 부족으로 집단 아사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한 것도 아니고, 설사 그렇다 해도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무조건 수입해 달라고 요구하는 주인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타당성이 입증되지 않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란 불확실한 이익을 위해 확실한 이익을 내줌으로써 주인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했다. 이것이 그의 첫 번째 실수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이 실수를 은폐하기 위해 확률 장난을 했다.
머슴 마음대로 주인 의중 정의
광우병으로 죽을 확률을 골프에서 홀인원을 하고 벼락맞을 확률, 떡먹다 죽을 확률, 로또 복권 1등 당첨 뒤 벼락 맞아 죽을 확률과 비교해 보게 한 뒤 광우병 사망확률이 더 낮거나 같으면 수입이 정당하다는 논리를 폈다. 이는 바보에게 “나한테 5대 맞을래, 10대 맞을래, 100대 맞을래”라고 묻자 바보가 “5대 맞겠다”고 대답했다는 바보 시리즈와 같은 수준의 이야기다. ‘안 맞겠다’ ‘쇠고기 수입하지 않겠다’ ‘안전조치한 뒤 수입하겠다’는 선택지를 뺀 나머지 가운데 고르라는 이런 잘못된 확률 게임으로 국민들의 판단력을 잠시라도 흐려 놓으려 했다.
이렇게 이익·논리·명분이 없는 행위를 호도하기 위해 주인을 바보 취급하며 속인 것, 이 것이 세 번째 실수이다. 시민들이 유언비어·괴담·선동·정치음모에 현혹돼 자기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이명박 정부의 주장은 마치 이 나라에 이명박 사람 말고는 제정신 가진 인간이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국민을 모욕하고, 적반하장으로 죄를 뒤집어씌워 국민을 자극한 것, 이것이 네 번째 실수이다. 그러나 네 가지 실수는 다섯 번째 실수에 비하면 사소해 보인다. 그것은 대통령은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 한국 축산업자가 아니라 미국 축산업자, 한국의 국익이 아니라 미국의 국익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점이다. 한국인의 미움을 사더라도 미국인의 사랑을 받으려는 한국 대통령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 한국인의 생명을 그 확률이 아무리 낮더라도 미국이 좌우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바로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불안과 공포의 실체이다. 유언비어와 괴담이 퍼뜨린 근거 없는 광우병 공포는 곧 사라지겠지만, 국가의 행위는 항상 선이고 국익으로 정의된다는 막연한 믿음, 대통령은 공동체를 위해 매사를 신중하게 결정하리라는 사회적 기대가 깨졌을 때 밀려오는 불안은 쉬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민주적 통제를 벗어난 국가와 대통령이 주인의 허락 없이 주권을 외국에 넘김으로써 광우병 확률보다 더 높은 가능성으로 시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음을 알게 한 것, 이 것이 그의 중대 실수가 불러온 진정한 공포이다.
주권도 넘길 수 있다는게 공포
여섯 번째 실수는 이 모든 실수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세게 훈련했다”는 그는 “이럴 때 일수록 일희일비하지 말고 더 일관되고 꾸준한 자세를 견지하겠다”고 했다. 현대건설 사장·서울시장 시절 악조건과 반대 여론속에서 성공신화를 구축한 그는 이런 때에 더 전의를 느낄 수 있다. 그의 성공신화는 그에게 패배나 실수, 양보를 가르친 적이 없다. 게다가 그가 자기 능력을 평가받았다고 인정하기에는 3개월이 너무 짧다. 따라서 성공의 기회가 열려 있다고 믿는 그가 쉽게 굴복하기는 어렵다. 그의 성공신화가 그와 그의 정부, 그리고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할 것이다.
<이대근|정치·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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