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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지지율은 올라갈 수 없다

뉴스언론 한겨레21............... 조회 수 1758 추천 수 0 2008.06.16 00: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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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지지율은 올라갈 수 없다

계속 20~30%대에서 벗어날 수 없는 7가지 이유…부시처럼 외부 모멘텀 찾기도 불가능

▣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

취임 100일을 맞이해 각종 언론사가 일제히 발표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가운데 17.1%라는 기록까지 등장했다. 2007년 대선에서 48.7% 득표율로 당선된 이 대통령이 5월부터 20%대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더니 6월에는 10%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높아질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20~30%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남은 임기가 너무나 길고 현재의 지지율이 너무 낮기 때문에 간혹 그보다 높아지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하지만 어쩌다 높아진 지지율은 곧 낮아지고 마는 패턴이 임기 내내 지루하게 반복될 것이다. 예측 불가능하기로 악명 높은 한국 정치 현실 속에서 다소 성급하지만 여기에서 그 이유 일곱 가지를 들어보겠다.


△ 지난 4월20일 미국 대통령 공식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 50%를 넘나들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 회담을 계기로 10%대로 급락한다. 미 대통령과 ‘일촌‘을 맺기 위해 개방한 쇠고기 시장 때문이었다. (사진/ 한겨레 김종수 기자)

첫 번째 이유는 일반적으로 지지율이란 떨어지기는 쉽지만 다시 올라가기는 매우 어렵다는 단순한 원리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개 임기 초에 80~90%로 상승한 뒤 임기 말로 향할수록 점차 줄어든다. 러시아의 푸틴 전 대통령이 임기 말에도 70~80%에 이르는 인기를 누린 것은 아주 드문 사례이다. 임기 말의 부시 미국 대통령의 낮은 인기는 두말할 나위 없지만,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 등도 임기 초부터 낮아진 지지율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두 번째는 한국의 정치제도에 따른 선거 일정 때문이다. 비동시 선거에 기초한 5년 단임 대통령제로 인해 이명박 대통령은 2번의 총선과 1번의 지방선거를 치른다. 이미 2008년 4월 제18대 총선 때문에 천금 같은 임기 초기를 허비했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공천을 계기로 친이와 친박으로 나뉘어 극한 대결을 벌였다. 하지만 차기 당권과 대권을 둘러싼 본격적인 내부 갈등과 경쟁은 아직 막을 올리지도 않았다.

지지율 악순환 만드는 선거 일정

2010년 5월의 지방선거는 이 대통령에 대한 명실상부한 중간선거가 될 것이다. 물론 지방선거이기 때문에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지지율이 낮은 이 대통령은 당이나 후보에 의해 거리두기와 차별화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낮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다.

2012년 4월 총선은 이 대통령이 뒷전으로 밀리고 차기 대선 주자가 치르는 선거이다. 이미 이 대통령은 명실상부한 임기 말 현상을 피하지 못할 시점에 들어선다. 1987년 이후 이 대통령과 똑같은 선거 주기를 경험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임기 160일을 남기고 탈당했다. 그 뒤 김영삼(110일)·김대중(295일)·노무현(362일) 전 대통령도 예외 없이 임기 말에는 소속 정당과 결별하고 힘없는 대통령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선거를 세 번씩이나 치르는 이 대통령이 정치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애석하게도 얼마 남아 있지 않다.

세 번째는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의 성격 때문이다. 현재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들은 모두 특정 계급이나 계층 또는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국민의 삶의 질에 광범위하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대표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한반도 대운하, 공무원 감축 및 연금법 개혁, 의료보험 개혁, 수도사업 민영화를 포함한 각종 공기업 구조조정과 민영화, 공교육 개혁 등이 있다.


수돗물을 안 마시고 사는 국민 없고 의료보험 민영화로 인한 영향권 밖에 있을 국민이 없다. 학생 없는 집이 드물고 학부모 아닌 사람도 적을 텐데, 0교시 수업과 야간자율학습에 우열반을 설치하고 사교육비는 증가하는 중이다. ‘머슴론’으로 들썩이기 시작한 공무원과 구조조정 및 연금법 개정으로 타격받을 공기업 직원의 가족과 친척들이 벌집 쑤신 듯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한데 이 대통령은 이러한 정책을 민주적 여론 수렴 없이 마구잡이로 추진 중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해 삶의 질을 위협받는 전 국민의 마음이 출렁이듯이 이러한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동요할 것이다.

‘반짝’ 지지세력과 부조화 리더십

네 번째는 이 대통령의 지지세력이 가지는 특성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전임 대통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그야말로 수십 년 따라다녔던 영남 유권자, 김대중 전 대통령과 수십 년을 함께했던 호남과 진보세력, 노무현 전 대통령을 쫓아다녔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과 진보세력 등에 견줄 만한 핵심 지지층이 이 대통령에게는 없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이 한창일 때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층을 비교하면서 전자는 모래알이요, 후자는 바위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갑작스런 인기에 반짝 몰린 지지세력이기 때문에 위기가 닥치면 산산이 흩어질 것으로 간주됐다.

과거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와 비교할 때 이 대통령은 수도권과 젊은 세대의 지지를 압도적으로 끌어모았다. 그러나 이들은 항상 시대적 유행에 민감한 여론세력이다. 5월20일치 <한겨레21>에 따르면, 5월6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1천 명의 응답자 가운데 493명이 이 대통령에게 투표했는데 그중 25.2%씩이나 이미 지지를 거두었다. 2007년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찍었던 20대의 40.8%와 30대의 31.3%가 마음을 돌려 가장 높은 기록을 보였다.

그리고 6월 첫 주 일제히 발표된 각 언론사의 취임 100일 여론조사에서는 30~40대 유권자, 고학력자, 수도권 지지층이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가장 심각하게 철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과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을 것이나 2007년에는 이 대통령의 이른바 ‘경제 대통령’ 브랜드에 넘어갔던 세력이다. 심지어 현재는 이 대통령의 핵심 중 핵심 지지층인 화이트칼라, 자영업자, 주부는 물론 50대와 영남의 유권자도 들썩이는 중이다.

다섯 번째는 이 대통령의 리더십 때문이다. 정치 경력이 일천한 이 대통령은 국민이 반대하고 싫어할 때 자신의 눈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보다는 국민이 자기를 몰라주고 틀렸으며 오해한다고 본다. 열대의 동남아에서 고생하며 경영을 배우고 실적을 세웠던 이 대통령에게 여의도 정치는 혐오와 불신과 무시의 대상에 불과하다. 건설회사 사장으로 승승장구했던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반대자, 소수자, 비판자들을 설득하고 타협하는 리더십 훈련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진정 대통령이 펼쳐야 할 정치란 사회의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조화롭게 배분하면서 사회 갈등을 조절하고, 비효율적일 수 있는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다양한 이해를 수렴해 사회를 통합해나가는 것이다. 대통령은 한 당의 당원이지만 국민 전체의 이익를 대변하고 반영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530만 표 차로 당선됐지만 48.7%라는 과반 이하 소수의 지지만 획득했다는 점을 잊어버렸다. 대신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사장처럼 100%의 권력을 위임받은 듯 군림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마음을 빨리 잃어버린 것이다.

‘경제 대통령’ 브랜드 자승자박

게다가 깐마늘 값에서부터 미국 쇠고기 수입 협상까지 국정의 모든 것을 도맡아 처리하는 이 대통령의 리더십은 항상적으로 온 국민의 평가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총선의 후보 공천이나 한나라당 대표 인선에까지 관여한다. 헌법에 보장돼 있는 총리의 책임과 권한까지 무시하면서 자원외교로 그 역할을 국한했다. 현 정부에는 이 대통령 혼자만이 있다. 그 결과 조그마한 실책이나 실정에도 비판의 화살이 모두 이 대통령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

여섯 번째로 이 대통령의 ‘경제 대통령’이라는 브랜드가 자승자박할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야말로 경제 대통령이라는 브랜드 하나 팔아 당선된 대통령이다. 그는 이른바 ‘747 공약’과 한반도 대운하를 공약으로 걸어 경제를 성장시키고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유가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환율도 나빠지고 있으며 약속했던 7% 성장은커녕 예상 성장률이 계속 낮아져서 3.8%(삼성경제연구소)까지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이요, 장기적인 스태그플레이션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경제가 안 좋아진 것이 아무리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국제 유가 상승 때문이라고 하지만, 유권자는 이 대통령의 실력을 의심하지 국제적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이른바 ‘경제선거’의 최대 수혜자인 이 대통령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최악의 경제 상황으로 인해 지지율 하락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이 청년실업을 해결해줄 것을 기대해 몰표를 주었고 영세업자와 자영업자들이 경제성장을 기대해 몰표를 주었지만, 그들의 실망의 골은 계속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랠리 어라운드 더 플래그’(rally around the flag·외부로부터 분쟁이 발생하면 대통령 주위로 국민의 지지가 결집하는 현상) 효과를 보기 어려운 방향으로 취임 초 대외정책을 짜놓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지지율을 상승시킬 계기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스스로 대외적인 관심사를 통해 내부의 시선을 밖으로 돌릴 수 있는 모멘텀을 많이 없앴다.

미국 역사상 최고의 지지율과 최악의 지지율이라는 두 가지 기록을 동시에 보유한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를 보더라도 이 효과는 두드러진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기록적으로 뛴 시점은 9·11 테러, 이라크전쟁, 사담 후세인 체포 등과 관련이 있다(표1 참조). 물론 지루한 이라크전쟁이 나중에는 부시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지만 말이다.


△ 또 다시 ‘승리의 V’자를 만들 수 있을까. 중국을 국빈 방문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5월29일 베이징대학교 강연을 마친 뒤 강연장을 떠나며 학생들에게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승리의 V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한겨레 김종수 기자)

2004년 총선 이후 낮은 지지율로 골머리를 앓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한 계기도 국내 이슈가 아닌 대외 이슈였다. 2006년 4월 일본의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독도와 울릉도 사이의 한국 쪽 배타적 경제수역을 침범했을 때 노 전 대통령이 독도 영유권을 강하게 주장하자 지지율은 급등했다. 그리고 2007년 4월 한-미 FTA가 타결되자 지지율이 한 차례 더 뛰었다. 그보다 더 지지율이 높아진 것은 10월의 남북 정상회담 때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크게 경색시켰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가능성마저 지워버렸다. 이미 미국 쇠고기 수입이나 한-미 FTA 비준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크게 깎아내렸다. 게다가 올 11월 미 대선에서 민주당 정부가 탄생한다면 이 대통령과 민주당 행정부 사이가 노 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사이만큼이나 원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주한미군 방위분담금, 주한미군 기지 오염 처리, 이라크 파병 연장 등 악재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또한 일본과 과거사 대신 미래지향적 관계 수립을 천명한 뒤 한 달 만에 불거진 독도 소유권 문제는 이 대통령의 운신의 폭을 상당히 좁혔다. 뒤늦게 방중한 뒤에도 이 대통령에게 득 될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렇게 이 대통령이 취임 초 구축한 대외정책이 도전을 받으면서 지지율을 잃어가거나 아니면 점차 대외정책을 수정하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안팎에서 모두 샌다

2월25일 취임한 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57.3%였다(표2 참조). 그러나 4월19일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쇠고기 수입 문제를 발표하면서 지지율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5월19일 이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독도 소유권을 강력히 표명하자 지지율이 반등한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그 뒤 쇠고기 수입 파문이 확산되자 지지율은 다시 하락한다. 밖에서 벌어서 안에서 새던 과거 한국 대통령 지지율의 패턴에서 벗어나 안팎에서 모두 새고 있는 것이다.

민심은 무섭다. 80%를 상회하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로 곤두박질쳤다. 또 언제 어떤 일로 이 대통령의 지지가 하늘을 찌를지 모른다. 그럼에도 앞에서 열거했던 일곱 가지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장차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상승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 대통령이 대선 주자로 처음 떠오르던 2006년 9월의 지지율이 22.2%였다. 취임 100일의 지지율도 엇비슷한 수준이다. 평소 30~40%에 육박하던 무응답률이 10%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이 대통령은 이렇게 확연히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아니라고 봅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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