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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No.756] 웃음부터 팔 줄 알아야

무엇이든 박연호............... 조회 수 1127 추천 수 0 2003.03.29 09: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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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좌석을 파는 것이 아니라 웃음을 판매한다. 비행기를 타고 내릴 때까지 펼쳐지는 승무원들의 개그와 분장 쇼에 승객들이 배꼽을 잡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우스웨스트 조크'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9.11테러 이후 모든 항공사가 적자에 시달리는데 이 항공사만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웃음판매에 있다. 다른 항공사들이 직원을 대량 해고하고 운항편수를 줄일 때 단 한 명도 내쫓지 않았으며 운항편수는 도리어 늘렸다.

직원을 뽑을 때도 유머감각을 제일순위로 내세운다. 한 예로 면접시험장의 진풍경을 들 수 있다. 인사부장이 시험장에 남자직원들을 데리고 들어와 느닷없이 바지를 벗게 한다. 갖가지 무늬에 오색찬란한 사각팬티가 드러나는 순간 지원자들은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밝은 표정을 짓는다.이 때 지원자들의 유연성과 협력성,유머감각을 체크하는 것이다.

9.11테러가 발생한 뒤 사회 분위기를 감안, 기내의 유머와 웃음의 프로그램들을 취소했다. 그러나 사우스웨스트는 1년 2개월만에 추가테러 공포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웃음밖에 없다는 쪽으로 수정, 다시 기내 쇼를 시작했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모두가 공포에 떤다면 바로 그게 테러리스트들이 원하는 것”이라며 웃음의 힘으로 이를 극복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웃음에 대한 제약이 많았다. 길거리 여성을 '웃음 파는 여자'로 비하했듯이 웃음에 대한 시각이 썩 좋지 않았다. 그래서 웃음이 지닌 에너지와 힘이 우리 사회에서는 오랜 세월 사장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 웃음을 팔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 제품이나 서비스 판매에만 신경을 써 가지고는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고객을 끌어들여야 할 업소 주인이나 종업원들 가운데 웃음은커녕 퉁명스럽기까지 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 때문에 불쾌함은 물론 때로는 그들이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행정기관이나 비교적 친절하다는 은행 등을 가보아도 그런 사람을 어렵지 않게 만난다. 웃을 여유도 없으면 장사를 하지 말거나 그런 업소에 취업을 하지 말일이지 왜 나와서 소비자와 민원인들의 기분을 잡치게 하는가. 그런 곳일수록 손님이 들어가도 종업원들은 TV를 보거나 자기들 얘기에 취해 건성이고 얼마 안 있으면 영락없이 그 자리에 다른 가게가 들어선다.

경영과 판매전략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수많은 요인과 변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압축. 단순화하면 최후에 남는 것은 웃음과 친절이다. 그게 없으면 제 아무리 광고를 멋지게 하고 그럴 듯하게 선전해도 결과는 뻔하다.

맥아더 장군의 아들을 위한 기도문에 "내 자녀에게 유머를 알게 하시고, 생을 엄숙하게 살아감과 동시에 즐길 줄 알게 하옵소서" 하는 구절이 있다. 여유, 용기, 겸손, 투혼 등 모든 것이 필요하지만 유머감각 또한 빼놓을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반면 과거 유신독재정권은 '저질'이라는 이유로 TV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없애려 했다가 방송인과 국민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혀 물러선 일이 있다. 맥아더가 웃음의 힘을 긍정적으로 활용하자는 뜻을 강조한 것과 달리 독재정권은 웃음을 통한 국민의 힘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구멍가게에서부터 대규모 업소까지 승부의 핵심인 웃음 팔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웃음은 이제 길거리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든지 판매하고 소비해야 하는 필수품이다. 소비자들도 웃음을 팔 줄 모르는 업소와 기관들이 살아남지 못하도록 가혹하게 응징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지금까지 사장된 웃음의 힘을 되살리고 소비자의 권익을 스스로 보호하는 지름길이다.

- '담배인삼신문' 3월14일 (2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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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칼럼니스트
http://columnist.org/yn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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