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어여 어서 올라오세요

대청마루(자유게시판)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solomoon의 영상편지-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무엇이든 솔로몬............... 조회 수 1295 추천 수 0 2002.04.24 11:39:15
.........







한적한 시골의 외딴 곳에 떨어져 있는 허름한 초가집.

늦은 시간이지만 집안에서는 희미하게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집 앞에는 작지만 정성스럽게 손질된 나무들과 꽃들이 예쁘게 정돈되어 있다.

방 안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 한분과 할머니 한분이 나란히 누워있다.

할아버지는 옛일을 회상하듯 먼곳을 바라보면서 말을 하고 있지만

할머니는 이미 잠에 빠져든듯 눈을 감고 있다.

할아버지 : 허허..그때 기억나오?

내가 할멈과 결혼하고 처음으로 회사에 출근할때..

넥타이를 못매서 허둥지둥 하고 있을때..

그 고왔던 손으로 정성스레 넥타이를 매줬었는데..

어렴풋이 생각나는구려.. 그때가 참 좋았지...

할머니 : .....

할아버지는 말을 하고 난 후에 그때의 일을 생각하며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짓고 다시 말한다.

할아버지 : 허허...새삼스럽게 그때일도 기억나는구만..

우리 첫째가 대학교 졸업할때.. 둘째가 교통사고가 났었지..

그때 할멈 우는게 얼마나 서럽던지..

누가 보면 아들 세명 있는거 다 죽었는줄 알았을거야..

허허허... 그렇지?

할머니 : .....

할아버지 : 아..그때 기억나오?

막내가 대학 들어간다고 시험 준비할때..

당신이 시험 100일전부터 100일 기도한다구 그래서 나한테 많이 혼났잖소...허허..

그때 막내가 얼마나 밉던지...

시험치는날.. 당신 잠도 못자고 다음날 눈 밑이 거뭇거뭇해져서

막내 바래다 주지도 못했다고 얼마나 힘들어했던지...

막내가 그래서 대학에 붙은게지... 당신 고생 때문에...

할머니 : .....

할아버지 : 허허...그때가 방금전처럼 생각나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구려..

할머니 : .....

할아버지는 잠시 말이 없다가 갑자기 생각난듯 다시 말을 잇는다.

할아버지: 그때도 기억나는구만..

우리 큰딸.. 결혼식날 당신 안운다고 그러더니 결국 눈물 몇방울 흘리는거 봤지..

당신 그때 이후로 우는걸 본적이 없는데..

그때 이후로는 눈물이 모두 말라버렸나...허허...

할머니 : .....

할아버지의 입가에는 계속 미소가 걸려있다.

예전의 기억을 조금씩 되살리면서 점점 현재까지 오고 있는지

입에는 미소가 보이지만 눈가에는 조금씩 눈물이 맺히고 있다.

할아버지 : 작년부터 당신 친구들하고 내 친구들이 점점 우리 곁을 떠났잖소..

그때부터인가..

당신 머리에도 점점 흰머리가 늘어나는것 같았는데..

친구들 장례식 갈때마다 당신이 점점 내손을 꽉 쥐었다는거 알아요?

허허...

할머니 : .....

할아버지의 눈가에는 점점 이슬이 맺히듯 눈물이 많이 고여간다.

할아버지 : 이제 내가 당신의 손을 꽉 쥘 차례구려..

지금까지의 인생길..혼자가 아니어서 참 행복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한마디 대꾸도 없구려..

할머니 : .....

할아버지 : 우리가 함께 걸어온 인생길..

떠나가기 전에 꼭 간직하고 떠나줬으면 좋겠구만..

임자.. 잘가시오..

안녕히 잘 가시오..

아무런 말 없던 할머니의 입가에 보일듯 말듯한 작은 미소가 그려지며

할머니의 몸이 잠시 반짝 빛나는 듯 싶더니

다시 미소가 사라지고 잠든듯 편안한 표정만 남는다.

할아버지 : 고맙구려..정말 고마워...

내 금방 따라갈테니 잊지말고 기다려주구려...

할아버지의 왼쪽 눈에서 구슬같은 눈물이 한줄기 또르륵 굴러 떨어진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24 무엇이든 정작 중요한 것을.... 오인규 2002-04-25 527
523 무엇이든 정작 중요한 것을.... 오인규 2002-04-25 590
522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최용우 2002-04-25 1004
521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최용우 2002-04-25 1052
520 무엇이든 살아야 할 이유 TV동화 2002-04-25 691
519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송석후 2002-04-25 1017
518 무엇이든 [수필] 작은꽃 민들레 이양하 2002-04-24 580
517 무엇이든 [수필] 작은꽃 민들레 이양하 2002-04-24 510
516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홍순명 2002-04-24 962
515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최용우 2002-04-24 961
» 무엇이든 ▷◁ *solomoon의 영상편지-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솔로몬 2002-04-24 1295
513 무엇이든 [오늘의 영상편지]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솔로몬 2002-04-24 730
512 무엇이든 나도 당신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라일락 2002-04-24 747
511 무엇이든 나도 당신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라일락 2002-04-24 632
510 무엇이든 하나님께.3(아녀자의 기도) 淸詩 2002-04-23 849
509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淸詩 2002-04-23 1148
508 무엇이든 [re] 그래서요?-3단계... 숙 이 2002-04-23 566
507 무엇이든 [re] 믿는 만큼 자라나는.. 이인숙 2002-04-23 626
506 무엇이든 우~~아!! 멋진 좋은이 최윤정 2002-04-23 686
505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최용우 2002-04-23 975
504 무엇이든 그래서요?-3단계... 우렁이 2002-04-23 582
503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misun^^* 2002-04-23 888
502 무엇이든 눈썹그리는 여자 TV동화 2002-04-23 967
501 무엇이든 동네를 세워가기에 힘쓰는 사람 2002년 04월 23일 목사딸의 비밀일기장~ 2002-04-23 536
500 무엇이든 <남산편지 198> 멋진 항공묘기 정충영목사 2002-04-23 775
499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최용우 2002-04-23 926
498 무엇이든 흐뭇한 여행... 오인규 2002-04-23 768
497 무엇이든 사랑에 대한 착각.... 오인규 2002-04-23 561
496 무엇이든 없는 것들에 대한 불평... 오인규 2002-04-23 497
495 무엇이든 다정한 연인들의 이야기 오인규 2002-04-23 1124
494 무엇이든 사소한 일들에 대한 무관심 오인규 2002-04-22 541
493 무엇이든 아버지와 아들 TV동화 2002-04-22 621
492 무엇이든 노무현 바람은 어디서 불어 오는가? 박재순 목사 2002-04-22 687
491 무엇이든 ▷◁ *solomoon의 영상편지-나에게 보내는 편지 솔로몬 2002-04-22 1172
490 무엇이든 [오늘의 영상편지] 나에게 보내는 편지 솔로몬 2002-04-22 709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