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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會議 잦은 조직엔 懷疑
이규섭
말 많은 사람 신뢰가 떨어지듯, 회의 많은 조직 치고 잘되는 곳 별로 없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시도 때도 없이 열리는 회의(會議)에 회의(懷疑)를 느꼈을 것이다. "차라리 책상에 앉아 일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불만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
회의문화를 바꿔보자는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최근 교보생명은 회의에 드는 비용을 산출하여 눈길을 끈다. CEO 1명, COO(Chief Operationg Officer·최고 운영책임자) 1명, 부사장 2명, 전무 2명, 상무 3명, 상무보 4명, 팀장 3명, 과장 1명이 참여해 2시간 동안 열리는 '의사결정지원 회의'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484만8000원이 든다고 한다.
또 과장 10명이 참석하는 2시간 짜리 회의를 위해 사원 2명이 4시간 동안 자료를 준비했다면 회의비용은 170만원이다. 과장 10명의 2시간 인건비에다 사원 2명의 4시간 인건비, 집기 비품 사용료, 기타 비용 등을 더해 산출한 금액이다. 회의에 들어가는 비용은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소모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반기업에 비해 언론사의 회의는 비교적 짧은 편이다. 그래도 긴박한 뉴스를 두고 회의를 하다보면 자연히 길어지는 경우가 잦다. 회의 횟수도 하루 평균 세 차례 넘는다. 데스크회의에 참석하기 전 각 부서 데스크들은 그 날의 주요 뉴스를 챙기는 미니회의를 거쳐 회의에 참석한다.
정치, 경제, 사회 순으로 주요뉴스의 내용을 보고한다. 핫뉴스가 많고 요령부득일수록 보고가 길어진다. 데스크회의가 끝나면 편집국장단 회의에서 뉴스의 가치를 분석하고, 편집종합 데스크가 남아 배면회의로 이어진다. 뉴스는 시시각각 변하기 마련이고 뉴스의 가치에 따라 배면 결과는 춤추듯 요동친다.
신문이 나오면 내일의 지면회의로 이어지고, 다른 신문이 나온 뒤 비교 분석하는 검토회의까지 마치고 나면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편집책임자는 사장주재 중역회의에 참석하거나 기획회의를 수시로 진행해야하니 회의로 시작하여 회의로 끝난다고 해도 지나침은 없을 정도다.
회의가 잦은 기업일수록 현안이 많다는 증거다. 잘 나가는 회사일수록 회의가 적어도 시스템에 의해 잘 굴러간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전문직과 관리직이 늘어나는 만큼 회의가 잦을 수 있다. 그러나 회의가 잦은 회사는 기업 구조가 복잡하던가, 기업환경의 불확실 요인 등 뭔가 잘 풀리지 않는 현안과 변수가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
회사 중간 관리층의 경우 업무시간의 30∼40%, 경영층의 경우 70∼80%를 회의시간에 빼앗긴다니 회의문화의 개선은 절실한 과제다. 우선 전체 회의를 체계적으로 파악하여 해야 할 회의와 하지 말아야 할 회의를 가려내는 일이다. 중요도가 낮다거나 관습적으로 해온 불필요한 회의는 과감하게 없애는 것이 효율적이다. 경영자의 업무지침이나 지시는 회의를 통해 전달할 것이 아니라 서면이나 온라인으로 얼마든지 전할 수 있다.
반드시 해야 할 중요한 회의라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회의 목적, 장소와 참가자, 예정 시간 등을 미리 나누어주면 회의가 한결 효과적이다. 또한 회의참가 범위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회의 주제에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 계획안을 승인할 권한을 가진 사람, 내려진 결정을 수행하는 부서의 책임자 등 꼭 필요한 사람들로 한정해야 회의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회의 준비가 철저하지 못하면 지리멸렬해진다. 회의가 길다고 좋은 결과가 도출되는 것은 아닌 만큼 회의는 짧을수록 좋다.
바르고 빠른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을 도출해내기 위해서는 회의진행이 매끄러워야 한다. 대부분의 회의는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회의 성격이 짙다. 참가자에 의해 결론이 나오는 만큼 의견개진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유도하여 내면의 목소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도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리더에게 대체적인 결론은 있지만 회의를 통해 더 좋은 의견을 구하자는 것인 만큼 예단을 피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도록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CEO가 회의를 직접 주제 할 때는 갖춰야 할 덕목도 잊지 말아야 한다. 가뜩이나 조심스러운 중역들 앞에서 권위주의적 태도는 금물이다. 공개적으로 참가자를 질책해서도 안 된다. 의제 외 발언은 자연스럽게 의제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결정된 회의결과는 사후관리를 통해 반드시 실천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같은 주제를 놓고 회의를 되풀이하지 않게 된다. 조직을 꾸려가자면 회의가 불가피하지만 회의는 적을수록 좋다.
- 'CEO Report 6월 05일'
會議 잦은 조직엔 懷疑
이규섭
말 많은 사람 신뢰가 떨어지듯, 회의 많은 조직 치고 잘되는 곳 별로 없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시도 때도 없이 열리는 회의(會議)에 회의(懷疑)를 느꼈을 것이다. "차라리 책상에 앉아 일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불만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
회의문화를 바꿔보자는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최근 교보생명은 회의에 드는 비용을 산출하여 눈길을 끈다. CEO 1명, COO(Chief Operationg Officer·최고 운영책임자) 1명, 부사장 2명, 전무 2명, 상무 3명, 상무보 4명, 팀장 3명, 과장 1명이 참여해 2시간 동안 열리는 '의사결정지원 회의'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484만8000원이 든다고 한다.
또 과장 10명이 참석하는 2시간 짜리 회의를 위해 사원 2명이 4시간 동안 자료를 준비했다면 회의비용은 170만원이다. 과장 10명의 2시간 인건비에다 사원 2명의 4시간 인건비, 집기 비품 사용료, 기타 비용 등을 더해 산출한 금액이다. 회의에 들어가는 비용은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소모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반기업에 비해 언론사의 회의는 비교적 짧은 편이다. 그래도 긴박한 뉴스를 두고 회의를 하다보면 자연히 길어지는 경우가 잦다. 회의 횟수도 하루 평균 세 차례 넘는다. 데스크회의에 참석하기 전 각 부서 데스크들은 그 날의 주요 뉴스를 챙기는 미니회의를 거쳐 회의에 참석한다.
정치, 경제, 사회 순으로 주요뉴스의 내용을 보고한다. 핫뉴스가 많고 요령부득일수록 보고가 길어진다. 데스크회의가 끝나면 편집국장단 회의에서 뉴스의 가치를 분석하고, 편집종합 데스크가 남아 배면회의로 이어진다. 뉴스는 시시각각 변하기 마련이고 뉴스의 가치에 따라 배면 결과는 춤추듯 요동친다.
신문이 나오면 내일의 지면회의로 이어지고, 다른 신문이 나온 뒤 비교 분석하는 검토회의까지 마치고 나면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편집책임자는 사장주재 중역회의에 참석하거나 기획회의를 수시로 진행해야하니 회의로 시작하여 회의로 끝난다고 해도 지나침은 없을 정도다.
회의가 잦은 기업일수록 현안이 많다는 증거다. 잘 나가는 회사일수록 회의가 적어도 시스템에 의해 잘 굴러간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전문직과 관리직이 늘어나는 만큼 회의가 잦을 수 있다. 그러나 회의가 잦은 회사는 기업 구조가 복잡하던가, 기업환경의 불확실 요인 등 뭔가 잘 풀리지 않는 현안과 변수가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
회사 중간 관리층의 경우 업무시간의 30∼40%, 경영층의 경우 70∼80%를 회의시간에 빼앗긴다니 회의문화의 개선은 절실한 과제다. 우선 전체 회의를 체계적으로 파악하여 해야 할 회의와 하지 말아야 할 회의를 가려내는 일이다. 중요도가 낮다거나 관습적으로 해온 불필요한 회의는 과감하게 없애는 것이 효율적이다. 경영자의 업무지침이나 지시는 회의를 통해 전달할 것이 아니라 서면이나 온라인으로 얼마든지 전할 수 있다.
반드시 해야 할 중요한 회의라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회의 목적, 장소와 참가자, 예정 시간 등을 미리 나누어주면 회의가 한결 효과적이다. 또한 회의참가 범위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회의 주제에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 계획안을 승인할 권한을 가진 사람, 내려진 결정을 수행하는 부서의 책임자 등 꼭 필요한 사람들로 한정해야 회의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회의 준비가 철저하지 못하면 지리멸렬해진다. 회의가 길다고 좋은 결과가 도출되는 것은 아닌 만큼 회의는 짧을수록 좋다.
바르고 빠른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을 도출해내기 위해서는 회의진행이 매끄러워야 한다. 대부분의 회의는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회의 성격이 짙다. 참가자에 의해 결론이 나오는 만큼 의견개진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유도하여 내면의 목소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도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리더에게 대체적인 결론은 있지만 회의를 통해 더 좋은 의견을 구하자는 것인 만큼 예단을 피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도록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CEO가 회의를 직접 주제 할 때는 갖춰야 할 덕목도 잊지 말아야 한다. 가뜩이나 조심스러운 중역들 앞에서 권위주의적 태도는 금물이다. 공개적으로 참가자를 질책해서도 안 된다. 의제 외 발언은 자연스럽게 의제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결정된 회의결과는 사후관리를 통해 반드시 실천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같은 주제를 놓고 회의를 되풀이하지 않게 된다. 조직을 꾸려가자면 회의가 불가피하지만 회의는 적을수록 좋다.
- 'CEO Report 6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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