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나는 차를 타고 가다가 바로 앞에서 오던 차에
개 한 마리가 치이는 것을 생생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
작은 것도 아닌 큰 개였으므로
그것은 사람이 치이는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동시에 오래 전에 내가 대형 트럭에 치이던 순간이 악몽처럼 되살아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개는 살아서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고
그 비명소리 만큼이나 내 가슴은 너무나 아팠다.
나 또한 그 고통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기에...
죽음에 직면해 본 사람은, 죽음은 우리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이에 있으며 지금 이 순간 살아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이며 감사한 일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비록 신체의 일부를 잃었을지라도 그것은 절망을 의미하지 않으며
오히려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것들을 얻는다는 것도.
나는 어느 순간이라도 죽음앞에 당당할 수 있기를
죽음 앞에 아름다울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 소망은 내게 삶을 소중히 여기며
부질없는 물질의 자랑에 얽매이지 않으며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마음과 정성을 먼저 보라고
소리 낮추어 말한다.
하여, 내가 살아있는 날 동안 지극히 아름다웠노라고 말할 수 있기를..
글 / 나릿믈(휠러브의 아름다운 아내)
어떤 한 인간이 절망과 고통에 빠진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하나의 축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전에는 결코 느끼지 못했던 작은 행복을 느낄 수도 있고,
또 그 작은 행복에 감사할 줄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마치 공기 속에서 생활하는 인간이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이,
행복과 안락함에 젖은 인간은 그것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이다.
또한 어떠한 어려움으로 인해 고뇌의 늪에 빠졌던 이는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된다.
만약 어떤 이가 가난으로 인해서 절망에 빠졌었다면
그는 가난한 이들을 같은 눈높이에서 사랑으로 아파하는 이들과
같은 눈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언제나 사람을 진정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간접체험이 아니라 직접 체험이다.
3년간의 고난은 우리와 아버지를 하나로 묶어 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아버지의 나머지 반쪽도 찾게 해주었다.
그 반쪽은 바로 당신의 아들에 대한 사랑이었던 것이다.
내가 아버지의 사랑을 읽을 수 있게 된 건
가난과 고난이 나에게 가져다 준 선물이다.
우리는 견디기 힘든 고난이 닥칠 때마다 서로 의지했고,
작은 기쁨이나마 생기게 되면 그것으로
세상의 어떤 부호보다도 더 행복해 하였다.
그런 순간순간이 모여 나를 깨우치게 한 것이다.
아버지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우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셨는지 말이다.
아버지의 눈에 고인 당신의 아들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
이제 나는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의 얼굴엔 전같지 않게 깊은 주름이 패여 있다.
희끗희끗한 흰머리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한층 수척해지신 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깡마른 손에 눈길이 닿을 때면 가슴이 먹먹해지곤 한다.
이제는 지난날엔 결코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어렴풋이나마 보인다.
스무 해 동안이나 가려져 왔던
아버지의 그 쓸쓸한 어깨가 보이게 된 것이다.
왜소해진 아버지의 어깨를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가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어쩌면 나는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아버지의 사랑과 뜻을 제때 이해하지 못하고
아버지께 슬픔을 안겨드리고서 뒤늦게야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는게 두렵다.
사람은 참으로 어리석은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서든지
혹은 몰라서든지 옳은 길보다는 그른 길로 가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이미 지나간 날들이지만 한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아버지를 속이던 내 모습,
아버지의 말씀을 듣지 않아 아버지의 애를 태우던 내 모습,
나이 스무 살이 되도록 아버지의 사랑을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나의 모습이 회한처럼 남는다.
나는 참으로 미욱한 아들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왜 그리 모난 아들을 사랑하시는 지......
아버지. 나의 아버지!
- 구인식 님의 <그대들 있음에 세상은 아름답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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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Chi Mai (Ennio Morriconne)
첫 번째 글은 지평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두 번째 글은 ^_^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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