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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공연 초대권의 진실
김우정 (문화마케팅 전문가, 문화마케팅센터 대표) lutain@lutain.com
반복되는 악순환의 굴레
영화 한 편을 감상하는 것과 공연 한 편을 관람하는 것 사이에는 꽤나 큰 차이가 느껴진다. 가격도 가격이려니와 초 단위로 돌아가는 일상에서 공연을 위한 시간을 할애하기란 매우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니까. 혹자는 영화는 이미 생활 깊숙이 자리잡은 대중문화인 반면에 공연에는 아직도 '수준 높음'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고 한탄한다. 사실 공연장까지 가는 심적 거리가 멀 뿐이지 마음먹고 공연장을 찾은 사람 대부분은 공연의 감동을 반복적으로 향유할 수 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요즘의 경기침체는 심각하다. 이런 시국에는 소비자의 지갑이 단단히 잠길 수 밖에 없으며, 특히나 문화생활을 위한 주머니는 촘촘하게 바느질되고 만다. 영화야 저렴한 가격에 비디오로도 다시 볼 수 있고 요즘은 인터넷에서도 보고 싶은 때에 얼마든지 볼 수 있는 반면에 공연은 현장예술이라는 특성상 영화와는 다른 여러 가지 한계점이 명확히 존재한다. 게다가 공연 한 편의 가격은 영화의 10배가 넘는 실정이니.
대한민국에서 공연으로 돈을 벌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힘든 일이다. 몇 년 전부터 대형 공연들의 성공사례가 화려하게 언론을 장식하기는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바늘구멍을 멋지게 통과한 몇 마리의 낙타일 뿐이다. 대부분의 공연은 정부의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나 창작 공연들은 관객과의 만남에 목이 타 들어가기 일쑤다. 관객이 없는 공연은 상상할 수 조차 없다. 영화관에 관객이 없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쯤이야 설명 드리지 않아도 아시리라 믿는다.
예매가 저조한 공연은 초대권을 남발할 수 밖에 없다. 앞서 설명했듯이 특히나 배우들이 관객 없이 연기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이러다 보니 대부분의 창작 공연장에는 초대권으로 입장하는 관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공연의 제작비가 저렴하다고 생각하시면 큰 오산이다. 웬만한 규모의 창작공연을 한 편 올리기 위해서는 결혼하겠다는 결심 이상이 필요하다. 그런 결심이 초대권으로라도 관객을 부를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공연을 반복적으로 관람하는(물론 유료로 티켓을 구매하는) 관객 한 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비용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지금까지 연구된 결과를 살펴보면 공연관객의 증가숫자는 공연물의 증가숫자보다 그 추이가 매우 완만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기에 설상가상인 것은 초대권을 받고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이 유료관객이 되는 확률 또한 매우 드물다는 사실이다. 초대권은 또 다른 초대권의 욕심으로 발전하는 것이 소비자의 당연한 심리이기 때문이다.
공연은 예술이고 문화다. 문화상품이 일반상품과 다른 것은 그 속에 심미적인 가치가 숨어 있기 때문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감동을 경험할 수 있는 지적 상품이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혼란과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문화를 소중하게 지키고 발전시켜 왔다. 문화야말로 우리나라가 세계 속의 대한민국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백범 김구 선생님의 말씀처럼, 문화는 어렵지만 꿋꿋이 그 길을 걷고 있다. 문화적 토양 없이는 경제적 발전도 정치적 성숙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연 초대권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홍보를 위한 자구책으로 남발하는 공연 초대권은 결국 공연계 전체의 아픔으로 되돌아 오기 마련이다. 물론 초대권에 중독된 관객들에게도 일부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공연을 공짜로 보는 문화는 결국 양질의 공연을 만들 수 없는 환경이 되며, 그런 환경은 다시 관객에게 문화적으로 공허한 사회를 선물할 뿐이다. 우리는 음반시장의 붕괴를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행위가 우리의 양심을 속이고 사회를 구성하는 커다란 한 축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초대권 한 장이 뭐 그리 대수냐고 반문하는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대학로의 공연 연습장을 한 번씩 찾아들 보시기 바란다. 최저 생계비조차 받지 못하는 배우, 스탭들이 여러분들에게 최고의 감동을 선물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는지, 왜 그들에게 공연 초대권이 욕할 수도 그렇다고 반길 수도 없는 계륵일 수밖에 없는지 꼭 느껴 보시기를. 아름다운 공연은 배우와 스탭들의 힘만으로 완성할 수 없다. 관객 여러분의 가치 있는 선택과 아름다운 투자가 대한민국 공연을 살리고, 대한민국 문화를 아름답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함께 사는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은 서로서로 아름답게 살자는 뜻일 테니.
공연 초대권의 진실
김우정 (문화마케팅 전문가, 문화마케팅센터 대표) lutain@lutain.com
반복되는 악순환의 굴레
영화 한 편을 감상하는 것과 공연 한 편을 관람하는 것 사이에는 꽤나 큰 차이가 느껴진다. 가격도 가격이려니와 초 단위로 돌아가는 일상에서 공연을 위한 시간을 할애하기란 매우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니까. 혹자는 영화는 이미 생활 깊숙이 자리잡은 대중문화인 반면에 공연에는 아직도 '수준 높음'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고 한탄한다. 사실 공연장까지 가는 심적 거리가 멀 뿐이지 마음먹고 공연장을 찾은 사람 대부분은 공연의 감동을 반복적으로 향유할 수 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요즘의 경기침체는 심각하다. 이런 시국에는 소비자의 지갑이 단단히 잠길 수 밖에 없으며, 특히나 문화생활을 위한 주머니는 촘촘하게 바느질되고 만다. 영화야 저렴한 가격에 비디오로도 다시 볼 수 있고 요즘은 인터넷에서도 보고 싶은 때에 얼마든지 볼 수 있는 반면에 공연은 현장예술이라는 특성상 영화와는 다른 여러 가지 한계점이 명확히 존재한다. 게다가 공연 한 편의 가격은 영화의 10배가 넘는 실정이니.
대한민국에서 공연으로 돈을 벌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힘든 일이다. 몇 년 전부터 대형 공연들의 성공사례가 화려하게 언론을 장식하기는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바늘구멍을 멋지게 통과한 몇 마리의 낙타일 뿐이다. 대부분의 공연은 정부의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나 창작 공연들은 관객과의 만남에 목이 타 들어가기 일쑤다. 관객이 없는 공연은 상상할 수 조차 없다. 영화관에 관객이 없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쯤이야 설명 드리지 않아도 아시리라 믿는다.
예매가 저조한 공연은 초대권을 남발할 수 밖에 없다. 앞서 설명했듯이 특히나 배우들이 관객 없이 연기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이러다 보니 대부분의 창작 공연장에는 초대권으로 입장하는 관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공연의 제작비가 저렴하다고 생각하시면 큰 오산이다. 웬만한 규모의 창작공연을 한 편 올리기 위해서는 결혼하겠다는 결심 이상이 필요하다. 그런 결심이 초대권으로라도 관객을 부를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공연을 반복적으로 관람하는(물론 유료로 티켓을 구매하는) 관객 한 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비용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지금까지 연구된 결과를 살펴보면 공연관객의 증가숫자는 공연물의 증가숫자보다 그 추이가 매우 완만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기에 설상가상인 것은 초대권을 받고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이 유료관객이 되는 확률 또한 매우 드물다는 사실이다. 초대권은 또 다른 초대권의 욕심으로 발전하는 것이 소비자의 당연한 심리이기 때문이다.
공연은 예술이고 문화다. 문화상품이 일반상품과 다른 것은 그 속에 심미적인 가치가 숨어 있기 때문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감동을 경험할 수 있는 지적 상품이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혼란과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문화를 소중하게 지키고 발전시켜 왔다. 문화야말로 우리나라가 세계 속의 대한민국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백범 김구 선생님의 말씀처럼, 문화는 어렵지만 꿋꿋이 그 길을 걷고 있다. 문화적 토양 없이는 경제적 발전도 정치적 성숙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연 초대권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홍보를 위한 자구책으로 남발하는 공연 초대권은 결국 공연계 전체의 아픔으로 되돌아 오기 마련이다. 물론 초대권에 중독된 관객들에게도 일부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공연을 공짜로 보는 문화는 결국 양질의 공연을 만들 수 없는 환경이 되며, 그런 환경은 다시 관객에게 문화적으로 공허한 사회를 선물할 뿐이다. 우리는 음반시장의 붕괴를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행위가 우리의 양심을 속이고 사회를 구성하는 커다란 한 축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초대권 한 장이 뭐 그리 대수냐고 반문하는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대학로의 공연 연습장을 한 번씩 찾아들 보시기 바란다. 최저 생계비조차 받지 못하는 배우, 스탭들이 여러분들에게 최고의 감동을 선물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는지, 왜 그들에게 공연 초대권이 욕할 수도 그렇다고 반길 수도 없는 계륵일 수밖에 없는지 꼭 느껴 보시기를. 아름다운 공연은 배우와 스탭들의 힘만으로 완성할 수 없다. 관객 여러분의 가치 있는 선택과 아름다운 투자가 대한민국 공연을 살리고, 대한민국 문화를 아름답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함께 사는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은 서로서로 아름답게 살자는 뜻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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