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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만두소, 이라크 그리고 법 만들기, 2004년 6월
홍 순 훈
http://columnist.org/hsh
[만두소]
6월 6일 방영된 TV뉴스가 만두 파동의 도화선이었다. 6월 10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불량만두 제조업체' 명단을 공개한다. 이에 항의하여, 6월 13일 한 업체 사장이 자살했다. 6월 17일부터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이 '만두 먹기 운동'을 벌인다.
만두 파동이 진행되면서, 고춧가루, 참기름 등 17가지 농산물의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한 업자들, 중국산 김치로 컵라면용 건더기 수프를 만든 업자, 유통 기한이 50일 지난 수입 냉동수산물을 유통시킨 120여명, 동네 김밥, 떡복기, 어묵집 주인들까지 식품 관련 범죄자로 정부가 적발하고 언론이 연이어 보도했다.
6월 6-7일의 TV뉴스는, 진짜 '쓰레기'를 만두소인 양 찍은 경찰청의 필름을, 방송국이 사실 확인이란 상식적인 절차 없이 무책임하게 그대로 방영했다는 것이 만두소 업자들의 주장이었다. 이 주장에 대해, 2 곳의 방송국들은 어떤 해명도 6월 중에는 한 것이 없다.
경찰청은 3월에 단무지 자투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 의뢰하여, 4월 초에 그 결과를 통보받았다. '세균 포함' 또는 '식용 불가'였다고 언론이 보도했는데, 이것이 만두소 범죄의 증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결과는, 감정 의뢰된 단무지 자투리에만 한정된다. 모든 단무지 자투리나 과거의 것까지 세균 포함, 식용 불가일 수 없다.
그리고 '식용'이 어느 재료는 되고 어느 재료는 안 된다는 '식품학적' 구분은 국과수가 할 수 없다. 그들의 업무 영역 밖이다.
결국 경찰청은 파주의 한 공장이, 한 시점에, 만두의 구성 재료 중 하나인 단무지 자투리가 불량이었다는 범죄의 증거만을 확보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쓰레기 만두'란 표현을 사용하고, 모든 만두가 불량이라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는 수사 내용을 언론에 유포했던 것은 잘못이다.
만두 파동을 확대시킨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다. 그들은 '현재 그러니 과거에도 그랬다'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논리를 폈다.
보도에 의하면, 식약청은 2004년 4-5월에 파주의 한 공장이 단무지 자투리를 이용하여 만두소를 만든 것을 인지했다. 이 공장으로부터 2003년과 2002년 이전에 25개의 만두 제조업체가 만두소를 납품받았다. 그랬으므로, 이들을 '불량 업체'로 적발했다는 것이다.
식약청이 이런 결론을 내리려면, 먼저 어떤 근거로 단무지 자투리가 식품 제조에 부적합한 재료인지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2002년 이전부터 2004년 4-5월까지 그 공장이 그런 부적합한 만두소를 '계속' 만들었다는 확증이 있어야만 한다. 어느 기간 동안은 통무를 썼을 수도 있고, 지하수의 세균 수치도 지금과 1년 전은 다르고 계절에 따라서도 다르다.
그런데 실제는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4월부터 파주 공장은 폐쇄됐고, 공장 사장 역시 이 글을 쓰는 7월 초까지도 잠적 중이다. 확증을 잡을 원천조차 없었던 것이다.
만두 파동이 벌어지면서, '식품사범 최소 3년 이상 형량하한제'(6월10일), '식품사범 부당이익 환수제'(11일), '불량식품 리콜 의무화'(13일), '식품범죄자 신상 공개'(13일), '원산지 표시 위반 구속 수사'(14일), '국가식품안전위원회 신설'(14일), '유해식품 적발 즉시 공장을 폐쇄하는 신속조치권'(14일), '식품위생관리인제 부활'(14일), '식약청 전문단속원 증원'(14일), '어묵, 분유업체 등 허가제'(14일), '식품 피해 집단소송제'(22일), '위생점검실명제'(22일), '불량식품 신고 포상금 대폭 상향 조정'(22일), '식품안전기본법 제정 추진'(22일) 등 정부의 법인지 조치인지 아니면 언론 플레이인지가 쏟아져 나왔다.
[이라크]
6월 22일경 김모씨가 이라크에서 테러집단에 의해 피살됐다. 이후 파병 찬성, 반대 집회가 격렬해지고, 이라크 주재 대사관이 김모씨 피랍 사실을 알았네 몰랐네, 외교부가 AP통신이 건 전화를 받았네 안 받았네 등 시비가 벌어졌고, 인터넷은 초딩, 중딩급의 온갖 욕설과 생명을 경시하는 험악한 표현들로 도배질당했다.
이런 혼란을 계기로, 6월 28일 열린우리당이 16대 국회 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던 '테러 방지법'을 다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우선적으로, 7월 중에 이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법 내용은, 국가정보원이 대테러센터를 최종 지휘하며, 군 특수부대 출동 요청권, 외국인 사찰권, 감청 및 통신 제한 사유 확대 등이다. 작년에도 많은 사람과 사회단체들로부터 인권을 유린하는 악법이라 하여 비판을 받았던 것이다.
[법]
현행 식품위생법을 보면,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식품을 판매, 수입, 가공, 진열 등을 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기타 5년 이하/ 5천만원 이하, 3년 이하/ 3천만원 이하 그리고 과태료 3백만원 등, 식품에 관계된 장사를 하면 도대체 어떤 행위가 법에 걸리지 않는지 찾기 힘들 정도로 촘촘하게 엮어 놓았다.
지금껏 이런 법이 없어서 불량식품이 근절 안 됐던 것이 아니다. 그리고 법은 반드시 형평성이 있어야 한다. 10억원 이상씩이나 뇌물을 받은 정치꾼들은 구속조차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위에 쓴 것과 같이 식품 관계 법인지 조치인지를 정부가 또 다시 대량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그 진짜 목적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라 보기 어렵다.
오히려 동물을 먹이로 길들이듯, 국민을 식품으로 통제하겠다는 권력자들의 부도덕한 목적이 진하게 느껴진다. 60-70년대 군사 독재 시대에나 통용될 테러방지법을 그들이 강행하겠다는 것이 이 느낌을 더욱 굳혀 준다.
-2004.07.04
만두소, 이라크 그리고 법 만들기, 2004년 6월
홍 순 훈
http://columnist.org/hsh
[만두소]
6월 6일 방영된 TV뉴스가 만두 파동의 도화선이었다. 6월 10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불량만두 제조업체' 명단을 공개한다. 이에 항의하여, 6월 13일 한 업체 사장이 자살했다. 6월 17일부터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이 '만두 먹기 운동'을 벌인다.
만두 파동이 진행되면서, 고춧가루, 참기름 등 17가지 농산물의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한 업자들, 중국산 김치로 컵라면용 건더기 수프를 만든 업자, 유통 기한이 50일 지난 수입 냉동수산물을 유통시킨 120여명, 동네 김밥, 떡복기, 어묵집 주인들까지 식품 관련 범죄자로 정부가 적발하고 언론이 연이어 보도했다.
6월 6-7일의 TV뉴스는, 진짜 '쓰레기'를 만두소인 양 찍은 경찰청의 필름을, 방송국이 사실 확인이란 상식적인 절차 없이 무책임하게 그대로 방영했다는 것이 만두소 업자들의 주장이었다. 이 주장에 대해, 2 곳의 방송국들은 어떤 해명도 6월 중에는 한 것이 없다.
경찰청은 3월에 단무지 자투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 의뢰하여, 4월 초에 그 결과를 통보받았다. '세균 포함' 또는 '식용 불가'였다고 언론이 보도했는데, 이것이 만두소 범죄의 증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결과는, 감정 의뢰된 단무지 자투리에만 한정된다. 모든 단무지 자투리나 과거의 것까지 세균 포함, 식용 불가일 수 없다.
그리고 '식용'이 어느 재료는 되고 어느 재료는 안 된다는 '식품학적' 구분은 국과수가 할 수 없다. 그들의 업무 영역 밖이다.
결국 경찰청은 파주의 한 공장이, 한 시점에, 만두의 구성 재료 중 하나인 단무지 자투리가 불량이었다는 범죄의 증거만을 확보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쓰레기 만두'란 표현을 사용하고, 모든 만두가 불량이라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는 수사 내용을 언론에 유포했던 것은 잘못이다.
만두 파동을 확대시킨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다. 그들은 '현재 그러니 과거에도 그랬다'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논리를 폈다.
보도에 의하면, 식약청은 2004년 4-5월에 파주의 한 공장이 단무지 자투리를 이용하여 만두소를 만든 것을 인지했다. 이 공장으로부터 2003년과 2002년 이전에 25개의 만두 제조업체가 만두소를 납품받았다. 그랬으므로, 이들을 '불량 업체'로 적발했다는 것이다.
식약청이 이런 결론을 내리려면, 먼저 어떤 근거로 단무지 자투리가 식품 제조에 부적합한 재료인지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2002년 이전부터 2004년 4-5월까지 그 공장이 그런 부적합한 만두소를 '계속' 만들었다는 확증이 있어야만 한다. 어느 기간 동안은 통무를 썼을 수도 있고, 지하수의 세균 수치도 지금과 1년 전은 다르고 계절에 따라서도 다르다.
그런데 실제는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4월부터 파주 공장은 폐쇄됐고, 공장 사장 역시 이 글을 쓰는 7월 초까지도 잠적 중이다. 확증을 잡을 원천조차 없었던 것이다.
만두 파동이 벌어지면서, '식품사범 최소 3년 이상 형량하한제'(6월10일), '식품사범 부당이익 환수제'(11일), '불량식품 리콜 의무화'(13일), '식품범죄자 신상 공개'(13일), '원산지 표시 위반 구속 수사'(14일), '국가식품안전위원회 신설'(14일), '유해식품 적발 즉시 공장을 폐쇄하는 신속조치권'(14일), '식품위생관리인제 부활'(14일), '식약청 전문단속원 증원'(14일), '어묵, 분유업체 등 허가제'(14일), '식품 피해 집단소송제'(22일), '위생점검실명제'(22일), '불량식품 신고 포상금 대폭 상향 조정'(22일), '식품안전기본법 제정 추진'(22일) 등 정부의 법인지 조치인지 아니면 언론 플레이인지가 쏟아져 나왔다.
[이라크]
6월 22일경 김모씨가 이라크에서 테러집단에 의해 피살됐다. 이후 파병 찬성, 반대 집회가 격렬해지고, 이라크 주재 대사관이 김모씨 피랍 사실을 알았네 몰랐네, 외교부가 AP통신이 건 전화를 받았네 안 받았네 등 시비가 벌어졌고, 인터넷은 초딩, 중딩급의 온갖 욕설과 생명을 경시하는 험악한 표현들로 도배질당했다.
이런 혼란을 계기로, 6월 28일 열린우리당이 16대 국회 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던 '테러 방지법'을 다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우선적으로, 7월 중에 이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법 내용은, 국가정보원이 대테러센터를 최종 지휘하며, 군 특수부대 출동 요청권, 외국인 사찰권, 감청 및 통신 제한 사유 확대 등이다. 작년에도 많은 사람과 사회단체들로부터 인권을 유린하는 악법이라 하여 비판을 받았던 것이다.
[법]
현행 식품위생법을 보면,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식품을 판매, 수입, 가공, 진열 등을 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기타 5년 이하/ 5천만원 이하, 3년 이하/ 3천만원 이하 그리고 과태료 3백만원 등, 식품에 관계된 장사를 하면 도대체 어떤 행위가 법에 걸리지 않는지 찾기 힘들 정도로 촘촘하게 엮어 놓았다.
지금껏 이런 법이 없어서 불량식품이 근절 안 됐던 것이 아니다. 그리고 법은 반드시 형평성이 있어야 한다. 10억원 이상씩이나 뇌물을 받은 정치꾼들은 구속조차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위에 쓴 것과 같이 식품 관계 법인지 조치인지를 정부가 또 다시 대량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그 진짜 목적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라 보기 어렵다.
오히려 동물을 먹이로 길들이듯, 국민을 식품으로 통제하겠다는 권력자들의 부도덕한 목적이 진하게 느껴진다. 60-70년대 군사 독재 시대에나 통용될 테러방지법을 그들이 강행하겠다는 것이 이 느낌을 더욱 굳혀 준다.
-200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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