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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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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 농촌 그린투어 르포
이규섭
http://columnist.org/kyoos
산딸기도 따고, 물놀이도 하고 '녹색 농촌체험'
그린투어는 도시와 농촌의 상생통로다. 도시민에게는 편안한 여가와 농촌체험기회를, 정서가 메말라 가는 아이들에겐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농촌에서는 유기농산물을 도시인과 직거래하거나 농촌체험을 관광과 연계할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웰빙 바람을 타고 도시인들의 농촌체험이 부쩍 늘고 있다. 주5일근무제와 함께 여행패턴도 소비·향락성 여행에서 가족단위의 체험형 여행으로 바뀌는 추세다. 2∼3년 전부터 농림부의 녹색농촌 체험마을, 농촌진흥청의 농촌전통 테마마을, 행정자치부의 아름마을 사업도 영향을 미쳤다.
그린투어는 서구에선 1960년대부터, 일본은 1990년초부터 활성화됐다. 농촌 체험여행은 가벼운 노동과 놀이를 통해 흙과 땀, 공동체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적 가족여행이라 할 수 있다.
농림부가 지정한 녹색농촌체험마을은 전국에 150여곳. 경기도에만 현재 6곳이 운영중이다. 그 가운데서도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실론마을은 '깡촌마을'을 '체험마을'로 탈바꿈시킨 성공사례다. 지난 4월에 열린 청운향토마을축제 때는 도시민 2,000여명이 참가하는 성과를 올렸다. 보고 즐기는 축제가 아니라 3만5000원의 참가비를 내는 유료축제라고 생각하면 대단한 성공이다.
강원도 홍천군과 인접한 신론마을은 서울에서 승용차로 1시간 30정도 걸린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흙 냄새가 구수하다. 공기는 달고 상큼하다. 뻐꾸기 울음소리도 구성지다. 10시 조금 지나자 서울 S초등학교 합창반 30여명이 도착한다. 식당으로 우르르 몰려가 가마솥에서 갓 퍼낸 밥을 반찬투정 부리지 않고 맛있게 먹는다. 조금 지나자 전날 도착한 직장 수련회 팀 60여명이 갈기산 산악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마을은 장터처럼 활기를 뛴다. 식사를 끝낸 아이들은 트랙터가 끄는 '꽃마차'를 타고 감자 캐기 체험농장으로 향한다. 꽃마차는 제작비만 6,000여만원이 들었다는 이동버스로 43인승이다.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 까요, 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갈 까요' 이동버스 안에서 부르는 아이들의 합창소리가 티 없이 맑고 곱다.
길라잡이의 안내로 감자 캐기가 시작됐다. 아이들은 호미 짓이 서툴러도 주먹만한 감자가 나올 때마다 "엄마, 내가 캔 감자 좀 봐요"하며 함지박처럼 입이 벌어진다. 자기가 캔 감자를 가지고 식당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직접 강판에 감자를 갈아 감자전을 붙여먹는다.
가마솥에서 찐 찹쌀을 떡 매로 쳐 인절미를 만들어 콩고물에 버무려 먹으며 친구 입에 넣어주기도 한다. 불린 콩을 갈아 가마솥에 끓인 뒤 꺼내어 자루에 담아 콩비지를 걸러내고, 다시 솥에 넣어 간수를 넣으니 몽실몽실한 순두부가 된다.
순두부를 자루에 담아 상자 속에 넣어 눌러 모두부가 나오는 과정을 체험하면서 어른들도 "아, 두부를 이렇게 만드는 구나"하며 신기해한다. 햄버거와 피자 맛에 익숙한 도시어린이들이지만 감자전과 인절미, 손 두부의 토속적 맛에 어느새 익숙해졌다. 아이들이 가장 신바람을 내는 것은 역시 물놀이. 대나무를 엮어만든 뗏목 타기를 한 뒤, 냇물에 풀어놓은 송어를 잡으며 마냥 즐거워한다. 어른들은 송어를 숯불에 구어 먹는 쏠쏠한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본격적인 여름철이 되면 신론리의 가족단위 체험 프로그램은 더 늘어난다. 피서철에 맞춰 물총 만들기와 물놀이를 할 수 있다. 옥수수를 따고 감자를 캐서 가마솥에 쪄먹거나 모닥불에 구워먹는다. 산자락에 지천인 산딸기와 뽕나무 열매인 오디 따기도 한다. 농촌의 밤이 되니 개구리들의 합창은 더욱 자지러지고, 밤하늘에 총총하게 빛나는 별을 보며 어른들은 추억에 젖고, 아이들은 꿈에 젖는다.
신론1리가 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된 지난해 8월 이후, 연말까지 1만6000여명이 다녀갔다. 신론리의 농촌체험 성공비결은 계절마다 바뀌는 50여 가지의 다양한 농촌체험 프로그램 덕분이다. 봄에는 산나물 캐기, 씨앗파종, 채소심기 등이, 여름에는 물고기잡기, 참외 따기, 수박 손으로 격파해 나눠 먹기 등이 진행되고 가을에는 각종 과일의 수확체험과 벼 베기, 겨울에는 새끼 꼬기, 메주 쑤기, 칡 캐기 등의 체험들이 이어진다.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도시 어린이들에게는 땀의 소중함을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신론1리 아랫마을은 38가구에 인구는 90여명에 불과한 작은 산간마을로 여느 농촌과 다를 바 없었다. 옥수수·감자·콩을 심고 팔아 근근이 연명하던 '경쟁력 없던' 마을이었으나 젊은 이장 김주헌(36)씨가 "농산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팔면 돈이 될 것"이라고 발 벗고 나섰다. 김씨는 최근 이장 일은 그만두고 농촌체험 운영에 전념한다.
청소년단체에서 일했던 안문태(48)씨와 레크리에이션 지도사로 활동하던 이양구(43)씨가 서울 생활을 접고 이 마을에 정착하면서 그린투어는 구체화 됐다. 처음엔 뜨악하게 여겼던 노인들도 이제는 발벗고 나섰다. 도시아이들에게 농사짓는 법을 설명하거나 옛날 이야기를 들려준다.
45평과, 20평 규모의 숙박시설에 황토방 두 동을 갖추고 있다. 잔디구장, 야외공연장, 대형 그네, 활터, 정자도 갖췄다. 어린이들의 토속음식 체험에 지장을 줄까봐 과자 파는 가게는 일부러 없앴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변에는 폐교를 인수해 20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인성수련원을 비롯, 통나무집, 민박, 황토방, 펜션 등이 생겨나 이웃 도원리까지 1,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여행쪽지> ▲참가비=신론리 1박2일 숙식과 프로그램 참여 가격은 1인당 3만5000원(만 5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 단체 당일 팀은 1인당 20,000원. 송어잡이 추가 땐 2만5000원 홈페이지 www.sinnon.net/ . ▲가는 길=중부고속도→만남의 광장→하남IC→팔당대교→국도 6호선→용두리→국도 44호선→다대휴게소를 지나 우회전하여 4㎞→신론2리 마을 표지판이 나오면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신론1리 체험마을. ▲준비물=시골의 아침저녁 공기는 생각보다 차다. 수건과 긴 팔 옷은 필수. 물놀이를 한 뒤 갈아 입힐 옷과 양말도 여벌로 준비해야 한다. 샌들도 꼭 챙길 것. 치약 칫솔 비누 면도기 등 세면도구도 가져가야 한다.
- <농수산물유통공사> 사보 7월호
■ 농촌 그린투어 르포
이규섭
http://columnist.org/kyoos
산딸기도 따고, 물놀이도 하고 '녹색 농촌체험'
그린투어는 도시와 농촌의 상생통로다. 도시민에게는 편안한 여가와 농촌체험기회를, 정서가 메말라 가는 아이들에겐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농촌에서는 유기농산물을 도시인과 직거래하거나 농촌체험을 관광과 연계할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웰빙 바람을 타고 도시인들의 농촌체험이 부쩍 늘고 있다. 주5일근무제와 함께 여행패턴도 소비·향락성 여행에서 가족단위의 체험형 여행으로 바뀌는 추세다. 2∼3년 전부터 농림부의 녹색농촌 체험마을, 농촌진흥청의 농촌전통 테마마을, 행정자치부의 아름마을 사업도 영향을 미쳤다.
그린투어는 서구에선 1960년대부터, 일본은 1990년초부터 활성화됐다. 농촌 체험여행은 가벼운 노동과 놀이를 통해 흙과 땀, 공동체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적 가족여행이라 할 수 있다.
농림부가 지정한 녹색농촌체험마을은 전국에 150여곳. 경기도에만 현재 6곳이 운영중이다. 그 가운데서도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실론마을은 '깡촌마을'을 '체험마을'로 탈바꿈시킨 성공사례다. 지난 4월에 열린 청운향토마을축제 때는 도시민 2,000여명이 참가하는 성과를 올렸다. 보고 즐기는 축제가 아니라 3만5000원의 참가비를 내는 유료축제라고 생각하면 대단한 성공이다.
강원도 홍천군과 인접한 신론마을은 서울에서 승용차로 1시간 30정도 걸린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흙 냄새가 구수하다. 공기는 달고 상큼하다. 뻐꾸기 울음소리도 구성지다. 10시 조금 지나자 서울 S초등학교 합창반 30여명이 도착한다. 식당으로 우르르 몰려가 가마솥에서 갓 퍼낸 밥을 반찬투정 부리지 않고 맛있게 먹는다. 조금 지나자 전날 도착한 직장 수련회 팀 60여명이 갈기산 산악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마을은 장터처럼 활기를 뛴다. 식사를 끝낸 아이들은 트랙터가 끄는 '꽃마차'를 타고 감자 캐기 체험농장으로 향한다. 꽃마차는 제작비만 6,000여만원이 들었다는 이동버스로 43인승이다.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 까요, 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갈 까요' 이동버스 안에서 부르는 아이들의 합창소리가 티 없이 맑고 곱다.
길라잡이의 안내로 감자 캐기가 시작됐다. 아이들은 호미 짓이 서툴러도 주먹만한 감자가 나올 때마다 "엄마, 내가 캔 감자 좀 봐요"하며 함지박처럼 입이 벌어진다. 자기가 캔 감자를 가지고 식당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직접 강판에 감자를 갈아 감자전을 붙여먹는다.
가마솥에서 찐 찹쌀을 떡 매로 쳐 인절미를 만들어 콩고물에 버무려 먹으며 친구 입에 넣어주기도 한다. 불린 콩을 갈아 가마솥에 끓인 뒤 꺼내어 자루에 담아 콩비지를 걸러내고, 다시 솥에 넣어 간수를 넣으니 몽실몽실한 순두부가 된다.
순두부를 자루에 담아 상자 속에 넣어 눌러 모두부가 나오는 과정을 체험하면서 어른들도 "아, 두부를 이렇게 만드는 구나"하며 신기해한다. 햄버거와 피자 맛에 익숙한 도시어린이들이지만 감자전과 인절미, 손 두부의 토속적 맛에 어느새 익숙해졌다. 아이들이 가장 신바람을 내는 것은 역시 물놀이. 대나무를 엮어만든 뗏목 타기를 한 뒤, 냇물에 풀어놓은 송어를 잡으며 마냥 즐거워한다. 어른들은 송어를 숯불에 구어 먹는 쏠쏠한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본격적인 여름철이 되면 신론리의 가족단위 체험 프로그램은 더 늘어난다. 피서철에 맞춰 물총 만들기와 물놀이를 할 수 있다. 옥수수를 따고 감자를 캐서 가마솥에 쪄먹거나 모닥불에 구워먹는다. 산자락에 지천인 산딸기와 뽕나무 열매인 오디 따기도 한다. 농촌의 밤이 되니 개구리들의 합창은 더욱 자지러지고, 밤하늘에 총총하게 빛나는 별을 보며 어른들은 추억에 젖고, 아이들은 꿈에 젖는다.
신론1리가 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된 지난해 8월 이후, 연말까지 1만6000여명이 다녀갔다. 신론리의 농촌체험 성공비결은 계절마다 바뀌는 50여 가지의 다양한 농촌체험 프로그램 덕분이다. 봄에는 산나물 캐기, 씨앗파종, 채소심기 등이, 여름에는 물고기잡기, 참외 따기, 수박 손으로 격파해 나눠 먹기 등이 진행되고 가을에는 각종 과일의 수확체험과 벼 베기, 겨울에는 새끼 꼬기, 메주 쑤기, 칡 캐기 등의 체험들이 이어진다.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도시 어린이들에게는 땀의 소중함을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신론1리 아랫마을은 38가구에 인구는 90여명에 불과한 작은 산간마을로 여느 농촌과 다를 바 없었다. 옥수수·감자·콩을 심고 팔아 근근이 연명하던 '경쟁력 없던' 마을이었으나 젊은 이장 김주헌(36)씨가 "농산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팔면 돈이 될 것"이라고 발 벗고 나섰다. 김씨는 최근 이장 일은 그만두고 농촌체험 운영에 전념한다.
청소년단체에서 일했던 안문태(48)씨와 레크리에이션 지도사로 활동하던 이양구(43)씨가 서울 생활을 접고 이 마을에 정착하면서 그린투어는 구체화 됐다. 처음엔 뜨악하게 여겼던 노인들도 이제는 발벗고 나섰다. 도시아이들에게 농사짓는 법을 설명하거나 옛날 이야기를 들려준다.
45평과, 20평 규모의 숙박시설에 황토방 두 동을 갖추고 있다. 잔디구장, 야외공연장, 대형 그네, 활터, 정자도 갖췄다. 어린이들의 토속음식 체험에 지장을 줄까봐 과자 파는 가게는 일부러 없앴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변에는 폐교를 인수해 20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인성수련원을 비롯, 통나무집, 민박, 황토방, 펜션 등이 생겨나 이웃 도원리까지 1,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여행쪽지> ▲참가비=신론리 1박2일 숙식과 프로그램 참여 가격은 1인당 3만5000원(만 5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 단체 당일 팀은 1인당 20,000원. 송어잡이 추가 땐 2만5000원 홈페이지 www.sinnon.net/ . ▲가는 길=중부고속도→만남의 광장→하남IC→팔당대교→국도 6호선→용두리→국도 44호선→다대휴게소를 지나 우회전하여 4㎞→신론2리 마을 표지판이 나오면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신론1리 체험마을. ▲준비물=시골의 아침저녁 공기는 생각보다 차다. 수건과 긴 팔 옷은 필수. 물놀이를 한 뒤 갈아 입힐 옷과 양말도 여벌로 준비해야 한다. 샌들도 꼭 챙길 것. 치약 칫솔 비누 면도기 등 세면도구도 가져가야 한다.
- <농수산물유통공사> 사보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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