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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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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개인 홈페이지가 좋은 미디어 되려면
이강룡 / 웹칼럼니스트 http://readme.or.kr
제목이 꽤나 계몽적이지만, ‘이렇게 하라’ 가 아니라 ‘겪어보니 이런 것 같더라’ 의 뉘앙스이니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기를 바란다.
블로그를 정의할 때 흔히 붙는 수식어 ‘1인 미디어’ 란 말은 그 둘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블로그가 꼭 1인 미디어일 필요는 없으며, 1인 미디어가 반드시 블로그일 까닭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블로그가 미디어일 필요도 없으며, 2인 이상이 블로그를 운영해도 괜찮을 것이다. 내 경우엔 나를 포함하여 네 명의 글을 싣고 있다. 최소한 ‘1인 미디어 = 블로그’ 등식은 아닌 것이다. 나 또한 비슷한 제목의 글을 쓰기도 했는데 블로그를 좀 더 오래 쓰다보니 그건 현실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누군가(미디어) 만들어낸 손쉬운 상투어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년 전 네띠앙을 비롯한 몇몇 웹서비스 업체에서 네티즌에게 무료 계정을 나눠주기 시작했을 때에도 역시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렸다.’고 보도되곤 했다. 개인 홈페이지를 갖는 것이 마치, 운전을 하든 안하든 일단 운전면허 먼저 따는 것처럼 돼버렸고 대부분의 개인 홈페이지들은 1인 미디어라는 말이 무색하게 ‘공사중’ 혹은 방치 상태로 바뀌긴 했지만, 실제로 많은 개인 홈페이지들이 전문적인 정보로 무장하여 미디어의 기능을 하기도 했다.
지금과 비교해 보면 홈페이지 제작, 자료 수록, 운영 과정은 꽤나 불편한 - 우리가 겪는 불편함이 더 편리한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동인이 되긴 하겠지만, 대개 그 불편함이란 새로운 매체나 도구가 등장한 이후에 느껴지는 것인 경우가 많다 - 작업이었다. 잘 만든 홈페이지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혹은 최신의 정보를 올린다고 해도 다른 네티즌의 주목을 끄는 건 훨씬 더 어렵고 힘든 작업이었다. 디렉토리를 체계적으로 기획하여 정리하고, 흥미로운 웹사이트를 찾아다니는 웹서퍼라는 직업이 유망 직종으로 소개되고 정보검색사라는 신종 자격증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던 무렵이었다.
네티즌은 별로 바뀐 바가 없는데 그때에 비해 바뀐 게 있다면,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던 과거를 현재 시점으로 견주어 보니 요즘의 도구와 환경이 꽤 편리해 졌다는 점일 것이다. 블로그 앞의 수식어 ‘1인 미디어’란 말은, ‘1인 미디어 기능을 하기에 편리한’ 혹은 ‘할 수도 있는’ 정도로 부연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모든 웹 문서 형식은 영향력의 경중을 떠나서 일정 정도는 모두 미디어 기능을 하고 있는데, 게시판, 카페, 미니 홈피, 블로그 등 여러 형식 중 블로그가 가장 주목받는 건 효율성의 문제일 것이다. 블로그는 저비용 고효율의 소통 매체이기 때문이다. 만일 더 효율적인 도구가 등장한다면 언론은 또 다시 ‘진정한 1인 미디어 시대가 왔다.’고 흥분할지도 모른다. ‘삼진 아웃제’를 고려해봐야 할까?
가장 효율적인 건, 경험적 지식을 나누는 것
이건 지식 검색에도 많이 관련되는 내용인데, 블로그가 개인 미디어로서의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경험적 지식을 담는 것이 좋다. 거창한 프로젝트가 중요한 게 아니고 설사 그게 사소한 일상사라고 하더라도 실제 경험으로부터 자연스럽게 표출된 어떤 생각이나 자료라면 그 자체로 누군가에겐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홍대 근처의 <숨어있는 책>이란 헌책방에 갔더니 지하 인문 서적 중 철학 코너에 이런 이런 책들이 있더라.’ 라는 사소한 이야기도 누군가에겐 좋은 뉴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 개기월식이 있었던 날, 이 중요한 순간을 놓친 이들이 신문이나 방송 등에서 사진 자료를 보지 못해 궁금해 할 때, 이 갈증을 해결해 준 것은 24시간 뉴스채널 이 아닌 바로 블로그였다. 한 네티즌의 경험적 정보가 미디어의 기능을 훌륭하게 수행한 것이다.
이미 보도된 뉴스를 내 블로그에 그대로 퍼오는 것은 독자 입장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오히려 불편함만 줄 뿐이다. 필요하다면 짧은 요약과 링크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포털 블로그의 ‘펌’ 기능은 이런 면에서 최악이다. 개인적으로 긁어오는 행위까지 막을 필요는 없겠지만 이런 기능을 ‘서비스’ 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내 이름을 걸고 쓰는 글
블로그를 정의할 때 빠지지 않는 말 중 하나가 ‘편집되지 않은 목소리’ 라는 구절이다. 이건 바꿔 말하면 이미 개인적인 영역에서 편집된 목소리라는 얘기가 된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교통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올릴 때 ‘명박아 정신 차려라’ 라는 투로 쓰든 ‘이명박 시장 정신 차리시오.’ 라는 식으로 쓰든 그건 글쓴이의 자유일지 모른다. 전자의 경우가 더 많이 읽힐지도 모르지만 대개는 후자가 전달력이 더 크다. 많이 읽히는 게 능사는 아니다.
칼럼니스트 김중태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타인을 위해 블로그를 운영하지 말고 자신을 위해 운영하세요’ 라고 충고한다. 방문자수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사람들이 많이 읽을 것 같은 글만 좇다 보면 개인 미디어로서의 블로그는 기성 미디어의 선정성을 개인적인 영역에서 그대로 닮아가고 있을 것이며, 블로그 운영자로서의 정체성도 많은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편집권은 물론 네티즌 개인에게 있다.
블로그 형식의 웹사이트가 개인 미디어로 가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라면 기록의 축적이 편리하다는 것이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준공에서 완공까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촬영했다는 어떤 이의 사진 자료가 비싼 값으로 팔렸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개인의 기록을 꾸준히 축적하다보면 혹 누군가에게 팔리지 않더라도 소장가치 높은 작품이 될 것이다. 충분한 시간은 좋은 자료를 만드는 법이니까.
레베카 블러드의 <블로그>란 책에는 블로그의 특징을 개인의 관심사 표현, 정보 공유, 평판 구축 등 세 가지로 규정한다. 이렇게 응용해 볼 수도 있겠다. 내 블로그를 좋은 미디어로 만들고 싶다면, 개인의 관심사를 독창적으로 표현하고, 나의 경험적 정보를 남과 공유하고, 충실하게 좋은 정보를 축적하라. 그러면 평판은 저절로 좋아지게 된다.
- <미디어오늘>
개인 홈페이지가 좋은 미디어 되려면
이강룡 / 웹칼럼니스트 http://readme.or.kr
제목이 꽤나 계몽적이지만, ‘이렇게 하라’ 가 아니라 ‘겪어보니 이런 것 같더라’ 의 뉘앙스이니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기를 바란다.
블로그를 정의할 때 흔히 붙는 수식어 ‘1인 미디어’ 란 말은 그 둘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블로그가 꼭 1인 미디어일 필요는 없으며, 1인 미디어가 반드시 블로그일 까닭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블로그가 미디어일 필요도 없으며, 2인 이상이 블로그를 운영해도 괜찮을 것이다. 내 경우엔 나를 포함하여 네 명의 글을 싣고 있다. 최소한 ‘1인 미디어 = 블로그’ 등식은 아닌 것이다. 나 또한 비슷한 제목의 글을 쓰기도 했는데 블로그를 좀 더 오래 쓰다보니 그건 현실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누군가(미디어) 만들어낸 손쉬운 상투어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년 전 네띠앙을 비롯한 몇몇 웹서비스 업체에서 네티즌에게 무료 계정을 나눠주기 시작했을 때에도 역시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렸다.’고 보도되곤 했다. 개인 홈페이지를 갖는 것이 마치, 운전을 하든 안하든 일단 운전면허 먼저 따는 것처럼 돼버렸고 대부분의 개인 홈페이지들은 1인 미디어라는 말이 무색하게 ‘공사중’ 혹은 방치 상태로 바뀌긴 했지만, 실제로 많은 개인 홈페이지들이 전문적인 정보로 무장하여 미디어의 기능을 하기도 했다.
지금과 비교해 보면 홈페이지 제작, 자료 수록, 운영 과정은 꽤나 불편한 - 우리가 겪는 불편함이 더 편리한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동인이 되긴 하겠지만, 대개 그 불편함이란 새로운 매체나 도구가 등장한 이후에 느껴지는 것인 경우가 많다 - 작업이었다. 잘 만든 홈페이지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혹은 최신의 정보를 올린다고 해도 다른 네티즌의 주목을 끄는 건 훨씬 더 어렵고 힘든 작업이었다. 디렉토리를 체계적으로 기획하여 정리하고, 흥미로운 웹사이트를 찾아다니는 웹서퍼라는 직업이 유망 직종으로 소개되고 정보검색사라는 신종 자격증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던 무렵이었다.
네티즌은 별로 바뀐 바가 없는데 그때에 비해 바뀐 게 있다면,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던 과거를 현재 시점으로 견주어 보니 요즘의 도구와 환경이 꽤 편리해 졌다는 점일 것이다. 블로그 앞의 수식어 ‘1인 미디어’란 말은, ‘1인 미디어 기능을 하기에 편리한’ 혹은 ‘할 수도 있는’ 정도로 부연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모든 웹 문서 형식은 영향력의 경중을 떠나서 일정 정도는 모두 미디어 기능을 하고 있는데, 게시판, 카페, 미니 홈피, 블로그 등 여러 형식 중 블로그가 가장 주목받는 건 효율성의 문제일 것이다. 블로그는 저비용 고효율의 소통 매체이기 때문이다. 만일 더 효율적인 도구가 등장한다면 언론은 또 다시 ‘진정한 1인 미디어 시대가 왔다.’고 흥분할지도 모른다. ‘삼진 아웃제’를 고려해봐야 할까?
가장 효율적인 건, 경험적 지식을 나누는 것
이건 지식 검색에도 많이 관련되는 내용인데, 블로그가 개인 미디어로서의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경험적 지식을 담는 것이 좋다. 거창한 프로젝트가 중요한 게 아니고 설사 그게 사소한 일상사라고 하더라도 실제 경험으로부터 자연스럽게 표출된 어떤 생각이나 자료라면 그 자체로 누군가에겐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홍대 근처의 <숨어있는 책>이란 헌책방에 갔더니 지하 인문 서적 중 철학 코너에 이런 이런 책들이 있더라.’ 라는 사소한 이야기도 누군가에겐 좋은 뉴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 개기월식이 있었던 날, 이 중요한 순간을 놓친 이들이 신문이나 방송 등에서 사진 자료를 보지 못해 궁금해 할 때, 이 갈증을 해결해 준 것은 24시간 뉴스채널 이 아닌 바로 블로그였다. 한 네티즌의 경험적 정보가 미디어의 기능을 훌륭하게 수행한 것이다.
이미 보도된 뉴스를 내 블로그에 그대로 퍼오는 것은 독자 입장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오히려 불편함만 줄 뿐이다. 필요하다면 짧은 요약과 링크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포털 블로그의 ‘펌’ 기능은 이런 면에서 최악이다. 개인적으로 긁어오는 행위까지 막을 필요는 없겠지만 이런 기능을 ‘서비스’ 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내 이름을 걸고 쓰는 글
블로그를 정의할 때 빠지지 않는 말 중 하나가 ‘편집되지 않은 목소리’ 라는 구절이다. 이건 바꿔 말하면 이미 개인적인 영역에서 편집된 목소리라는 얘기가 된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교통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올릴 때 ‘명박아 정신 차려라’ 라는 투로 쓰든 ‘이명박 시장 정신 차리시오.’ 라는 식으로 쓰든 그건 글쓴이의 자유일지 모른다. 전자의 경우가 더 많이 읽힐지도 모르지만 대개는 후자가 전달력이 더 크다. 많이 읽히는 게 능사는 아니다.
칼럼니스트 김중태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타인을 위해 블로그를 운영하지 말고 자신을 위해 운영하세요’ 라고 충고한다. 방문자수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사람들이 많이 읽을 것 같은 글만 좇다 보면 개인 미디어로서의 블로그는 기성 미디어의 선정성을 개인적인 영역에서 그대로 닮아가고 있을 것이며, 블로그 운영자로서의 정체성도 많은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편집권은 물론 네티즌 개인에게 있다.
블로그 형식의 웹사이트가 개인 미디어로 가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라면 기록의 축적이 편리하다는 것이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준공에서 완공까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촬영했다는 어떤 이의 사진 자료가 비싼 값으로 팔렸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개인의 기록을 꾸준히 축적하다보면 혹 누군가에게 팔리지 않더라도 소장가치 높은 작품이 될 것이다. 충분한 시간은 좋은 자료를 만드는 법이니까.
레베카 블러드의 <블로그>란 책에는 블로그의 특징을 개인의 관심사 표현, 정보 공유, 평판 구축 등 세 가지로 규정한다. 이렇게 응용해 볼 수도 있겠다. 내 블로그를 좋은 미디어로 만들고 싶다면, 개인의 관심사를 독창적으로 표현하고, 나의 경험적 정보를 남과 공유하고, 충실하게 좋은 정보를 축적하라. 그러면 평판은 저절로 좋아지게 된다.
-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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