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동안 기다려야 난 내가 될 수 있을까
서야 할 곳이 아닌 줄 알면서도
절룩거리며 서 있어야 하는 지금.
몸 전체로 울면서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어지럽게 흔들리며
누굴 향해 손짓하고 무엇을 위해 나는 우는가
아픈 낙서를 지우며 기워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스스로를 조금씩 비워야 하고
내가 속는 줄 알면서도
아낌없이 나를 속여야 하는 고통을 짊어지고
어디메쯤 나는 가고 나를 부르며 가고 있는가
지탱할 힘도 없이 무언가에 의해 떠밀려 가며
언제까지 난 나를 부인해야 하는지
세상에 뿌리 내리지도 못한 채
자신으로부터 멀리 도망 칠 수록
더 출렁일 수밖에 없는 난,
흔적 없이 흩어져 다시 깨어질 수도 없지만
허물어진 자리에서나마 난 내가 되고 싶다
발까벗음으로써 비로소 나를 알고
스스로 나를 증명해 보이고 싶기에
그냥 보잘 것 없는 그런 설레임으로 바람과 함께 울고 싶다
이대로 맨발로 서는 아무 소용없는 몸부림이래도 좋다
더 비워질 수 없는 자유로움으로
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쁘기에
난 스스럼없이 나를 부르며 조용히 눈을 감고
내 옆을 걸어가는 잘 알수 없는 또 다른 나를 보며
바람 속에서 난 내가 되어 울고 싶다.
알몸으로 자기보기 / 권영하
함께 가던 사람들 속에서 문득 혼자라고 느낄 때
깜깜한 영화관에 앉아 막 불이 켜지고
흐릿해진 화면 위로 올라가는 자막 바라보며
일어서지도 못하고 그렇게 흐르는 눈물 닦아내고 있을 때
영화 속의 슬픔이 마음속의 슬픔을 건드려 덧나게 할 때
비어 있는 방문을 도둑처럼 열고
상처받고 상처내며 보낸 하루를
구겨진 편지처럼 가만 책상 위에 놓을 때
아, 온종일 그렇게 함께 있어도 혼자라고 느낄 때
사랑아, 너는
내 속에 숨어 언제나 나를 보고 있다.
혼자라고 느낄 때.. / 김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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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ein Soleil - Nino Rotta
첫 번째 글은 플라 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두 번째 글은 지평 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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