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맨 얼굴로 외출하는 것이 쑥스럽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수하고 로션만 슬쩍 바르고 외출해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요즘은 아니다.
무어라도 하나 더 찍어 바르고,
귀고리라도 하나 귀에 걸어야 조금 마음이 놓인다.
이제야 비로소 철이 드는 모양이다.
아니면 잃어버린 꿈들이 너무 많아서인지도 모른다.
여자가 하나씩 장식을 달아 가는 것은
지난 꿈을 하나둘 잃어 가기 때문이라고 어느 시인이 노래했다.
여자가 나이를 먹어가고,
그리하여 지난 꿈들을 하나둘 잃어 가면서
하나씩 장식을 달아 간다는 것은
참으로 눈물겨운 아름다움이 아닐는지...
액세서리 하나 하나에 추억과 의미를 부여하려는 내 모습이
문득 안쓰러워진다.
어느새 추억에 기대어 그것을 반추하며 사는 나이에 와 있다니...
과거란 스토리가 아닌 장면으로 떠오른다는 말은 정말 옳다.
아, 그런데 추억의 조개 목걸이는 서랍 속에 없다.
내가 어린 소녀였을 때 아버지가 제주도에서 사다 주신 목걸이.
조그맣고 하얀 조개 껍질들을 엮어 만든 그 목걸이는
서로 부딪치며 맑은 파도 소리를 내곤 했다.
딸이 다섯이라 아버지는 아마 다섯 개의 조개 목걸이를 사셨을 것이다.
그때 우리는 너무 어려서 단 하나도 제대로 간직하지 못했다.
그 시절이 그립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동화 속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그 시절로 돌아가
조개 목걸이를 목에 건 어린 소녀가 되고 싶다.
조개 목걸이를 사게 되더라도
나는 다시 어린 소녀가 될 수 없으리라는 절망감마저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오늘,
액세서리에 담긴 추억의 향기가 유난히 그윽하다.
눈을 감으면 그 시절이 떠오르고 희고 고운 조개 껍데기들이
부딪쳐 내는 파도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세월은 흐르고 추억은 남는 것.
그러나 액세서리에 얽힌 추억들이 있으므로
지금 나는 덜 외롭다.
그것들을 어루만지노라면
그리운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
노은 / 여백 가득히 사랑을 중에서
행복해지고 싶다면 노력해야 합니다.
집을 깔끔하게 정리하듯
내 마음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간수할 건 간수해야 하는 것입니다.
내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억과
칭찬의 말 등은 간직해도 좋지만,
필요도 없는 비난이나 고통의 기억은
쓰레기나 잡동사니 치우듯이 과감히 버리는 것입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말했습니다.
"사람은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문윤정 / 당신의 아침을 위하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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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 Glen Campbell
첫 번째 글은 ^_^ 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두 번째 글은 샤도우프리맨 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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