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
2004년 8월 10일
이강룡 / 웹칼럼니스트
에너지는 한 가지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옮겨갈 때마다 '일정액의 벌금을 낸다' 이 벌금은 유용한 에너지가 손실되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바로 '엔트로피' 이다. 엔트로피는 더 이상 일로 전환될 수 없는 에너지의 양을 측정하는 수단이다. (중략)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유용한 에너지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너지 제1법칙에 따라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게 보존되며, 제2법칙에 의해 혼돈과 무질서의 방향으로 변해가기 때문에, 오염이란 엔트로피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중략) 매번 담배에 불을 붙일 때마다 지구상의 유용한 에너지양은 줄어든다. (중략) "세상에 공짜는 없다" (중략) 우주가 완벽한 상태에서 시작하여 쇠락과 혼돈을 향해 움직인다는 점을 우리 모두 받아들이면서도, 지구의 역사는 '진보' 하고 있다고 믿는 것은 참으로 기이하다. (중략) 엔트로피는 시간의 화살이다. (제레미 리프킨, <엔트로피> 중에서)
엔트로피를 알게 된 것은 꽤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엔트로피를 알게 되니 세상이 엔트로피적으로 보였다. 비록 실천하고 있는 부분은 아직 미미하지만, 모든 것을 엔트로피적으로 생각해보면 삶 자체가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엔트로피의 증가를 더디게 하는 것은 우리의 후손을 위한 길이며, 이웃을 위한 길이며 인류를 위한 길이다. 우리는 아주 작은 노력만으로도 엔트로피의 증가를 막을 수 있으며, 지금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결코 늦은 것은 아닐 것이다. 필요한 만큼만 덜어먹는 것도 엔트로피의 증가를 줄일 수 있는 작은 실천이며, 필요한 부분만 덜어 사용하는 것, 그건 웹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어떤 것이든 제 위치에서 제 할 일만큼만 하면 엔트로피의 증가를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 포털의 언론 권력화, 거대 자본을 통한 서비스의 확장, 운영 체제의 독점과 횡포, 더러운 댓글, 휴면(방치한) 계정, 사용 가치에서 벗어난 무분별한 선점 경쟁. 이런 것들은 엔트로피 증가의 주역이다.
인용글에 대한 의견을 덧붙이거나 별도의 편집 과정 없이 원문을 그대로 옮겨오는 이른바 ‘펌’도 웹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주범이다. 모 포털 사이트는 이런 기능을 서비스 메뉴에 반영하고 있는데, 사용자 개인에게는 당장 편리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기능이다. 사용자간의 수동적 펌 행위야 용인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보더라도, 이를 서비스에 구현하고 있다는 건 정말 최악이다. 비슷하거나 동일한 정보의 문서를 양산하여 불필요한 자원을 소모하고, 원문의 가치를 하락시킨다. 간혹 원 게시물 작성자의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 개성은 없고 온갖 펌 정보만 잔뜩 모아둔 웹사이트를 양산하며, 결국 웹의 신뢰도 하락에 충실하게 기여한다. 자원 낭비에 다름 아니며 곧 엔트로피의 증가를 의미한다.
구글의 새로운 메일 서비스 G메일이 용량 1기가를 선언하면서 국내 메일 서비스업체들의 용량 경쟁이 본격화되었는데, 서비스의 질적 가치 증가보다 양적 팽창에 주력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늘어난 용량의 유지비용은 고스란히 사용자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엔트로피의 법칙이 말해주지 않았던가.
검색엔진의 가장 고유한 기능은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는데, 키워드 검색을 비롯한 검색어 장사가 시작되면서, 본래의 검색 기능은 퇴화하고 그저 비즈니스 모델의 하나로 전락해버렸다. 제 역할을 충실히 다하지 못할 때 엔트로피는 당연히 증가한다. 온라인 사업이 자선 사업이 아닌 이상 이런 말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찾고자 하는 정보를 검색했을 때 원치 않는 광고들만이 전면에 도배되고 있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다.
필요한 만큼만 덜어 먹기
개인적인 영역에서 웹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것은 계정, 도메인 선점 경쟁을 꼽을 수 있다.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했을 때 원하는 아이디와 계정을 얻기 위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곤 하는데 조금만 시간이 지나보면 실제로 이를 이용하는 네티즌은 많지 않다. 결과적으로 보면 충동구매이거나 다른 꿍꿍이가 있기 마련이다. 도메인 장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개인적 혹은 업무상 필요에 따른 것이 아니라, 다른 이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도메인을 소유하는 건 아주 고약한 행위이다.
웹 사용자 공학의 권위자인 제이콥 닐슨의 홈페이지(http://www.useit.com)는 약 7년 동안 똑같은 홈페이지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다. (이 사이트를 처음 본 게 98년인데 아마 그 이전에도 같은 모습이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텍스트 위주로 간결하게 만들어진 이 사이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269바이트의 gif 파일 하나가 전부다. '의미 있는 그래픽을 사용하라' 는 그의 말을 자신의 웹사이트에 묵묵히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네티즌 이진호님의 말처럼 바꿀 필요가 없다면 바꾸지 않는 것이 맞다.
대부분의 포털 사이트는 회원 가입과 동시에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메일 계정, 홈페이지 계정, 개인 블로그 등 거의 모든 개인화 서비스 계정이 만들어진다. 본인조차도 이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필요가 없다면 사용하지 않는 게 맞는데, 필요 없어도 일단 만들어주는 것이다. 엔트로피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엔트로피의 증가를 늦추기 위해서는 작은 실천만으로도 충분하다. 불필요한 계정은 만들지 않는 것, 사용하지 않을 도메인이라면 보유하지 않는 것, 무분별한 스크랩보다는 링크를 활용하는 것, 무의미한 이미지나 자료는 수록하지 않는 것 등등.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면 많은 시간이 사라진다. 그러나 우리는 엔트로피 과정이 발생하는 속도를 우리의 의지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우리의 의지력을 발휘하여 이제까지 우리가 지구에 입힌 상처가 치유될 수 있는, 자연 재생과정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준다면 우리와 모든 생명은 지구상에서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 <엔트로피> 중에서 )
웹에 불필요한 문서를 만들게 되면 우리의 공공재 일부가 사라진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우리의 의지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네티즌의 의지력을 발휘하여 이제까지 우리가 웹에 끼친 해악과 오염이 치유될 수 있는, 유기체처럼 살아 움직이고 있는 웹이 건강함을 되찾을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준다면 우리와 웹은 오랫동안 건강함과 유용함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 <국정브리핑>
이강룡 / 웹칼럼니스트
에너지는 한 가지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옮겨갈 때마다 '일정액의 벌금을 낸다' 이 벌금은 유용한 에너지가 손실되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바로 '엔트로피' 이다. 엔트로피는 더 이상 일로 전환될 수 없는 에너지의 양을 측정하는 수단이다. (중략)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유용한 에너지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너지 제1법칙에 따라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게 보존되며, 제2법칙에 의해 혼돈과 무질서의 방향으로 변해가기 때문에, 오염이란 엔트로피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중략) 매번 담배에 불을 붙일 때마다 지구상의 유용한 에너지양은 줄어든다. (중략) "세상에 공짜는 없다" (중략) 우주가 완벽한 상태에서 시작하여 쇠락과 혼돈을 향해 움직인다는 점을 우리 모두 받아들이면서도, 지구의 역사는 '진보' 하고 있다고 믿는 것은 참으로 기이하다. (중략) 엔트로피는 시간의 화살이다. (제레미 리프킨, <엔트로피> 중에서)
엔트로피를 알게 된 것은 꽤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엔트로피를 알게 되니 세상이 엔트로피적으로 보였다. 비록 실천하고 있는 부분은 아직 미미하지만, 모든 것을 엔트로피적으로 생각해보면 삶 자체가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엔트로피의 증가를 더디게 하는 것은 우리의 후손을 위한 길이며, 이웃을 위한 길이며 인류를 위한 길이다. 우리는 아주 작은 노력만으로도 엔트로피의 증가를 막을 수 있으며, 지금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결코 늦은 것은 아닐 것이다. 필요한 만큼만 덜어먹는 것도 엔트로피의 증가를 줄일 수 있는 작은 실천이며, 필요한 부분만 덜어 사용하는 것, 그건 웹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어떤 것이든 제 위치에서 제 할 일만큼만 하면 엔트로피의 증가를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 포털의 언론 권력화, 거대 자본을 통한 서비스의 확장, 운영 체제의 독점과 횡포, 더러운 댓글, 휴면(방치한) 계정, 사용 가치에서 벗어난 무분별한 선점 경쟁. 이런 것들은 엔트로피 증가의 주역이다.
인용글에 대한 의견을 덧붙이거나 별도의 편집 과정 없이 원문을 그대로 옮겨오는 이른바 ‘펌’도 웹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주범이다. 모 포털 사이트는 이런 기능을 서비스 메뉴에 반영하고 있는데, 사용자 개인에게는 당장 편리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기능이다. 사용자간의 수동적 펌 행위야 용인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보더라도, 이를 서비스에 구현하고 있다는 건 정말 최악이다. 비슷하거나 동일한 정보의 문서를 양산하여 불필요한 자원을 소모하고, 원문의 가치를 하락시킨다. 간혹 원 게시물 작성자의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 개성은 없고 온갖 펌 정보만 잔뜩 모아둔 웹사이트를 양산하며, 결국 웹의 신뢰도 하락에 충실하게 기여한다. 자원 낭비에 다름 아니며 곧 엔트로피의 증가를 의미한다.
구글의 새로운 메일 서비스 G메일이 용량 1기가를 선언하면서 국내 메일 서비스업체들의 용량 경쟁이 본격화되었는데, 서비스의 질적 가치 증가보다 양적 팽창에 주력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늘어난 용량의 유지비용은 고스란히 사용자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엔트로피의 법칙이 말해주지 않았던가.
검색엔진의 가장 고유한 기능은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는데, 키워드 검색을 비롯한 검색어 장사가 시작되면서, 본래의 검색 기능은 퇴화하고 그저 비즈니스 모델의 하나로 전락해버렸다. 제 역할을 충실히 다하지 못할 때 엔트로피는 당연히 증가한다. 온라인 사업이 자선 사업이 아닌 이상 이런 말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찾고자 하는 정보를 검색했을 때 원치 않는 광고들만이 전면에 도배되고 있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다.
필요한 만큼만 덜어 먹기
개인적인 영역에서 웹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것은 계정, 도메인 선점 경쟁을 꼽을 수 있다.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했을 때 원하는 아이디와 계정을 얻기 위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곤 하는데 조금만 시간이 지나보면 실제로 이를 이용하는 네티즌은 많지 않다. 결과적으로 보면 충동구매이거나 다른 꿍꿍이가 있기 마련이다. 도메인 장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개인적 혹은 업무상 필요에 따른 것이 아니라, 다른 이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도메인을 소유하는 건 아주 고약한 행위이다.
웹 사용자 공학의 권위자인 제이콥 닐슨의 홈페이지(http://www.useit.com)는 약 7년 동안 똑같은 홈페이지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다. (이 사이트를 처음 본 게 98년인데 아마 그 이전에도 같은 모습이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텍스트 위주로 간결하게 만들어진 이 사이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269바이트의 gif 파일 하나가 전부다. '의미 있는 그래픽을 사용하라' 는 그의 말을 자신의 웹사이트에 묵묵히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네티즌 이진호님의 말처럼 바꿀 필요가 없다면 바꾸지 않는 것이 맞다.
대부분의 포털 사이트는 회원 가입과 동시에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메일 계정, 홈페이지 계정, 개인 블로그 등 거의 모든 개인화 서비스 계정이 만들어진다. 본인조차도 이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필요가 없다면 사용하지 않는 게 맞는데, 필요 없어도 일단 만들어주는 것이다. 엔트로피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엔트로피의 증가를 늦추기 위해서는 작은 실천만으로도 충분하다. 불필요한 계정은 만들지 않는 것, 사용하지 않을 도메인이라면 보유하지 않는 것, 무분별한 스크랩보다는 링크를 활용하는 것, 무의미한 이미지나 자료는 수록하지 않는 것 등등.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면 많은 시간이 사라진다. 그러나 우리는 엔트로피 과정이 발생하는 속도를 우리의 의지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우리의 의지력을 발휘하여 이제까지 우리가 지구에 입힌 상처가 치유될 수 있는, 자연 재생과정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준다면 우리와 모든 생명은 지구상에서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 <엔트로피> 중에서 )
웹에 불필요한 문서를 만들게 되면 우리의 공공재 일부가 사라진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우리의 의지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네티즌의 의지력을 발휘하여 이제까지 우리가 웹에 끼친 해악과 오염이 치유될 수 있는, 유기체처럼 살아 움직이고 있는 웹이 건강함을 되찾을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준다면 우리와 웹은 오랫동안 건강함과 유용함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 <국정브리핑>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