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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마루(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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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lomoon의 1299번째이야기

무엇이든 솔로문............... 조회 수 1037 추천 수 0 2004.09.21 15:31:14
.........


세월이 지나고 나면 잠시 스쳐지나온 것만 같은데

너무 빨리 지나쳐 버려 아쉬움만 남는다


어린시절에 붙잡아 매놓은 듯 그리도 가지 않던 시간들이

나이가 들어가면 남는 것은 그리움뿐

시간을 도둑맞은 듯 달아난다


가끔은 잠시 멈추어준다면 더 행복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사랑에 빠져 있는 동안에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른다


매달리듯 애원하며 멈추워놓고 싶어도

떠나가는 시간은 흘러만 가는데

꼭 잡아두고 싶었던 것들도 모두 다 놓아주고 싶어진다

흘러가야만 하는 세월을 멈출 수가 없다


흘러만 가는 세월 / 용혜원





젊음도 흘러가는 세월 속으로 떠나 버리고

추억 속에 잠자듯 소식 없는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서럽게 흔들리는 그리움 너머로

보고 싶던 얼굴도 하나 둘 사라져간다


잠시도 멈출 수 없을 것만 같아 숨막히도록 바쁘게 살았는데

어느 사이에 황혼의 빛이 다가온 것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흘러가는 세월에 휘감겨서

온몸으로 맞부딪치며 살아왔는데

벌써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휘몰아치는 생존의 소용돌이 속을 필사적으로 빠져나왔는데

뜨거웠던 열정도 온도를 내려놓는다


삶이란 지나고 보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는 한순간이기에

남은 세월에 애착이 더 간다


용 혜 원 / 삶이란 지나고 보면





그때가 언제인지 몰라. 이제 기억이 안 나.

아니 내가 당신을 만났던 것이 내 인생에서

정말 일어난 일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

당신과 나 사이에서는 언제나 불확실한 시간들이 흘러갔지

아주 오래 된 사소한 일이 손에 잡힐듯 떠오르는가 하면,

어제 있었던 일은 까마득하게 잊혀지기도 했어.

그리고 그 모든 날들은 절대적인 시간의 흐름속에 묻혀갔지.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는 무엇이 남아있는 것일까.

푸른 백지 같은 하늘은 아직도 우리들 머리 위에 있는데.


그렇다 해도 당신을 전부 잊어버렸단 건 거짓말이야.

난 가끔 궁금해하곤 하지.

아직도 당신은 그렇게 아이처럼 웃는지.

아직도 그렇게 먼 곳을 바라보며 이야기 하는지.

아직도 당신이 세운 그 굳건한 성 속에서 당신만의 꿈을 꾸고있는지

세상은 아직도 당신에게 그렇게 거칠고 낯선지.

당신을 생각하면 내 마음은 캄캄한 동굴 속에서 헤매는 어린아이처럼,

두렵고 무서웠어.

나는 당신을 사랑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당신이 내게 준 깊은 외로움 탓이었지.

아주 멀리 떠나왔지만

아직도 나는 캄캄한 동굴속에 갇힌 꿈을 꾸곤 해.


캠퍼스에서는 꽃들이 무서운 기세로 봉오리를 터뜨리고 있었지

나는 당신이 내 사랑을 알아주지 않아 얇고

바삭바삭한 크래커처럼 메말라 있었어.

밤이면 크고 둥근 달이 우물처럼 하늘 위에 떠있었고,

나는 그 속에 들어앉아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으며 삶을 마치고 싶었던거야.

그 해 봄에는 비 한방울 내리지 않았어

작은 아이들은 동네 골목길에서 물풍선을 터뜨리며 놀았지.

아이들이 잘못 던진 물풍선 하나가 내 창에 맞았고,

길을 지나가던 작은 고양이가 조심스럽게 물방울을 핥고 있었어,

내 마음은 언제 어디에서 터져버린 걸까.

나는 꽃들이 무서워 내내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어.


그리고 그때 나는 이미 알고 있었지.

우리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이 아니라는걸, 나는 알고 있었지.

우리의 이별은 끔찍하게 길어질 것이라는 걸, 나는 또 알고있었지.

당신은 변함없이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앉아,

그 긴 이별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나는 왜 모든 걸 알고 있었던걸까.

그토록 길고 흐린 이별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면서,

아무것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를 하면서,

내 심장을 할퀴는 바람 소리를 들었어.

바람 소리 같은 노래를, 똑같은 노래를 듣고 또 들었어.

내가 다시 살아 갈 수 있는 방법이 마치 그 안에 있는 것처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지.

모래알처럼 거칠었던 그 사랑,

나는 당신을,당신은 나를 태울수가 없었지

물기는 조금도 받아들일 수 없는,막막하고 막막한 공간,

나는 미칠듯한 갈증에 시달리며,

거친 공기속에서 힘들게 숨쉬고 있었어.

공기에서는 서걱서걱한 모래의 맛이 났어.

내 사랑, 당신은 알고 있었니.

우리는 같은 운명에 휩싸여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당신을 떠나던 날, 나는 무척 아름다운 꿈을 꾸었어.

어쩌면 내 인생에서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아름다운 꿈이었지.

하늘이 너무 맑아서,구름이 너무 부드러워서,

꽃이 너무예뻐서,나는 울고있었지.

그건 너무 완벽한 행복이어서 난 어쩔줄을 몰랐어.

잠에서 깨어났을때,나는 당신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지.

그 많은 낮과 밤동안 단 한번도 나를 놓아주지 않던 당신이,

그때서야 비로소 나를 놓아버린거야.

그런 생각을 하자 나는 슬퍼졌어.

그 깊고 긴 꿈에서 단 한번도 당신을 생각하지 않았던 내가 거기 있었어.

나는 울었지만, 그것이 당신을 위한 마지막 눈물이라는것을 알고 있었지.


그토록 까마득한 시간들이 지나고,

그 시간들이 지금 내게 까마득히 느껴지는데

난 아직도 당신과 함께 듣던 노래들을 들을 수가 없어.

하지만 이제는 당신에게 감사해야겠지.

늘 당신을 생각하던 그 여름,가을,겨울과 봄,당신으로 인해

내 마음에는 한 여름에도 폭설이 내렸지만,

세포들 하나하나 살아 숨쉬며 당신을 찾아 헤매던,

그토록 풍요롭던 그 날들은 이제 다시 오지 않을테니.

아주 먼 훗날에라도 우연히 당신을 만난다면,

이 말만은 꼭 해주고 싶었어.

고마워, 당신을 보내고,나는 이렇게 살아 남았어.


그리고 나는 같은 장소,같은 시간,같은 거리에 다시 서 있어.

기억은 공기중의 습도와 일조량과 바람의 속도를 프레임 속에 넣고,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당신과 나의 기억을 가두어 버리지.

함께 사랑했던 사람은 사라지고,

풍경은 늘 그 자리에 남는 거야.

가장 마지막까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


APRIL 2001 PAPER 황경신












Ralf Eugen Bartenbach / Loving Cello

첫 번째 글은 베베 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두 번째 글은 중절모 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세 번째 글은 채운 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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