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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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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16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김 소 희 (동물 칼럼니스트)
얼마 전 어린 조카들을 데리고 한 수족관엘 다녀왔다. 수많은 해양 동물들 중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수달이었다. 앙증맞은 생김새, 날쌘 수영솜씨, 활기 넘치는 움직임들. 조카들과 함께 유리창에 코를 붙인 채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는데, 옆에서 한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저 녀석들 말야~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까? 꼭 요만한 애들마냥 너무 신나 보이는데 말이지. 저 녀석들도 기쁘고 슬프고를 아는걸까?”
순간, 언젠가 감명깊게 읽었던 영국의 자연주의자이자 소설가인 개빈 맥스웰(1914-69)의 저서 <>에 소개되었던 암컷 수달 티비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수달 티비는, 다리가 불편해 항상 목발 두 개를 사용해야만 걸을 수 있는 노인과 함께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중병에 걸려 살 날이 머지 않았음을 알게 된 노인은 맥스웰을 찾아와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티비를 돌봐달라며 간곡한 부탁을 해 왔다. 얼마 후 노인이 세상을 떠나자, 맥스웰은 약속대로 티비를 위해 작은 집을 지어주고는 지극정성으로 그녀를 돌봐주었다. 그러나 티비는 틈만 나면 인근 마을로 도망쳐 엉뚱한 사람들을 쫓아가 버리곤 했다.
이웃 사람들이 티비를 붙잡아 맥스웰에게 데려다 주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티비는 아주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사라진 티비를 찾기 위해 수소문 중이던 맥스웰은 그 동안 티비가 쫓아다녔던 사람들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 모두가 목발 두 개를 사용해 걷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었다.
그 사람들은 낯선 수달이 자기를 따라 악착같이 집 안으로 따라 들어오려할 때 마다 티비를 내쫓았고, 그러면 티비는 끽끽 울면서 그 사람들의 집 주변을 맴돌다가 마을 주민들에게 잡혀 맥스웰에게 되돌아오곤 했던 것이었다.
어쩌면 티비는, 자신의 삶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사랑했던 옛 친구가 너무 그리운 나머지, 옛 친구처럼 목발을 짚고 있는 사람들을 쫓아다녔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동화 속에나 나오는 이야기 같지만 티비의 이야기는 실화다.
최근 들어 많은 동물 행동학자들이 동물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슬픔, 고통, 행복, 기쁨 등의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고 발표하고 있다. 신나게 놀고 있는 동물들에게서는 도파민(기쁨을 느낄 때 사람의 몸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고,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어미에게서는 옥시토닌(모성애, 혹은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분비되는 물질)이 분비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그 외에도 전세계 곳곳에서 어미를 잃거나 배우자를 잃은 많은 동물들이 상실감에 빠진 채 음식을 거부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우리들이 타인을 존중하는 것은 그가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나와 똑같이 즐거워하고 슬퍼하는 “느끼는 존재” 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이제 우리 땅의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것은 자연환경 및 생태계 보전의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들의 존엄성을 지키는 차원에서도 중요한 일임이 틀림없다.
* TIP : 살아있는 우리 땅, 그 희망의 상징 수달 /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 과거에는 전국의 모든 하천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동물이었지만, 모피를 얻기 위한 남획과 인간의 편의를 위해 계속된 댐 건설 및 하천 직강화 사업, 환경오염 등으로 먹이 및 서식지가 줄어들어 거의 멸종된 것으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97년 4월초 환경부에 의해 국내에 여전히 수달이 서식하고 있음이 발표되면서 이미 79년을 마지막으로 수달이 절멸되어버린 이웃나라 일본의 부러움마저 사게 되었다. 현재 수달은 낙동강 하류 지역과 지리산 부근의 하천, 오대산 부근 하천의 극히 일부 지역에 300여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달의 서식 유무는 그 지역의 청정도를 가늠하는 지표가 되기에 우리땅이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희망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국토연구원 발간 월간 <국토> 9월호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김 소 희 (동물 칼럼니스트)
얼마 전 어린 조카들을 데리고 한 수족관엘 다녀왔다. 수많은 해양 동물들 중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수달이었다. 앙증맞은 생김새, 날쌘 수영솜씨, 활기 넘치는 움직임들. 조카들과 함께 유리창에 코를 붙인 채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는데, 옆에서 한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저 녀석들 말야~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까? 꼭 요만한 애들마냥 너무 신나 보이는데 말이지. 저 녀석들도 기쁘고 슬프고를 아는걸까?”
순간, 언젠가 감명깊게 읽었던 영국의 자연주의자이자 소설가인 개빈 맥스웰(1914-69)의 저서 <>에 소개되었던 암컷 수달 티비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수달 티비는, 다리가 불편해 항상 목발 두 개를 사용해야만 걸을 수 있는 노인과 함께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중병에 걸려 살 날이 머지 않았음을 알게 된 노인은 맥스웰을 찾아와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티비를 돌봐달라며 간곡한 부탁을 해 왔다. 얼마 후 노인이 세상을 떠나자, 맥스웰은 약속대로 티비를 위해 작은 집을 지어주고는 지극정성으로 그녀를 돌봐주었다. 그러나 티비는 틈만 나면 인근 마을로 도망쳐 엉뚱한 사람들을 쫓아가 버리곤 했다.
이웃 사람들이 티비를 붙잡아 맥스웰에게 데려다 주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티비는 아주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사라진 티비를 찾기 위해 수소문 중이던 맥스웰은 그 동안 티비가 쫓아다녔던 사람들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 모두가 목발 두 개를 사용해 걷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었다.
그 사람들은 낯선 수달이 자기를 따라 악착같이 집 안으로 따라 들어오려할 때 마다 티비를 내쫓았고, 그러면 티비는 끽끽 울면서 그 사람들의 집 주변을 맴돌다가 마을 주민들에게 잡혀 맥스웰에게 되돌아오곤 했던 것이었다.
어쩌면 티비는, 자신의 삶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사랑했던 옛 친구가 너무 그리운 나머지, 옛 친구처럼 목발을 짚고 있는 사람들을 쫓아다녔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동화 속에나 나오는 이야기 같지만 티비의 이야기는 실화다.
최근 들어 많은 동물 행동학자들이 동물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슬픔, 고통, 행복, 기쁨 등의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고 발표하고 있다. 신나게 놀고 있는 동물들에게서는 도파민(기쁨을 느낄 때 사람의 몸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고,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어미에게서는 옥시토닌(모성애, 혹은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분비되는 물질)이 분비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그 외에도 전세계 곳곳에서 어미를 잃거나 배우자를 잃은 많은 동물들이 상실감에 빠진 채 음식을 거부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우리들이 타인을 존중하는 것은 그가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나와 똑같이 즐거워하고 슬퍼하는 “느끼는 존재” 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이제 우리 땅의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것은 자연환경 및 생태계 보전의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들의 존엄성을 지키는 차원에서도 중요한 일임이 틀림없다.
* TIP : 살아있는 우리 땅, 그 희망의 상징 수달 /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 과거에는 전국의 모든 하천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동물이었지만, 모피를 얻기 위한 남획과 인간의 편의를 위해 계속된 댐 건설 및 하천 직강화 사업, 환경오염 등으로 먹이 및 서식지가 줄어들어 거의 멸종된 것으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97년 4월초 환경부에 의해 국내에 여전히 수달이 서식하고 있음이 발표되면서 이미 79년을 마지막으로 수달이 절멸되어버린 이웃나라 일본의 부러움마저 사게 되었다. 현재 수달은 낙동강 하류 지역과 지리산 부근의 하천, 오대산 부근 하천의 극히 일부 지역에 300여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달의 서식 유무는 그 지역의 청정도를 가늠하는 지표가 되기에 우리땅이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희망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국토연구원 발간 월간 <국토>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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