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눈물을 흘립니다.
나는 그저 사랑한다는 말을 했을 뿐인데…
그녀는 깜짝 놀란 눈을 하더니 뚝뚝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입니다.
의아했지만 묻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녀 곁에 잠자코 앉아있었습니다.
눈물의 이유가 무엇인지… 왜 내 말에 기뻐해주지 않는건지…
물어서는 안될 꺼 같았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고개를 숙였던 그녀는
내 손에 작은 쪽지 하나를 건냅니다.
“ 당신에게 내 처음을 선물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당신 말에 웃으며 나도 당신... 사랑한다고
말 하지 못하는 상처투성이라서 미안해요…”
나도 그녀가 처음이 아니고
내가 그녀의 처음이 아닌 것도 알고 있었는데…
나는 웃으며 그녀를 안고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 내가 당신의 처음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그래서… 처음이 아니라서
우리 이렇게 조심스럽게 연애할 수 있어서… 고마워”
그녀는 알지 못하는 걸까요…
내게 그녀가 주는 모든 것이, 그 작은 표정 하나까지도
모두 태어나 처음인 듯 새롭고, 아름답다는 것을
신세대가 가벼워서 만남이나 사랑에 무게를 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달라졌기 때문에 결혼이나 사랑의 내용이 달라진 것이다.
산골짜기에서 캐낸 돌과 강가에서 캐낸 돌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사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어쨌든 사랑은 진실하고 진지하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누구나 같이 잠들고
같이 아침을 맞고 싶어하며, 같이 늙어가고 싶어한다.
물론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랑은 여전히 맹목적이다.
사랑하는 님을 따라 혹은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으로 인해
고무신 두짝을 나란히 벗어놓고
바다로 뛰어드는 것이 옛날식 맹목성이라면
이미 떠나간 사랑을 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잊지 못하는
사랑의 이면을 보여 주는 것이 오늘의 맹목성일 것이다.
우리의 신세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단지 그들은 그들 부모와는 다른조건에 놓여 있을 뿐이다.
나는 너무 쉽게 사랑하고 너무 쉽게 이별하면서도
너무 쉽게 사랑과 이별을 합리화시키는,
사랑 없는 사랑을 조장하는 이 시대가 싫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반발을 받을 만한 주장을 한다.
‘사랑은 집착이다.'
생각하는 사람들, 성숙해 보이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아마도‘사랑은 집착이 아니다’일 것이다.
‘사랑은 집착이 아니다’라는 명제도 물론 틀린 명제는 아니다.
그 명제의 설득력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내 방식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열정을
그저 쏟아내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는 데 있지
사랑에 있어 특정한 대상에 대한 열망이
무의미하다는 데 있지 않다.
사실 남녀 사이의 사랑의 본질은 집착이다.
그러나 사랑의 집착이
때로는 사랑까지도 병들게 할 정도로 강하기 때문에
사랑은 집착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한편에선 ‘사랑은 집착이 아니야’라고 멋있게 말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 나 아니면 안 되는 사랑을 꿈꾸는 게 사랑이다.
그런데 나 아니면 안 되는 거, 너 아니면 안 되는 거,
그게 집착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편집증이 곧 사랑은 아닐테지만 편집증적 진실이 없으면 사랑도 없다.
이주향 /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 중에서
누군가를 가장 사랑해야 할 때가 언제라고 생각합니까?
모든 게 순조롭고 편하게 느껴질 때?
그렇다면 당신은 아직도 사랑을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못 믿을 사람이라고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 할 때,
그 사람이 하던 일에 실패해 좌절과 실의에 빠져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그런 때야말로 사랑이 진정 필요한 것입니다.
진실로 그를 사랑한다면
그가 이자리에 있기까지 겪었던 슬픔과 고통,
그 모든 것을 끌어 안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정하님의 산문집 / 사랑이 진정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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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 내여자라니까
첫 번째 글은 단애 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두 번째 글은 ^_^ 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세 번째 글은 Oliver 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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