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고 나니 가을은 한층더 깊어져간다.
깊어진 가을에 덩달아 내 커피잔의 커피농도도 따라 짙어져간다.
커피를 몇스픈을 넣었는데도 하나도 쓰지않는건
내가 가을에 익숙해져가는건가
내 입맛이 쓴커피에 이미 익숙해진걸까?
견딜수없는 슬픔이 와도
가슴을 후벼파는 아픔이 와도
내가 도저히 넘을수없는 산이 와도
처음엔 지레 겁먹고 할수없을것 같은 일들도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면
우리는 어느새 그일의 중반쯤이 가고 있는걸 발견할때가 많다.
올해의 처음을 시작할때도 그러했듯이
어느새 중반을 넘어서 거의 종반에 이렇게 와 있듯이...
지나버린 시간에 대한 아쉬움보다
지금 이렇게 이자리에 숨쉴수있음을 감사할줄아는
그러한 여유를 갖고싶어했는데
늘 종종대고 있는 마음만 앞서 허둥대는 내모습을 본다.
조바심만 내고 있는 나를 본다.
올해는 기필코 저 낙엽이 다 떨어지기전에
예쁜 가을사진 한장 남기리라...
가을에는 그리움이 묻어있다.
떨어지고 있는 낙엽의운치 하나에도 그리움 묻어있고,
스치고 지나가는 정처없는 바람 한점에도
그리움이 향수처럼 묻어있다.
가을녘 황혼의 강가에 물든 금빛물결 마져
그리움이 되어 흘러가고 있다.
길가에 노랗게 퇴색 되어가는 풀잎이 대지위에서 사라져 갈때쯤이면
내 그리움이 사라져 갈것인가.
이 가을을 삼키고도 남을만큼의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이
내 가슴 가득히 못 자욱처럼 남아있기에...
다음 가을날을 위해 나는
고독 한자락, 추억 한자락, 그리움 한자락은 남겨둔체
이 가을을 떠나 보낼것이다.
창가로 스미는 가을 찬란한 햇빛에 눈이 부시다.
지난 밤 사이의 두통은 가라앉고 아침기운의 차가움을 만끽하고 있다.
새로 사 놓은, 종이백에 소중하게 챙겨 놓았던,
다람쥐가 달린 노란 털슬리퍼를 작은 손에 꼭 쥐고 아침 등교길,
현관을 나서는 아이의 발걸음처럼...
이 아침에 드는 충만한 기쁨, 어디서 오는 걸까...
내 안에서 나오고 있다.
주는 의미가 왠지 서글퍼지고
생 자체가 한 마디로 '고독'으로 나를 채웠던,
다소 방황하고 침체되었던 시월이었다면 나의 11월은...
찰나의 행복감이,
삭막하지 않은 나의 마음이,
감추어져 있는 내 안의 열정이,
시시때때로 큰 소리로 터져 나올 것만 같은,
그런 나날을 채울 것만 같은 시작이다.
돌아보면 그래...딱히 뚜렷한 무엇이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특별할 것 없는, 달라지지 않는,
별 다를 것 없는 똑같은 겉모습이었지만
느끼며 사색하며 고뇌하며 살고 있다는 것,
그것으로 내 삶은 축복이다.
여전하다는 것, 사실 얼마나 좋은가.
누리는 그 순간의 감성을 즐기고 그것으로 만족한다.
과정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소망하고 기원하는 내 삶을 위한다. 내가.
지금의 내 나이가 좋은 것은,
그 무엇도ㅡ조금 과장되게ㅡ두렵지 않다는 것이다.
긴장된다.
나의 의식을 사로 잡는 음악에, 글귀에, 계절에, 자연에.
나에게로 다가오는 세상 속에서,
바쁘게 건너가는 시간 틈틈히 순간순간 감동 받으며 살고 싶다.
day by day,
생동하고 숨쉬며, 사랑하고 끌어 앉으며 남은 가을을 보내리라.
마음으로 들어오는 음악을 아침 내내 들으며
내게 주어진 하루치의 삶을 열고 있다.
다가오는 겨울 앞에서 / 예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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