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이 터진 하늘을 만나고 오는 길에
너의 그리움 함께 쏟아져
가슴 안까지 흠씬 적셔 놓았다
뉘우침을 퍼다 버리는 가을의 눈물처럼
겁 없이 스며드는 외로움에 붙들려
견디기 힘들었던 내 서러움도
빗물을 타고 흘렀다
가을아!
더 이상 비참한 감정 안으로
날 끌어드리지 않으면 좋겠구나
행여, 사랑하는 사람이 믿지 못할 가슴이라 할지라도
가을날엔 맘 속 그리움의 자리 헐리지 않게 해다오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내 안에서 어찌 널 내려놓을 수 있겠는가
그리움, 목마르게 하는 사람아!
죽음의 순간까지
널 품고 싶었던 맘 기억해다오
향일화 / 가을비 내릴 때, 널 생각하며
가을이라는 계절 아래서 나는 무심코 지나가는 바람을 보며,
억지로 기억하려하지 않아도 떠오르는 그런 추억들을 기억해 낸다.
살아오며 겪어 왔던 많은 일들이
내게 일어난 일인지 실감이 나질 않는다.
뭐 그리 심각할 것까지는 없다고 해도,
알 수 없는 우울과 쓸쓸함이 스치고 지나가서 가슴이 아리다.
차라리 울면 속이 후련할까.
하지만, 울 만한 일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나와는 상관없는 영화처럼
지난 일들이 펼쳐졌다 사라지곤 할 뿐이다.
아름다운 햇살이 기울기 시작하고
오후에서 저녁으로 가는 시간에는,
노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설레어,
해가 지는 쪽 창문을 쉴새없이 바라보았다.
저기 저 태양은 내 삶을 낱낱이 훔쳐 보았을까.
저녁에 뜨는 달은 나의 밤을 모두 기억하고 있을까.
알 수 없고 알고 싶지 않은 일들이 끊임없이 떠오르며,
스스로 질문과 답변을 한다.
마치 습관처럼, 내 상념은 내 사색과 대화를 한다.
오늘 나는 밤이 되기도 전에 일기를 쓰고,
멋대로 하루를 마감하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
나만의 가을을 만끽한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
그래, 사랑이었다.
허망한 느낌과 우울한 고독을 순식간에 쓸어버릴 바람 같은 사랑.
하지만
사랑이 바람처럼 지나고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하늘이 와르르 무너진다.
부서진 구름이 도시를 덮치고 싸늘해진 네가 산기슭을 스쳐가면,
수많은 잎들이 비명을 지르며 허공으로 흩어진다.
그래, 그건 바람이었다.
잠든 영혼을 온통 흔들어 새로운 세상을 보려 했던 바람이었다.
그러나 늘 바람이 그렇듯이
세차게 불고 나면 모습은 보이지 않고 황량해진 잔해만 남았다.
사정없이 망가진 흔적만 가슴에 남겨두고,
사라져가는 것이 사랑이었다
詩 정유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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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꽃선녀님 - 그림자
첫 번째 글은 참나리 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두,세 번째 글은 죠나단 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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