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눈 앞에서 저 낯모르는 사람이 피를 콸콸 쏟는다 해도
몇 분 후면 나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것이다.
그러나 만약 어떤 계기로 그를 사랑하게 되면, 모든 것은 달라진다.
그가 고개만 조금 숙여도 내 가슴은 미어질 것이며
그의 시선이 가는 방향에 따라
행복해지기도 하고 불행해지기도 할 것이다.
특별한 사람이란 없다.
관계에 의해서 특별해질 뿐이다.
은희경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
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
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
사랑은 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
이 애틋한 몸짓
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
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 가는 일이다
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
눈물에 젖은 정한 눈빛 하늘거리며
바람결에도 곱게 무늬지는 가슴
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 가는 일이다
오가는 인생 길에 애틋이 피어났던
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
가시덤불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
다하지 못한 그리움
사랑은 하나가 되려나
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오르나니
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
잠 못 드는 바닷가에 모래알로 부서지고
사랑은 서로의 가슴에 가서 고이 죽어 가는 일이다.
인연 서설 / 문병란
가슴이 터지도록 보고 싶은 날은
모든 것을 다 던져 버리고 그대 있는 곳으로 가고싶다
가식으로 덮어 있던 마음의 껍질을 훌훌 벗어 버리면
얼마나 가볍고 홀가분한 지 쌓였던 슬픔조차 달아나 버린다
촘촘하게 박혀 치명적으로 괴롭히던 고통이
하루 종일 못질을 해대면
내 모든 아픔을 다 식혀 줄 그대와 사랑을 하고싶다
깨웃음 풀어놓아 즐겁게 해주고
마음이 후끈 달아 오르게 하는
마냥 그리운 그대에게 아무런 조건도 없이
내 마음에 있는 그대로 다 풀어놓고 싶다
어두운 절망을 다 걷어내고
맨살의 따뜻한 감촉으로 그대의 손을 잡아 보고싶다
바람마저 심술맞게 불어오고 눈물이 겹도록 그리워지면
그대에게 내마음으로 고스란히 다 전해 주고싶어
미친듯이 미친듯이 샅샅이 다 뒤져
그대를 찾아내어 사랑하고 싶다
가슴이 터지도록 보고 싶은날은
그대가 어디론가 떠나 있어도
내마음엔 언제나 그대가 곁에 있다
가슴이 터지도록 보고 싶은 날은 / 용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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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수 - 제발
첫 번째 글은 블루 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두 번째 글은 새미 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세 번째 글은 Oliver 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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