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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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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1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화를 부르는 어른들의 디지털기피증
이재일 (정보통신 칼럼니스트)
http://columnist.org/netporter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이 디지털과 컴퓨터를 바탕으로 영위되는 인터넷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인터넷이 지니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 때문에 앞으로의 세상이 장밋빛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장미에 가시가 있듯이, 자칫 잘못하다가는 우리의 앞날은 암울한 잿빛이 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인터넷이 발산하는 빛이 너무 밝은 만큼 그림자 또한 짙기 때문이다. 인터넷세상을 그냥 돌아가는 대로 놓아둔다면, 우리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접속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이 한때 크게 유행했었다. 아마도 이 말처럼 이 시대의 특성을 극명하게 설명해주는 경구는 없을 듯하다.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이라는 책을 쓴 미국의 사회비평가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이 책에서 '인류의 경제생활에서 소유의 개념이 없어지고 접속으로 바뀌어져가고 있다'고 갈파하고 있다.
인터넷은 우리 인류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가상공간을 제공해주었다. 그 공간에는 우리들이 새롭게 맞고 있는 인터넷세상이 활짝 펼쳐져 있다. 신이 물리공간(현실세계)을 창조했다면, 인간은 가상공간(인터넷세상)을 만들었다. 인터넷세상은 젊은 세대에게는 '희망의 공간'이지만 기성세대에게는 '알지 못할 공간'이다.
가상공간은 분명히 기성세대가 만들었다. 그러나 그 공간은 기성세대의 무대가 아니라 젊은 세대의 '놀이터'가 되어버렸다. N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에게 가상공간에서의 놀이는 일상생활 그 자체다. 그들의 무대가 되어버린 이 곳에서는 지금 온갖 기묘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들은 사이버공간에서 부모들보다 짧은 시간에 훨씬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고, 배우고 있다. 지구상에 인류가 탄생한 이래 처음으로 자식세대가 부모세대를 능가하고 있는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지금 와서 이런 사실을 부인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젊은 세대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적응은 잘하지만, e-세상을 어떻게 꾸려 가야 하는지를 잘 알지 못한다. 기성세대는 옳게 적응하지도 못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모르는 채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젊은 세대들을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다.
이렇듯 세대간의 격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이상 부모세대들은 자식세대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으며,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또한 그들이 진작부터 우리사회의 중심세력이 되어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가 손을 잡고 새롭게 다가온 인터넷세상을 올바르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은 지금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와 규모로 실제공간과 가상공간을 함께 바꾸어 가고 있다. 애초에는 현실에서의 일들이 사이버공간으로 옮아갔다. 좋은 일도 생겼지만 나쁜 일도 나타났다. 이제는 현실세계가 가상공간에 미치는 것 못지 않게 가상공간이 현실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무감각하거나 실감을 하지 못하고 있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지금 수험생들이 수능고사장에서 휴대폰커닝을 했다고 해서 모두들 야단법석이다. 사람들은 어쩌다가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느냐며 한숨을 쉬고 있다. 그러면서 부정행위에 가담한 학생들을 나무라고, 감독을 소홀히 한 교사들을 원망한다. 어떤 선생님은 자신의 종아리를 치라고 호소하기까지 했다. 가르치는 사람의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이번 일이 해결될 수는 없다. 우리는 왜 이런 일이 나타났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인가. 원인은 간단하다. 한마디로 기성세대들이 N세대 또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로 불리는 디지털세대의 속성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디지털세대들은 새로운 것을 보면, 가만 두지 않는다. 과감하게 도전하고, 끝내는 자기 것으로 만들어 그들만의 문화를 창조한다. 그것이 긍정적인가, 부정적인 것인가 하는 것은 다음 문제다. 휴대폰커닝사건도 그들의 속성이 발휘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날로그에 훨씬 익숙해 있는 기성세대는 어떤가. 이들은 새로운 것이 나타나면 우선 거부감을 느끼고,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들의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새로운 것들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알려하지 않고 오히려 기피하는 사람들이 바로 기성세대다.
기성세대들이 디지털을 좀더 이해하고 그 위력을 제대로 인식했었다면, 일이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디지털은 미우나 고우나 가까이해야 할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못하면 또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은 누가 뭐라고 해도 디지털시대기 때문이다.
- 2004.11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화를 부르는 어른들의 디지털기피증
이재일 (정보통신 칼럼니스트)
http://columnist.org/netporter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이 디지털과 컴퓨터를 바탕으로 영위되는 인터넷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인터넷이 지니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 때문에 앞으로의 세상이 장밋빛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장미에 가시가 있듯이, 자칫 잘못하다가는 우리의 앞날은 암울한 잿빛이 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인터넷이 발산하는 빛이 너무 밝은 만큼 그림자 또한 짙기 때문이다. 인터넷세상을 그냥 돌아가는 대로 놓아둔다면, 우리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접속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이 한때 크게 유행했었다. 아마도 이 말처럼 이 시대의 특성을 극명하게 설명해주는 경구는 없을 듯하다.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이라는 책을 쓴 미국의 사회비평가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이 책에서 '인류의 경제생활에서 소유의 개념이 없어지고 접속으로 바뀌어져가고 있다'고 갈파하고 있다.
인터넷은 우리 인류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가상공간을 제공해주었다. 그 공간에는 우리들이 새롭게 맞고 있는 인터넷세상이 활짝 펼쳐져 있다. 신이 물리공간(현실세계)을 창조했다면, 인간은 가상공간(인터넷세상)을 만들었다. 인터넷세상은 젊은 세대에게는 '희망의 공간'이지만 기성세대에게는 '알지 못할 공간'이다.
가상공간은 분명히 기성세대가 만들었다. 그러나 그 공간은 기성세대의 무대가 아니라 젊은 세대의 '놀이터'가 되어버렸다. N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에게 가상공간에서의 놀이는 일상생활 그 자체다. 그들의 무대가 되어버린 이 곳에서는 지금 온갖 기묘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들은 사이버공간에서 부모들보다 짧은 시간에 훨씬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고, 배우고 있다. 지구상에 인류가 탄생한 이래 처음으로 자식세대가 부모세대를 능가하고 있는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지금 와서 이런 사실을 부인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젊은 세대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적응은 잘하지만, e-세상을 어떻게 꾸려 가야 하는지를 잘 알지 못한다. 기성세대는 옳게 적응하지도 못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모르는 채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젊은 세대들을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다.
이렇듯 세대간의 격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이상 부모세대들은 자식세대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으며,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또한 그들이 진작부터 우리사회의 중심세력이 되어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가 손을 잡고 새롭게 다가온 인터넷세상을 올바르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은 지금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와 규모로 실제공간과 가상공간을 함께 바꾸어 가고 있다. 애초에는 현실에서의 일들이 사이버공간으로 옮아갔다. 좋은 일도 생겼지만 나쁜 일도 나타났다. 이제는 현실세계가 가상공간에 미치는 것 못지 않게 가상공간이 현실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무감각하거나 실감을 하지 못하고 있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지금 수험생들이 수능고사장에서 휴대폰커닝을 했다고 해서 모두들 야단법석이다. 사람들은 어쩌다가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느냐며 한숨을 쉬고 있다. 그러면서 부정행위에 가담한 학생들을 나무라고, 감독을 소홀히 한 교사들을 원망한다. 어떤 선생님은 자신의 종아리를 치라고 호소하기까지 했다. 가르치는 사람의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이번 일이 해결될 수는 없다. 우리는 왜 이런 일이 나타났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인가. 원인은 간단하다. 한마디로 기성세대들이 N세대 또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로 불리는 디지털세대의 속성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디지털세대들은 새로운 것을 보면, 가만 두지 않는다. 과감하게 도전하고, 끝내는 자기 것으로 만들어 그들만의 문화를 창조한다. 그것이 긍정적인가, 부정적인 것인가 하는 것은 다음 문제다. 휴대폰커닝사건도 그들의 속성이 발휘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날로그에 훨씬 익숙해 있는 기성세대는 어떤가. 이들은 새로운 것이 나타나면 우선 거부감을 느끼고,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들의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새로운 것들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알려하지 않고 오히려 기피하는 사람들이 바로 기성세대다.
기성세대들이 디지털을 좀더 이해하고 그 위력을 제대로 인식했었다면, 일이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디지털은 미우나 고우나 가까이해야 할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못하면 또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은 누가 뭐라고 해도 디지털시대기 때문이다.
- 2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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