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면 문득 한숨이 나오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나
불도 켜지 않은 구석진 방에서
혼자 상심을 삭이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정작 그런 날 함께 있고 싶은 그대였지만
그대를 지우다 지우다
끝내 고개 떨구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지금까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사랑한다 사랑한다며
내 한 몸 산산이 부서지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할 일은 산같이 쌓여 있는데도
하루종일 그대 생각에 잠겨
단 한 발짝도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 이 정하
이를테면 사랑은 그렇게 온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면
날마다 바라보던 그 낯익은 풍경을
오래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서,
흐린 아침, 가까운 산이 부드러운 회색 구름에 휩싸이고
그 낯익은 풍경이 어쩐지 살아 있었던 날들보다
더 오래된 기억처럼 흐릿할 때,
그때 길거리에서 만났더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쳐버렸을 한 타인의 영상이
불쑥 자신의 인생 속으로 걸어 들어오는 것을 느낄 때...
그 느낌이 하도 홀연해서 머리를 작게 흔들어야
그 영상을 지워버릴 수 있는 그때.
만일 그것이 첫 번째 사랑이라면,
첫 번째가 아닌 사랑이 도대체 세상에 있을까마는,
네가 마지막 사람이어야만 한다고 확신하지 않는 인연이
이 세상에 도무지 존재할까마는,
마치 미끄럼틀을 타고 있는 것처럼
한 발자국 내딛는 순간
그 끝에 도달할 수 있을것이다.
공지영 님의 <착한 여자> 중에서
사랑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힘이라고
사랑은 절망조차 일으켜 세우는 거라고
그렇게 믿고 살아왔는데
나 이제 알았습니다
때로 사랑은 서로 변할 수 없음마저
아프게 긍정하는 것임을
너무나 사랑했습니다
내가 왜 살아 있어야 하는지
이 삭막한 불빛 수렁에서
내가 무엇으로 순결할 수 있는지
당신을 만나 알게 되었습니다
나로 인해 당신 가는 길도 조금은 따뜻했는지요
그토록 날 사랑하면서도
당신의 찢긴 영혼에서 흐르는 피가 행여 날 젖게 할까 봐
한 가닥 살아나는 삶의 의미마저
담뱃불처럼 꾸욱 꾸욱 짓눌러 끄셨지요
사랑이란 때로
서로 변화하기를 애타게 바라면서도
변화를 요구하지 않고
변할 수 없음마저 감싸안으며
얼마 남지 않은 날들을
서로 조금은 더 따뜻하게
살아 견디게 하는 힘인 것을
나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 아픔 그대로...
그저 곁에만 있어도...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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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島美嘉 - 雪の華 - Nakashima Mika
첫 번째 글은 샤론 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두 번째 글은 ^_^ 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세 번째 글은 santana 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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