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기대고 서서
태양이 지나는 하루의 고갯길을 지켜본다.
앙상한 나뭇가지를 흔들던 한 무리 새떼가
노을 속으로 일제히 침몰한다
순간의 잔상이
한때 사랑했던 사람들의 떠나가는 뒷모습처럼
가슴에 길게 어린다
모든 것들은 그렇게 잠시 다녀가는 것뿐일까
이름 하나 가두지 못한 텅 빈 공간에도
어둠은 빠르게 문지방을 넘고
오늘도 아무 일 없듯이
키 큰 나무 한 그루 여전히 긴 목을 빼고 있다.
해질 무렵 / 박금숙
그리움은 보고 싶어도 참는 거다
그리움은 누군가를 끊임없이 마음속으로 좋아하는 거다
그리움은 그 무엇을 애타게 기다리는 거다
그리움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도 않고
누군가를 지독히 사랑하는 거다
보고 싶어도 참고 있다가
그리워도 참고 있다가
그 보고픔이,
그 그리움이
마침내 눈물이 되면
그땐 비로소 그리움이 향기가 된다
누군가를 지독히 그리워해 본 사람은
그 무엇인가를 지독하게 기다려 본 사람은
그리움이 눈물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사랑은 불꽃처럼 순간적으로 일어나지만
그리움은 두고 두고 가슴속에 묻어둔 비밀처럼
그렇게 아주 은은하게 조용히 다가오는 거다
그리움의 향기는 혼자 사랑하는 마음처럼
꼭 그리워하는 누군가에게 전해지지 않아도 좋다
그리움의 향기는
별처럼 내 가슴속에만 꼭꼭 숨어 있어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은밀한 사랑이다
그리움의 향기.. 남낙현
기다림은 하나의 주문(呪文)이다.
나는 움직이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
전화를 기다리는 것은 이렇듯 하찮은,
무한히 고백하기조차도 어려운 금지 사항들로 짜여있다.
나는 방에서 나갈 수도, 화장실에 갈 수도,
전화를 걸 수도(통화중이 되어서는 안 되므로) 없다.
그래서 누군가가 전화를 해오면 괴로워하고(똑같은 이유로 해서),
외출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면 거의 미칠 지경이 된다.
나는 사랑하고 있는 걸까??
- 그래,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 사람, 그 사람은 결코 기다리지 않는다.
때로 나는 기다리지 않는 그 사람의 역활을 해보고 싶어
다른 일 때문에 바빠 늦게 도착하려고 애써본다.
그러나 이 내기에서 나는 항상 패자이다.
무슨 일을 하든 간에 나는 항상 시간이 있으며
정확하며 항상 일찍 도착하기조차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숙명적인 정체는 기다리는 사람,
바로 그것이다
기다림 attente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동안 별 대수롭지 않은
늦어짐으로 인해 야기되는 고뇌의 소용돌이..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기다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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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울리지마 / 이정
첫 번째 글은 마리아 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세 번째 글은 플라 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네 번째 글은 블루 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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