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기억이란 알 수가 없다.
다 잊었다 생각이 들다가도
어느 날 문득
스쳐가는 사람에게서 맡게 된 향수 냄새로 인해
이젠 얼굴조차 기억되지 않는 그 사람이
가슴 저 밑바닥에서 살아 일어난다.
마치 언제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그래 사랑이었다
허망한 느낌과 우울한 고독을
순식간에 쓸어 버릴 바람 같은 사랑
하지만 사랑이 바람처럼 지나고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하늘이 와르르 무너진다
부서진 구름이 도시를 덮치고
싸늘해진 네가 산기슭을 스쳐가면
수많은 잎들이 비명을 지르며 허공으로 흩어진다
그래 그건 바람이었다
잠든 영혼을 온통 흔들어
새로운 세상을 보려 했던
바람이었다
그러나 늘 바람이 그렇듯이
세차게 불고 나면 모습은 보이지 않고
황량해진 잔해만 남았다
사정없이 망가진 흔적만
가슴에 남겨두고 사라져가는 것이
사랑이었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 / 정유찬
삶이란 나 아닌 다른 이에게
기꺼이 연탄한장 되는 것
방구들 싸늘해지는 가을녘에서
이듬해 봄 눈 녹을 때까지
해야할 일이 그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고 있다는 듯이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덩이 재로 쓸쓸히 남는게 두려워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장도 되려하지 못했나보다
하지만 삶이란 나를 산산히 으깨는 길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아침에
나 아닌 다른 이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나는 만들고 싶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덩이 재로 쓸쓸히 남는게 두려워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장도 되려하지 못했나보다
하지만 삶이란 나를 산산히 으깨는 길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아침에
나 아닌 다른 이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나는 만들고 싶다
그 길을 나는 만들고 싶다
안치환 / 연탄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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