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한다고 다가오는 사람에게 선 내가 물러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서면 그가 물러났다.
나에게서 물러선 그에게 다시 다가서면
그가 부담스러워 나를 피했고
내가 물러섰는데도 다가오는 이는
내가 피하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늘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더 아름다웠던 것을..
내겐 늘 곁에 있어 줄 수 있는 이보다
내가 곁에 있고 싶은 이가 필요했던 것을..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만나지지 않고
나를 만나고 싶다는 사람만이 자꾸 만나지는 어이없는 삶.
그러기에 나는 언제나 섬일 수 밖에..
돌아보면 늘 섬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섬이 왜 우는지 아무도 몰랐고
섬이 왜 술잔을 자꾸 드는지 아무도 물어주지 않았다.
파도는 오늘도 절벽의 가슴에 부딪혀 온다
돌아 보면 언제나 혼자였다 / 이용채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땐 더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말에 대한 책임때문에 올가미를 쓸수도 있다
"보고는 싶지"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
"변할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그래서 헤어질땐 울고 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일이라고 진정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
너, 그리 살어 정말 행복하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싶어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잔과 같았다
내가 아는 한 여자,
그 여잔 매번 사랑을 할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고
그 다음엔 웃음을, 미래를, 몸을,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저를 다 주고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
나 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노 희경의 "지금 사랑하지 않는자 모두 유죄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와 나 사이의 간격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가 나와는 다름을 인정하고 그 차이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나와는 다른 어떤 사람이 그이고,
그 사람은 나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살고,
느끼며,이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일,
그렇게 사랑은 시작되는 것입니다.
상대를 나의 뜻대로 만드는,
혹은 나의 생각과 나의 마음을 닮아가게 강요하는 것은
참사랑이 아닙니다.
즉 내가 원하는 이미지대로 변화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를 자신으로,그만의 고유한 특성과
그 본래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이해와 공감의 과정인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이 바라는 모습으로 꾸미고 만들어 내려 하면서
우리는 사랑이 가진 이별이라는 비극을 맛보게 되는 셈이지요.
나를 죽임으로써 그를 얻게 되는 것
나의 귀를 그의 주파수에 맞추면서 이해의 탑을 높여가는 것
그런 노력들로 인해
우리는 사랑이라는 값진 보석의 주인이 되는 셈이지요.
그 본래의 모습을 사랑한다는 것 / 박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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