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기다리는 것이 오지 않는다면
오지 않아서 실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잊어버리고,
그리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 조차도 잊어버리고 나면
‥‥‥
그러니 피할 수 없다면, 진정 그게 그런거라면
‥‥‥
기댈 산맥도 없이 망망한 바다만 보고 있어야 한다면,
아무리 무성한 나무로 자라도 숲이 될 수 없다면,
그렇다면 소떼에게 쫓기듯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돌아설 일이다.
돌아서서 차라리 껴안아 버릴 일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버리는 거야.
‥‥‥
사는거야, 그냥 견디며 사는거라구,
내일이 오면, 그 오늘이 되어버린 그 내일을...
공지영 <별들의 들판> 섬 中
우리 생활이 아무리 바쁠지라도,
우리 삶이 아무리 짜증스럽고 피곤하더라도,
더러는 견디기조차 힘들다 해도,
머언 산등성이 바윗등을 타고 내리는
보랏빛 아지랑이를 보는 여유는 가져야 할 것 같다.
바쁜 손 잠시 놓고 동구 밖으로 트인 들녘으로
눈길을 던져 보는 여유를 가져야 할 것 같다.
저만치 들녘으로 마음의 길을 뻗쳐 볼 수도 있어야 할 것 같다.
누군가가 찾아온 듯 얼어붙은 마음의 빗장을 풀고,
대문을 반쯤이나 열어 놓는 너그러움과 설렘도 가져야 할 것 같다.
유안진《우리를 영원케 하는 것은》중에서
바위 위에 소나무 저렇게 싱싱하다니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
아무것도 키울 수 없었던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도 날아와 싹을 키웠지만 이내 말라버리고 말았어!
돌도 늙어야 품안이 너른 법 오랜 날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지
그래 아름다운 일이란 때로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야
흐르고 흘렀던가! 바람에 홀씨하나 날아와 안겼지
이끼들과 마른 풀들의 틈으로 그 작은 것이 뿌리를 내리다니
비가 오면 바위는 조금이라도 더 빗물을 받으려
굳은 몸을 안타깝게 이리저리 틀었지 사랑이었지
가득 찬 마음으로 일어나는 사랑
그리하여 소나무는 자라나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을 타고 굽이치는 강물소리 흐르게 하고
새들을 불러 모아 노랫소리 들려주고 뒤돌아본다.
산다는 일이 그런 것이라면
삶의 어느 굽이에 나, 풀꽃 한 포기를 위해 몸의 한 편
내어준 적 있었는가? 피워 본 적 있었던가!
박남준 /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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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원 - 비오는 날의 가단조
첫 번째 글은 santana 님이 남겨주신글입니다
두 번째 글은 예쁜표정 님이 남겨주신글입니다
세 번째 글은 하늘 처럼 님이 남겨주신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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