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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4월 25일에 띄우는 일천오백스물아홉번째 쪽지!
□불나방
집 앞 가로등의 둥근 유리가 덜렁거려서 사다리 딛고 올라가 드라이버로 꼭 조였습니다. 그런데 작은 받침대에 불을 보고 달려들어 타 죽은 나방이며 하루살이 같은 벌레들의 시체가 거의 한 바가지나 될 만큼 쌓여 있었습니다.
불만 보면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불나방이 있습니다. 이 놈들은 전등 불, 촛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여름 밤에 집 앞 나무아래 의자에 앉아 시원한 바람으로 더위를 식히면서 보면, 어디서 날아왔는지 가로등 불빛을 가운데 두고 수많은 벌레들이 불춤을 추면서 불을 향해 온 몸을 던집니다.
이 놈은 막무가내로 불로 달려드는데, 가미가제 특공대를 무색케 합니다. 그 무모한 육탄 공격으로 한번은 가로등이 번쩍 전기 합선을 일으켜 차단기가 내려간 일도 있습니다. 불을 향해 달려들면 자신의 몸이 그슬리고 결국에는 새카맣게 타버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로 달려 듭니다.
여름 밤이면 매일 같이 이 전투가 반복됩니다. 홀로 이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뻔히 멸망의 길인 줄 알면서도 그 길을 달려가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대하는 듯 하여 씁쓸할 때가 많습니다.
"그 발은 사지로 내려가며 그 걸음은 음부로 나아가나니 그는 생명의 평탄한 길을 찾지 못하며 자기 길이 든든치 못하여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느니라(잠 5:5-6)"ⓒ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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