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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글방182】그야말로 최악이다
저는 어렸을 때 참 많이 싸웠습니다. 주로 선배들과 싸웠습니다. 같은 동기들 중에 키와 등치가 가장 커서 주로 동기들을 선배들의 횡포로부터 보호하는 싸움을 많이 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진짠데...)
선배들과 싸울 때 제 별명은 개였습니다. 주먹이나 발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제 입에 한번 물리면 그냥 물고 놓아주지 않으니 나중에는 "제발 놔불어랑께 이 징헌놈의 셰꺄" 하다가 그래도 안 떨어지니 아무거나 집어서 제 머리통을 찍어댑니다. 흑흑! 엉엉 제 머리에 있는 동전만 한 크기의 땜빵들이 그때 그래서 생긴 것이거덩요.
나중에는 선배들이 저와 싸울 때 제 입부터 틀어막더군요. 아웅.. 지금 제 이가 다 망가져서 임플란트 해야 됩니다. ㅠㅠ
그래서 지금까지도 때 되어 이발을 할 때마다 그때 구멍난 머리의 땜빵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그 많던 이발소가 다 사라져버리고 남자들도 미용실에 가야 하는 현실이 서글픕니다. 미용실은 원래 말이 많은 자잘자잘 수다실이쟎아요. 그래도 이발소의 남자들은 말이 없는데, 미용실의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중독이 되어서 여자들보다도 말이 더 많아요.
눈 앞에 앉아 있는 고객의 머리에 땜빵이 보여도 그냥 아무 말을 안 하는 곳만 매달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몇 년씩 다니다가도 땜빵의 '땜'자만 나오면 그 다음부터는 그곳에는 안 갑니다.
어떤 미용사는 "어머, 땜빵이 있는 거 알아요?" 또 어떤 미용사는 거울로 뒷머리를 비춰주며 확인사살까지 하더군요. 하지만 어제 미용실에서 당한 사건에 비하면 그동안의 반응은 애교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제 처음 간 미용실의 미용사는 친절하게도 손가락으로 땜빵 자리를 꼭꼭 짚어가며 거기에 구멍이 있다고 갈켜주더군요. 순간! 머리 속에서 전기 합선이 뿌지직! 일어나더니 그냥 해골바가지가 다 타버렸습니다. 그래서 저 지금 머리 속이 텅 비었어요 (주여.. 연약한 어린양을 보호하여 주소서.) 앞으로 이발을 안하고 머리를 길러서 상투를 틀고 살던지 해야겠습니다. ⓒ최용우 20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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