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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원 영화배우 - 되찾은 신앙생활 큰 기쁨 -

연예인신앙간증 국민일보............... 조회 수 4359 추천 수 0 2009.04.15 10: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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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한복판에서 활동하며 크리스천의 향기를 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세상속으로'는 뉴스속에서 생동하는 사람들의 애환과 느낌을 심층적으로 소개합니다.

영화배우 예지원이 기독교인이라는 얘기는 뜻밖이었다. 괴상한(?) 영화에서 노출 많은 역할을 맡았던 그녀가 모태신앙이라니. 그녀의 실체는 더욱 뜻밖이었다. 코미디 배우로 알려진 그녀가 최근에 아이티를 다녀온 얘기나 자신이 출연했던 작품을 얘기하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그녀가 2시간 동안 털어놓은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달했다.

성가대도 7∼8년 동안 할 정도로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어요. 연예계에 들어와 "교회 봉사는 나중에 마흔 살쯤 되어서 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빠지기 시작했죠. 한동안 멀어졌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손태식씨가 인도해주셔서 다시 교회에 출석하게 됐어요. 처음엔 힘들었어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헌금 시간에 성악가 분들이 공연하는 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데, 설교 시간이면 어찌나 지루하고 졸린지. 고개를 가누기 힘들더라구요.

설교 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딴 생각이 막 들어오는 거예요. 심지어 10년도 더 지난 예전에 누가 나에게 피해를 줬던 생각, 나쁜 생각, 짜증나는 생각만 나요. 안되겠다 싶어서 설교 말씀을 다 받아 적었어요. 그러니까 100% 말씀이 들어오더라구요. 부산영화제 때에도 일요일에 일찍 일어나서 수영로교회에서 예배 드렸어요. 시험 뒤에 더 큰 은혜가 있다는 말씀, 적어 놨죠.

그러면서 주변을 보니까 저보다 어린 분들, 훨씬 더 바쁜 분들도 봉사활동을 많이 하시는 거예요. 숙제를 안 하고 미뤄놓은 것 같은 죄책감을 느꼈어요. 주변에 컴패션밴드(컴패션 후원을 위해 차인표가 만든 공연단)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많아서 나도 해야하는 건가 생각했어요.

지난 연말 SBS연예대상 시상식 진행을 맡았잖아요. '골드미스가 간다(골미다)' 출연자들이 같이 '노바디'를 공연하게 됐는데. 연습하러 간 곳이 컴패션밴드 연습장인 거예요. 허억, 이건 정말 주님의 부르심이고 운명이구나. 그래서 컴패션밴드에 들어가게 됐어요. 거기서 지난달에 아이티를 가게 됐죠. 그것도 공짜로. 원래 자기 돈 들여서 가는 게 원칙인데, 이번엔 누가 후원을 해주셔서 여럿이서 함께 가게 됐어요. 활동한지 2개월만에, 감사하죠.

아이티는 남한의 4분의 1도 안 되는 섬나라인데,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흑인노예들을 끌고와 만들었대요. 보통 흑인들은 좀 못살더라도 흥이 있고 밝게 살잖아요? 아이티는 안 그래요. 지금도 분쟁이 끊이지 않고 국민의 70%가 실업자래요. 그런 곳에 가본 건 처음이었어요. 거기서 교회에 갔다가 한 아기를 품에 안았어요. 그 아기가 저를 보는데, 그 눈빛이 마치 인생을 다 산 80세 노인 같았어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영화처럼, 마치 인생을 다 산 아기 같았죠. 그 눈을 보는데 눈물이 줄줄 났어요. 만감이 교차하더라구요. 지금도 또 눈물이 나네요, 주책없이.

그때부터 제 안에서 질문이 쏟아지는 거예요. 같이 가신 서정일 목사님께 계속 물었어요. 성경은 왜 이렇고 인간은 왜 저런가요, 지옥은 있는 건가요, 딴 사람들이 목사님 그만 괴롭히라고 할 정도로. 갔다 와서 엄마한테 그 아기 입양해서 데려오자고 했다가 죽을 뻔했어요.

같이 간 차인표 신애라 주영훈 선배, 다른 모든 출연자와 스태프가 진짜진짜 너무 열심히 하셨어요. 보통 연예계 오래 있으면 고집도 생기고 자아도 세잖아요. 근데 서로 아껴주고 이해해주는 모습이, 뭐라고 해야 할까, 충격이었어요. 연예계가 다 컴패션밴드처럼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했구요. 이게 작지만 점점 커져서 전체 연예계가 다 이렇게 되면, 지금 사실 연예계에 안 좋은 일이 많잖아요, 자살하는 사람도 있고, 무리한 욕심, 무리한 시도, 그런 일이 없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바람을 가지게 됐어요.

아이티에 다녀와서는 설교 말씀을 들어도 200% 공감하면서 '그렇지' '맞아' '맞습니다' '아멘' 그러게 됐어요. 예전엔 저도 누가 교회에 억지로 가자고 하고, 찬양할 때 파도타기 하면서 '믿슙니다' 그러는 걸 되게 싫어했는데, 지금은 이해가 돼요.

기독교인인데 왜 그렇게 야한 여자 역할을 많이 하냐구요? 저도 야하단 생각은 했지만, 정말 야한 영화에 비해선 상당히 수위가 낮던데요, 하하. 노출이 있었긴 했지만 과도한 딥키스나 뭐 그런 건 없었어요. 요즘도 그런 작품이 들어오긴 하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내 몸을 보고 싶어해? 그러면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전 제가 지금까지 했던 작품은 다 사랑해요. 특히 '귀여워'의 순이나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미자, '생활의 발견' 명숙이 같은 역할은 열광했죠.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를 신앙과 관련 지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그 크리스천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바탕에선 분명히 일치하는 것이 있어요. 긍휼히 여기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 인간에 대한 믿음이 정확히 깔려있는 역할. 정말 무모하리만큼 현 생활에 만족하며 살고, 하나 가진 것 없으면서도 자비를 베풀고 사랑을 주고, 거기에 보답을 받으려고 하지 않잖아요. 순이도 명자도 정말 그 상태 그대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상태에서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거든요. 연기하면서도 대리만족을 많이 했죠.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또 눈물이 나네요. 저 정말 주책맞죠. 그건 모두 주님께서 저에게 주신 선물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그게 이상이지만 현실에선 절대로 가능하지 않아요. 특히 연예계에선 그런게 오히려 나쁘게 돌아오는 경우도 많아요. 저도 계산을 하게 되죠. 마음을 닫게 되고, 절대 순수할 수 없는 거, 그게 너무 안타까워요. 근데 컴패션 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지금 하는 '골미다'도 재밌어요. 일반인을 모셔 놓고 맞선을 보는 것이어서 그만큼 진실되게 해야 하는 건 힘들죠. 끝나면 울 수밖에 없어요. 안 겪어본 사람은 몰라요.

'골미다'에서도 우리 아이티에 한번 가자고 했는데, 아무래도 어렵겠죠? 전 꼭 다시 갈 거예요. 거기서 파롤레 같은 샹송을 시리즈로 준비해서 다 불러줄 거예요.

요즘엔 항상 기도해요. 물 먹어도 기도하구요, 떡볶이 먹어도 영화를 볼 때도 잠자기 전에도 감사하다고 기도해요.

솔직히 우리가 몸만 컸지, 아직 아이와 같단 말이에요. 계속 성장하는 과정에 있죠. 결연을 맺으면서 많이 성숙해졌어요. 베푸는 것보다 더 많은 걸 얻어요. 한달에 1명 후원하는데 3만5000원이죠. 아이티의 6만명 아이들 우리나라가 다 책임지면 좋겠어요. 이것도 불가능할까요?

정리=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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