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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땅, 하나님의 산

이사야 이영교............... 조회 수 1717 추천 수 0 2009.04.24 23:48:00
.........
성경본문 : 사2:7-8 
설교자 : 이영교 형제 
참고 : 2008.02.24 새길교회 주일설교 

사 2:7-8, 시121:1-2

오늘이 졸업예배인데 박윤경자매는 교육부장이니 이해가 되지만 저를 보며 저 사람은 왜 저기 올라가 있나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선 것은 아마도 이번에 제 딸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제 아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때문에 학부모로서 한 마디 하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들려주는 인간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정신과의사로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번은 병원식구들과 등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산에 올랐던 이야기를 느꼈던 점과 함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산에 오르기 전 날, 같이 일하는 동료의사가 연락을 해서 짐이 있으니 빈 배낭을 하나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만나보니 산에 올라가 점심으로 먹을 도시락, 과일, 음료수 등등을 준비해 왔더군요. 그래서 둘이 나누어 배낭에 담았습니다. 그런데 저희 병원 식구들이 모두 30명 정도 됩니다. 그래서 제 배낭에는 15인분 정도의 음식을 담았습니다. 음식을 모두 넣고 배낭을 매는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배낭이 너무 무거웠습니다. 저도 대학시절에는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설악산을 뛰어 올라간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우선 제 몸의 짐이 20킬로그램 이상 되고, 운동은 별로 하지 않고, 등산은 1년에 한 두 번 하는 정도입니다. 여기서 제 몸의 짐이라는 것은 대학시절 이후 불어난 체중을 말합니다.

그래도 옛날 생각을 하며 이까짓 거 하고 산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얼마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누가 뒤에서 자꾸 배낭을 잡아당기는 것 같고, 숨이 차오르고, 진땀은 나기 시작하고, 종아리가 단단해지고, 하늘이 노랗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더 가야 하는 지. 이걸 꼭 해야 하는지, 정말 산 꼭대기까지 갈 것인지, 등산을 하자고 한 게 누구인지 등등 계속 머리 속에서는 그런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산 중턱쯤 올라가서 쉬기로 한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돌 위에 걸터앉아 쉬면서 내 짐을 떠맡길 사람이 없나 둘러보았습니다. 그래도 내가 원장인데… 나 혼자 먹을 건 아닌데… 하며 다소 억울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병원에는 남자 직원은 딱 한 명이 있습니다. 사실은 처음부터 내 짐을 맡길 대상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데 가만 보니 그 직원도 배낭을 하나 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배낭을 바꾸자고 할 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 배낭도 그리 가벼운 것 같지 않아 그냥 바꾸자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앞으로 올라 갈 일을 생각하니 마음속으로는 그만 올라가자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중간에 그만 두자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만일 그 배낭이 없었다면 조금 덜 힘들었을 것이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덜 들었을 것이고 좀 더 등산을 즐길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 당시 상황이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금 다른 의미로 생각해보면 배낭을 메고 가는 것이 마치 세상의 욕심을 지고 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살다 보면 세상 욕심을 버리고 가면 쉬울 일도 꼭 그걸 지고 가느라 고생을 하는 적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시 출발을 해서 올라가는데 주변의 나무나 꽃 등등 경치는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냥 말없이 앞만 보며 한 걸음씩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옆을 보니 다른 사람들 중에도 나처럼 힘이 들어 말도 못하고 올라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대개는 나처럼 운동을 별로 안 하거나 자기 몸의 짐이 많은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고, 나보다 더 힘들어 보이는 사람도 있어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다 보니 결국 산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만일 아무도 없이 혼자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 지 모르겠습니다. ‘이 정도 올라 왔으면 충분하지.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시간이 너무 늦을 텐데. 잘못하면 길을 잃을 지도 모르는데’ 등등 여러 이유로 자신에게 변명을 하면서 끝까지 가기를 포기하고 산 중턱쯤에서 돌아 내려왔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상까지 갈 수 있던 것은 나 혼자가 아니고 동반자가 있어서 말은 하지 않아도 마음으로는 서로를 격려했기 때문이고, 나만 힘든 것은 아니고 다른 사람도 힘든 것을 참고 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의도에 있는 63빌딩에 가서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초 정도밖에 안될 것 같은 짧은 시간에 59층으로 올라가면 서울 시내가 잘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저녁 시간에 고급스럽게 꾸며진 그 곳에서 값비싼 음식을 먹으며 창 밖으로 멋있는 서울의 밤 경치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꽤 근사합니다. 그런데 그 곳에 앉아서 느끼는 감정을 자세히 돌이켜보면 저 아래 보이는 세상을 내려다 보며 그 위에 올라서서 세상을 소유하고, 지배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잠시 경험하는 것 같습니다. 비록 착각이지만 인간의 허영과 소유욕을 잠시나마 만족하는 경험을 하라고 그 곳에 음식점을 만들어 놓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더 높은 산에 오르고, 산 정상에 도착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나 행동은 상당히 다른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산을 정복한다는 표현을 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런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산에 오를 때에는 화려하게 장식을 한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것이 아니고 한 발 한 발 땀을 흘리며 올라 가야 합니다. 누가 먼저 정상에 도착하는 지를 따지는 그런 어리석은 경쟁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보다 대개는 마지막에 도착하는 사람을 모두 기다려주고 박수로 격려해주곤 합니다.

또 산꼭대기에 올라서서 바라보고 있는 그 순간에는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아주는 지도, 내 주머니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도, 누가 100점을 받았는지도, 누가 나보다 더 좋은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지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운했던 일도 누구를 미워했던 일도 잠시 잊어 버립니다. 그 순간은 하나님의 세계를 바라보며 자연이 주는 위로에 세상 일은 다 잊어버리고 나 혼자 하나님을 대하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성경에서 산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았습니다. 산은 소돔이 멸망할 때 천사가 롯에게 피하라고 한 곳이고,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바치러 간 곳입니다.
   모세는 호렙산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고, 또 시내산에서 하나님께 계명을 받았습니다.
   산은 여호수아, 기드온이 하나님께 제단을 쌓은 곳이기도 하고, 엘리야가 죽음을 피해 찾아간 곳도 하나님의 산 호렙이었습니다. 야곱 족속이 심판을 피해서 간 시온산은 여호와께서 거하시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종종 기도하시러 산으로 가셨으며, 잡히시기 전날 밤 피땀을 흘리시며 기도하신 곳은 감람산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산은 ‘하나님을 만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다 한 번 산에 오른 것을 가지고 너무 길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 내려가는 길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저 개인의 신앙적 관점에서 산에 대한 상징적 의미를 두 가지로 해석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의미는 앞서 말씀 드렸듯이 하나님을 만나는 곳입니다.
본문인 이사야서 2장 7,8절을 다시 보겠습니다.
‘그들의 땅에는 은과 금이 가득하고, 보화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들의 땅에는 군마가 가득하고, 병거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들의 땅에는 우상들로 꽉 차 있고, 그들은 제 손으로 만든 것과 제 손가락으로 만든 것에게 꿇어 엎드립니다.’

  이것은 여호아께서 자기 백성인 야곱을 버리신 이유에 대해 이사야가 말하는 부분입니다. 하나님은 시내 산에서 이런 것들을 철저히 멀리하고 여호와의 가르침을 따르라고 말씀하셨지만 이스라엘은 정반대였다고 합니다. 지금도 사람의 땅에는 금은 보화와 군마가 가득합니다. 다시 말하면 돈과 물질과 권력으로 차 있습니다.
우리들은 종종 이런 것들에 마음을 빼앗겨 우상으로 섬기는 순간이 많습니다. 요즘 세상은 너나 할 것 없이 재테크에 열중이고 10억 만들기가 대세인 것 같습니다. 언론이나 방송에서도 그 대열에 서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고 나중에 굶어 죽기라도 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를 닮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야 할 길은 돈이나 권력을 우상으로 쫓아가는 것이 아니고, 눈을 들어 하나님께서 계신 산을 바라보고 그 곳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제 마음도 63빌딩과 하나님의 산을 왔다 갔다 합니다.

  그런데 그 산길을 가는 것이 힘듭니다. 그것이 산에 대한 두 번째 의미입니다.

  제 아이가 수학 공부를 하며 종종 너무 어려워서 못하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너는 쉬운 문제만 풀 거냐, 그러면 늘 그 수준에서 머물고 말 것이다. 힘들지만 어려운 문제를 참고 풀어야 더 아는 것이 많아지고 현명해 질 수 있는 것 아니냐. 평지만 가려 하지 말고 길을 가다 언덕이 나와 숨이 차고 힘이 들어도 넘어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세부 전공이 소아청소년정신과여서 진료실에서 어른보다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더 많이 만납니다. 요즘과 같이 학년이 바뀌는 계절에는 중학 입학을 앞둔 아이들에게 중학생이 되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을 종종 하는데. 안타깝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의 대답은 싫다는 것입니다. 공부가 너무 어렵고 많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며칠 전에는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여자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그 아이 역시 아주 씁쓸한 표정으로 "싫다”고 했습니다. 불과 초등학교 1학년인 그 아이도 이유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또 어느 10살짜리 아이는 취직 할 일이 걱정이라고 합니다.

   김 두현 형제 아들인 명준이가 25~6개월 정도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만일 명준이에게 여기 피아노 위에 있는 거울을 가져다 달라고 하면 명준이는 속으로 ‘저 아찌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손도 안 닿는데’라고 할 지 모르겠습니다. 손도 닿지 않고, 의자를 가져다 올라갈 수도 없으니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명준이가 열살 정도만 되면 그것은 너무나 간단하고 쉬운 일이 될 것입니다. 단지 시간이 흘러 성장을 하는 것 만으로도 이전에 불가능하던 일이 아무 일도 아닌 것으로 됩니다.

  학년이 올라가는 것이 싫다는 아이들에게 점점 더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하고, 더 많은 양의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너도 전보다 더 컸고, 점점 아는 것이 많아지고, 머리가 똑똑해지고, 더욱 강해지기 때문에 충분히 해낼 수 있다’라고 말해주곤 합니다.

  공부를 할 때 쉬운 문제만 풀고 있을 수는 없는 것처럼 살아가면서 평탄한 길만 찾아 다녀서는 예수님도 하나님도 만날 수 없습니다. 힘들더라도 산길을 선택해서 가야 합니다.
우리 공동체가 가려는 새길도 그런 산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졸업과 입학을 하고, 새 학년이 되는 여러분들께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산길을 가려면 평소에 운동을 해두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산을 가기 위한 운동은 마음의 연습입니다. 아이들에게 꿈이 무어냐고 물으면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떻게 아름답게 쓰는 것이 당연히 더 중요할 것입니다. 돈이나 권력만 따라가면 그것이 우상이 되어 여러분을 지배하려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가르침이 무엇인지에 마음을 두도록 연습해야 합니다.

  창세기 22장 앞부분을 읽어보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시험해 보시려고, 그를 부르셨다. "아브라함아!"하고 부르시니, 아브라함은 "예, 여기에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너의 아들, 네가 사랑하는 외아들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거라. 내가 너에게 일러주는 산에서 그를 번제물로 바쳐라." 아브라함이 다음날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서 나귀의 등에 안장을 얹었다. 그는 두 종과 아들 이삭에게도 길을 떠날 준비를 시켰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적어도 성경의 표현대로라면 하나님이 자신의 그 귀한 자식을 죽여서 제물로 바치라고 하는 명령에 대해 아브라함은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나님께서 제게 이러실 수 있느냐’거나, 명령에 불복하고 어디로 도망을 갈 지 등등 고민을 했다는 구절이 없습니다. 단지 하나님의 명령에 대해 ‘아브라함이 다음날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서 …’라고 주저하지 않고 순종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늘 마음의 연습을 해 두어야만 돈과 권력이냐 하나님의 가르침이냐의 갈림길에 섰을 때 주저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부르실 때 주저하지 않고 따를 수 있습니다.

  그 길은 예수님이 걸어가신 길이고 또 신앙의 스승들과 어른들이 앞서서 간 길이기도 합니다. 다음은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혼자서 가는 길이 아니고 주위를 돌아보면 동반자도 많고 모두 힘든 것을 참고 하나님께서 주신 세상을 즐기며 한 걸음씩 올라가고 있을 것입니다. 너무 힘이 들 때는 눈을 들어 산을 보면 하늘과 땅을 만드신 주님께서 도와주신다고 했습니다.

  여러분은 부모님보다 더 높은 산에 올라 하나님과 더 가까이 만나고, 또 그런 과정을 통해 이 땅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좀 더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들어 가는 어른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평신도 열린공동체 새길교회 http://saegilchurc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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