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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글방237] 산 속에서 칼을 가는 사람들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이산 저산 자주 찾게 됩니다. 산에는 나무가 있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고 그 사이에서 뛰어 노는 다람쥐와 청설모와 날아다니며 노래하는 새들이 있습니다.
시원한 바람과 맑은 햇살과 싱싱한 숲향기와 꽃들이 있고, 산 정상에 서면 탁 트인 넓은 세상은 마음과 생각까지도 뻥-- 뚫리고 화악- 트이게 합니다. 그리고 산자락 햇볕 잘 드는 명당자리마다 어김없이 절이 들어앉아 있습니다. 산을 오르다 보면 그 절 마당을 밟고 지나가야 할 때가 많습니다.
저는 예수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 절이라고 해서 특별히 가려 피해야 하고 멀리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절 마당을 어슬렁거리다가 요사채 에서 밥이라도 얻어 먹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예수 믿는 사람이 절밥 먹으면 체해서 콱 막힐까요? 저는 맛있기만 하더군요.
각 절마다 '외부인 출입 금지' 푯말이 붙어있는 구역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수행자들이 벽을 보고 앉아 용맹정진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댓돌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고무신을 보면, 저 안에 있는 수도자는 지금 무엇을 위해 밤낮으로 칼을 갈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그들을 '예수도 안 믿는 지옥 갈 사람들'이라고 비웃기에는 나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고 부끄럽습니다. 예수 안 믿는 사람들도 저렇게 하루에 8시간씩 용맹정진 수도를 하는데, 예수 믿고 천국 갈 사람인 나는 하루에 10분도 수도정진 하는 마음으로 제대로 기도하지 않습니다. 그 10분도 '달라 달라 달라 주시 주시 주시'... (옵쇼셔셔셔셔...) 도대체 뭘 믿고 나는 이렇게 용감하며 거기다가 게으르기까지 한 것일까요? 이렇게 정신줄을 놓고 세상과 짝꿍이 되어 살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의 은혜가 없었다면 저는 벌써 벼락을 무수히 맞고 또 맞아 통숯불구이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으흐.. 생각만 해도 온 몸이 핸드폰 진동모드가 되네요. 부르르르 ⓒ최용우 2009.6.2 당당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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