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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있었어요.
하느님은 심심했어요.
하느님 말고 아무도 없었거든요.
하느님 말고 아무도 없으니까,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허공처럼,
하느님도 없는 것 같았어요.
하느님이 생각했어요.
‘세상을 만들자. 그래, 하늘도 만들고 땅도 만들고 해도 만들고 달도 만들고 별도 만들고 풀도 만들고 나무도 만들고 새도 만들고 짐승도 만들고 벌레도 만들고 마지막으로 사람도 만들자. 그리고 그것들 속에서 그것들하고 놀자. 혼자는 너무 심심해.’
하지만 하느님의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생기지 않았어요.
그래서 하느님은 말했지요.
“세상을 만들자. 그래, 하늘도 만들고 땅도 만들고 해도 만들고 달도 만들고 별도 만들고 풀도 만들고 나무도 만들고 새도 만들고 짐승도 만들고 벌레도 만들고 마지막으로 사람도 만들자. 그리고 그것들 속에서 그것들하고 놀자. 혼자는 너무 심심해.”
하느님이 이렇게 말하자 그 말에서 세상이 생겨났어요.
하늘도 생기고 땅도 생기고 해도 생기고 달도 생기고 별도 생기고 풀도 생기고 나무도 생기고 새도 생기고 짐승도 생기고 벌레도 생기고 마지막으로 사람도 생겨났어요.
하느님이 그것들 속으로 들어갔어요.
그러니까 세상 모든 것이 하느님 생각에서 나온 하느님 말에서 나온 하느님 생각인 거예요.
무슨 말이냐 하면, 세상 모든 것이 거슬러 올라 제가 나온 곳으로 들어가면 처음엔 하느님 말로 들어갔다가 거기서 하느님 생각으로 들어갔다가 마침내 하느님한테로 들어가서 하느님이 된다는 그런 얘기지요.
해는 해처럼 생긴 하느님 생각이고
달은 달처럼 생긴 하느님 생각이고
엉겅퀴는 엉겅퀴처럼 생긴 하느님 생각이고
참나무는 참나무처럼 생긴 하느님 생각이고
독수리는 독수리처럼 생긴 하느님 생각이고
너구리는 너구리처럼 생긴 하느님 생각이고
지렁이는 지렁이처럼 생긴 하느님 생각이고
사람은 사람처럼 생긴 하느님 생각이에요.
그것들 속에 하느님이 있어요.그것들 속에서 그것들하고 노느라고
하느님은 이제 심심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건 비밀인데요, 세상 속으로 들어올 때 하느님이 당신 몸을 바꾸었답니다.
무엇으로 바꾸었느냐고요?
짜잔!
거울로! 하느님이 거울로 당신 몸을 바꾸었어요!
하느님이 거울로 몸을 바꾸고 당신이 만든 세상에 들어왔어요.
당신이 만든 세상에 거울로 몸을 바꾼 하느님이 숨어 있는 거예요.
슬피 우는 늙은이를 보면 하느님도 슬피 울어요.
그렇지만 하느님은 슬프지 않아요.
왜냐면 거울이니까요.
깔깔거리고 웃는 아이를 보면 하느님도 깔깔거리고 웃어요.
그러나 하느님은 깔깔거리지 않아요.
왜냐면 거울이니까요.
비 오는 날 술 취해 비틀거리며 걷는 주정꾼을 보면 하느님도 비틀거리며 걸어요.
하지만 하느님은 술에 취하지 않아요.
왜냐면 거울이니까요.
죽어서 날개 접고 꼼짝 않는 독수리를 보면 하느님도 날개 접고 꼼짝 안 해요.
그렇지만 하느님은 죽지 않아요.
왜냐면 거울이니까요.
그런데요, 이건 진짜 아는 이만 아는 비밀인데요, 들어볼래요?
생각 있으면 다음 줄을 읽어보세요.
“그 거울은 너한테도 있다. 해, 달, 엉겅퀴, 참나무, 독수리, 지렁이처럼 너도 하느님 생각에서 나온 하느님 생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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