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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차 한잔 마시면서 전해드리는 햇볕같은이야기
♣♣그 3358번째 쪽지!
□ 정개가 주방으로 변했는데
주방을 전에는 '정지' 또는 '부엌'이라고 불렀습니다. 전라도에서는 '정개'라고 불렀습니다. 정개 하면, 아침마다 가장 일찍 일어나신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나가 마루를 내려가 정개 문을 '삐이-꺼--ㄱ' 열고 들어가시는 소리를 잠결에 듣던 기억이 납니다.
보름마다 홍길동처럼 나타나신 아버지가 보릿자루라도 매고 와 쌀독을 채워놓은 날은 정개문 여는 소리가 짧고 활기찹니다. 그러나 쌀독이 빈 날에는 그 문 여는 소리도 힘이 없고 고달프게 들렸던 그런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 어떤 날은 정개문 여는 소리가 나지 않는 날도 있었습니다. ㅠㅠ 그래서 저에게 정개문 소리는 밥을 먹느냐 못 먹느냐 하는 중요한 소리였고, 어머니에게도 정개문을 연다는 것은 매우 고달픈 일이었을 것입니다.
얼마 후에 저는 '부엌'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안방에서 부엌으로 통하는 문을 '벌컥' 열고 나가 신발을 신으면 되는 집이었습니다. 신혼살림도 연탄 아궁이가 있는 '부엌'집에서 알콩달콩!^^
지금 저는 '주방'이 있는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안방 문만 열고 나가 열 발자국만 가면 '주방'입니다. 주방이 있는 집에 살면서 '오늘은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없을까?' 하는 원초적인 고민은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하는 선택의 고민으로 바뀌었습니다.
눈물 흘리며 솔가지를 때어 하던 밥을, 연탄냄새 맡으며 하다가, 지금은 딸깍! 스위치만 돌리면 파란 불이 올라오는 가스로 편하게 합니다. '삐이-꺼--ㄱ' 하던 소리가 '벌컥, 드르르륵' 소리로, 지금은 문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당장 하루 먹을 것 걱정을 하며 살았었습니다. 이즈음 다들 살기 힘들다고 비명을 지르며 하루에도 수 십명씩 자살을 한다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지금이 그때보다 더 힘든 것인지... 아침마다 '삐이-꺼--ㄱ' 하고 열리던 정개문 소리를 떠올려 본다면 좋겠습니다. ⓒ최용우
♥2008.11.6 나무날에 좋은해, 밝은달 아빠 드립니다.
♥홈페이지에 좋은 글이 더 많이 있습니다. http://cyw.kr
♣♣그 3358번째 쪽지!
□ 정개가 주방으로 변했는데
주방을 전에는 '정지' 또는 '부엌'이라고 불렀습니다. 전라도에서는 '정개'라고 불렀습니다. 정개 하면, 아침마다 가장 일찍 일어나신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나가 마루를 내려가 정개 문을 '삐이-꺼--ㄱ' 열고 들어가시는 소리를 잠결에 듣던 기억이 납니다.
보름마다 홍길동처럼 나타나신 아버지가 보릿자루라도 매고 와 쌀독을 채워놓은 날은 정개문 여는 소리가 짧고 활기찹니다. 그러나 쌀독이 빈 날에는 그 문 여는 소리도 힘이 없고 고달프게 들렸던 그런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 어떤 날은 정개문 여는 소리가 나지 않는 날도 있었습니다. ㅠㅠ 그래서 저에게 정개문 소리는 밥을 먹느냐 못 먹느냐 하는 중요한 소리였고, 어머니에게도 정개문을 연다는 것은 매우 고달픈 일이었을 것입니다.
얼마 후에 저는 '부엌'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안방에서 부엌으로 통하는 문을 '벌컥' 열고 나가 신발을 신으면 되는 집이었습니다. 신혼살림도 연탄 아궁이가 있는 '부엌'집에서 알콩달콩!^^
지금 저는 '주방'이 있는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안방 문만 열고 나가 열 발자국만 가면 '주방'입니다. 주방이 있는 집에 살면서 '오늘은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없을까?' 하는 원초적인 고민은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하는 선택의 고민으로 바뀌었습니다.
눈물 흘리며 솔가지를 때어 하던 밥을, 연탄냄새 맡으며 하다가, 지금은 딸깍! 스위치만 돌리면 파란 불이 올라오는 가스로 편하게 합니다. '삐이-꺼--ㄱ' 하던 소리가 '벌컥, 드르르륵' 소리로, 지금은 문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당장 하루 먹을 것 걱정을 하며 살았었습니다. 이즈음 다들 살기 힘들다고 비명을 지르며 하루에도 수 십명씩 자살을 한다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지금이 그때보다 더 힘든 것인지... 아침마다 '삐이-꺼--ㄱ' 하고 열리던 정개문 소리를 떠올려 본다면 좋겠습니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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