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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예화 13. 닭으로 살다가 죽은 독수리 이야기

이정수 목사............... 조회 수 2351 추천 수 0 2009.07.30 12: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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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예화 13. 닭으로 살다가 죽은 독수리 이야기

깊은 산마을 한 소년이 뾰족뾰족한 산 꼭대기에 올랐습니다. 소년은 바위 틈 사이에서 새 둥지를 보았는데 거기에는 커다란 새 알이 있었습니다. 소년은 좋다구나 하고 그 새알을 가지고 집으로 내려 왔습니다. 그리고 닭장 속에 그 새알을 넣어 두었습니다. 암탉 은 자기 알과 함께 그 새알도 잘 품어주었습니다. 얼마큼 지난 후 다른 알과 함께 그 새알도 부화되어 새 생명들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노란 병아리들과는 달리 그 큰 새알에서 나온 병아리는 유독 검으칙칙하고 덩치도 컸습니다. 암탉 은 < 별일도 다 있다. 어디서 저런 별종이 나왔누 > 하였습니다.

어미 닭은 어린 병아리들에게 모이 주워 먹는 법, 물 먹는 법, 지렁이가 많은 곳, 벌레 많은 곳, 쪽제비 피하는 법, 등등 닭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인생법이 아닌 닭생법을 잘 가르쳐 주었습니다. 별종인 그 병아리도 다른 병아리들과 같이 닭생법에 따라 뒷발질로 땅을 헤쳐 지렁이도, 벌러지도 잡아 먹고 살았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병아리들은 잘 자랐습니다. 별종인 그 병아리는 다른 병아리보다 훨씬 크고 윤기나는 검은 깃털과 투명한 두눈을 가진 중닭이 되었습니다.

어느 맑게 개인 아침, 파란 하늘 위에 이제것 못보던 커다란 새 한 마리가 웅장한 날개짓으로 공중에 큰 원을 그리며 날고 있습니다. 어미 닭은 호떡 집에 불난 듯 새기 닭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 얘들아 저기 저 하늘을 나는 새를 좀 보아라. 저 새는 새 중 왕이신 독수리란다. 저 새가 뜨면 모두 꼭꼭 숨어야 한다. 알았지? >.  모두들 경외하는 눈빛으로 공중을 나는 독수리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별종인 그 검고 덩치 큰 닭은 때때로 날개죽지 아래로부터 알 수 없는 강인한 힘이 용트림하는 것을 느꼈고, 어떤 때는 저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날고 샆다는 열정이 세차게 밀려오곤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 별종 닭은 어미 닭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우리도 새는 새잖아요. 우리는 저 새처럼 날 수 없나요? >. 어미 닭이 대답하였습니다. < 얘야,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사는 법이야. 아예 그런 생각일랑 꿈도 꾸지 말아라. 옛말에 못오를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랬단다. 저 새는 새 중 왕인 독수리고 우리는 닭이야 닭! 그러니 그저 닭생법대로 사는 것이 제일인 게야. 무슨 뜻인지 알겠지? >. 어미 닭은 닭생의 이치를 잘 일러 주었고 그 별종 닭은 고개를 주억 거렸습니다.

또다시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깊은 산마을 닭장 속에는 아직도 그 이상한 닭 한마리가 있습니다. 투명하던 눈빛은 사라지고 게슴츠레해진 눈, 검고 큰 덩치에 날개가 축처진 닭입니다. 생기기는 꼭 독수리같이 생겼는데 하는 짓은 영락없는 닭입니다. 석양이 붉게 물든 어느날 저녁 무렵 그 이상한 닭은 모로 픽 쓰러져 고단한 닭생을 마치고 죽었습니다.

  < 닭으로 살다가 닭처럼 죽은 이 슬픈 독수리는 과연 누구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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