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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예화 18.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이정수 목사............... 조회 수 1717 추천 수 0 2009.07.30 12: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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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예화 18.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1.무거운 고기 상자 하나를 옮기는 데 겨우 500원을 받으시면서도 자식들이 문제집 한 권을 사달라면 선뜻 챙겨 주시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였지만 약해진 어머니의 몸을 보시며 < 조금만 참아 > 하실 때는 눈물을 보이셨지요. 비가 오는 아침, 비옷을 입으시고 오늘도 고기 상자를 나르러 출근하시는 아버지의 두 어깨가 너무나 무거워 보여 전 한침 동안 울고 말았습니다. 아버지, 조금만 참으세요. 제가 아버지 어깨에 놓인 짐을 덜어드릴께요. (마산시 상남2동 175-5 김유미)

2.오늘 아침, 된장찌개 속에 들어 있는 된장 덩어리를 건져 아들놈 밥그릇에 넣어주면서 아버님을 생각하였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 어쩌다 찌개 속에 된장 덩어리가 있으면 건져서 장남이 제 밥그릇에 넣어주곤 하셨지요. 그때마다 철없던 저는 맛도 없으면서 텁텁하고 께름직하게만 느껴지던 된장 덩어리를 억지로 먹었습니다. 그때는 차마 말씀 드리지 못했지만 그 속에 구더기 서 너 마리는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제 수십년이 흘러 저도 아버지가 되었고 아들놈 밥그릇에 된장 덩어리를 건져넣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들놈 역시 된장 덩어리를 넣어주면 인상을 찌푸리는 게 꼭 옛날의 저를 보는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된장 덩어리를 보면서 아들 사랑 깊으셨던 아버님이 새삼 그리워집니다.( 경기도 안양시 오도연)

3.행동과 사고가 짧았던 어린 시절, 전 아버지가 막노동꾼이란 직업을 몹씨 부끄럽게 생각하였습니다.그래서 친구나 선생님이 아버지의 직업을 물으면 얼굴을 붉히며 대답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또 아버지와 길을 갈 때면 언제나 멀지기 떨어져 걸었습니다. 아버지의 하얗게 센 머리며 얼굴에 깊이 패인 주름살, 갈라터진 손등이 부끄러웠던 것이지요. 하지만 이제 아버지의 주름살과 손가락 마디마디의 굳은 살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깨달았습니다.스무살이란 적지 않은 나이에야 이제 겨우 철이 들어가는 제가 부끄럽습니다.(충북 충주시 충주 우체국 사서함 10호 김영득)

4.지난 졸업식 때였지요. 20년도 더된 고물 전축을 바꾸자던 가족들의 성화를 10년 가까이 물리치셨던 고집스런 아버지께서 소 한 마리 사들이듯 선뜻 카메라를 사들고 서울로 올라오셨지요. < 평생 한번 있는 졸업인데.....> 하시며 쑥스런 표정을 지으시던 아버지. 저는 아버지 마음을 다 알아요. 대학을 졸업하는 아들이 자랑스러웠던 거지요. 첫 대학시험에서 형편없는 점수로 낙방하던 날, 아버지는 밤 늦게 약주를 드시고 오셔서 짐짓 웃으시며 < 한 번 더 해봐 > 하셨지요. 그때 전 미안해서 밤새 울었습니다. 재수 끝에 원하던 대학에 합격하던 날, 역시 아버지는 밤 늦게 약주에 취해 들어오셨지요. 그리고 < 네놈 덕분에 톡톡히 한 턱 냈지! > 하시며 꺼칠한 뺨을 부비시던 아버지 이 졸업장은 아버지 것입니다. (부산시 금정구 구서2동 구서주공아파트 9-204 이만영)

5.새어머니와의 말다툼 때문에 토라져 불을 끄고 울고 있을 때에 제 방으로 들어와 살며시 이마를 만지시며 < 미안하다 >고 하시던 아버지의 속내를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오늘에야 이해 할 수 있을 듯합니다.뒤늦게 당신 계신 대전 공원 묘지를 찾아 소주 한 잔 올립니다. (부산시 동래구 거제3동 심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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