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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릴 지브란의 기도
(Kahlin Gibran 1883-1931)
1.
주인님, 사랑의 주인님
공주는 향기롭게 꾸민 침실에서
결혼한 미혼녀는 자신을 가둔 새장에서
오시는 당신을 기다리고
수치스런 거리에서 빵을 구하는 창녀
남자 없는 수도원의 수녀
자식 없는 여인 또한
성애가 숲의 모양을 그려놓은
유리 창문에 기대어
그 기묘한 대칭(對稱)속에서
당신을 발견합니다.
거기서 당신을 낳아 기르고
또 위안을 받습니다.
2.
주인님, 시(詩)의 주인님
우리네 말없는 욕망들의 주인님
두근거리는 당신 맥박으로
세계의 심장이 뜁니다만
그러나, 당신의 노래에
불타오르지는 않습니다
당신 음성에 세계가 고요한 희열로
귀를 기울입니다만, 그러나
당신 언덕들의 높이를 재어보려고
앉은자리에서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은 당신에 대한 꿈을 꾸지만
그러나, 그들에게 가장 위대한 꿈인
당신의 새벽으로 깨어나려 하지는 않습니다.
당신 눈으로 보지만, 그러나
무거운 발을 이끌어
당신 보좌로 나아가려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자들이
당신 이름으로 높은 자리에 앉아있고
당신 권위로 주교관을 쓰고
당신의 가시 면류관을
제 머리에 왕관으로
제 손에 홀(笏)로 바꾸었습니다.
3.
주인님, 빛의 주인님
맹인의 더듬는 손가락에 당신의 눈은 있고
지금도 당신은 조롱당하고 멸시 당하는
하나님이기에는 너무 나약하고 빈약한 인간이요
너무 사람이라서 찬양하기 힘든 하나님이십니다.
그들 미사와 그들의 찬송
그들의 성사와 그들의 묵주 모두가
옥에 갇힌 그들 자신을 위한 것들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그들의
먼 자아요, 그들의 먼 울음이요
그들의 뜨거운 열정이십니다.
4.
그러나 주인님, 허공의 가슴
우리네 아름다운 꿈의 기사님
오늘도 당신은 여전히 걸으십니다.
그 어떤 활도 창도
당신 걸음을 멈추게 못하고
우리의 모든 화살들 가운데로 당신은 걸으십니다.
당신은 우리 위해 웃음으로 내려오시고
우리 가운데 가장 어린 당신이지만
우리 모두의 아버지십니다.
<레바논 산 기슭에서 태어난 그는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종교시인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예언자'는 20여개 언어로 번, 역되었다. 그의 상상력은 특정 종교의 울을 훌쩍 뛰어 넘지만,
사람의 아들 예수'에서는 예수의 발 앞에 엎드려 그와 말을 주고 받는다>
월간 <풍경소리 제91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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