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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편지 914 소록도를 떠난 두 천사
www.nsletter.net 정충영 교수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에서 43년 동안 한센 병 환자를 보살펴 온 외국인 수녀마리안(71)과 마거리트(70)수녀가 한 장의 편지를 남기고 28과 27살의 나이에 떠나온 고국 오스트리아로 되돌아갔습니다.
소록도에서 평생을 환자와 함께 살아온 마리안 수녀는 1959년에, 마거리트 수녀는 1962년에 소록도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오스트리아 간호학교를 나온 두 수녀는 소록도병원에서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소식이 수녀회에 전해지자 달려온 것입니다.
두 수녀는 환자들이 말리는데도 꼼꼼히 발라야 한다며 장갑도 끼지 않은 채 약을 발라주었고 외국 의료진을 초청해 장애교정 수술을 해 주었으며 한센인 자녀를 위한 영아원을 운영하는 등 보육과 자활정착 사업에 헌신했습니다. 사람들은 전라도 사투리에 한글까지 깨친 두 수녀를‘할매’라고 불렀습니다. 병원 측이 마련한 회갑잔치마저“기도하러 간다”며 자리를 피했습니다. 두 수녀는 본국 수녀회가 보내오는 생활비까지 환자들 우유와 간식비, 그리고 성한 몸이 돼 떠나는 사람들의 노자로 나눠줬습니다.
그러한 두 수녀가‘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란 편지 한 장만 남기고 이른 새벽 아무도 모르게 섬을 떠났습니다. 그 편지에“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고 우리들이 있는 곳에 부담을 주기 전에 떠날 것이라고 말한 대로 떠나는 것”이라고 썼습니다. 그리고는 “부족한 외국인으로서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 감사하며 저희들의 부족함으로 마음 아프게 해 드렸던 일에 대해 이 편지로 용서를 빈다.”고 적었습니다.
두 수녀는 누군가에게 알려질 까봐, 요란한 송별식이 될까 봐 조용히 떠나갔습니다. 배를 타고 소록도를 떠나던 날 두 수녀는 멀어지는 섬과 사람들을 멀리서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울었습니다. 20대부터 40년을 살았던 소록도는 그들에겐 고향과 같지만 이제 돌아갈 고향 오스트리아는 도리어 낯선 땅이 되었습니다.
김명호(56) 소록도 주민자치회장은“주민에게 온갖 사랑을 베푼 두 수녀님은 살아있는 성모 마리아였다”며“작별인사도 없이 섬을 떠난 두 수녀님 때문에 섬이 슬픔에 잠겨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른 손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배품과 섬김이 참된 것이라 믿었던 두 사람은 상이나 인터뷰를 번번이 물리쳤지만 10여 년 전 오스트리아 정부는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가 섬까지 찾아와 훈장을 주었고 우리 정부도 1972년 국민포장, 1996년 국민훈장모란장을 수여하여 이들의 선행을 표창했습니다. 두 수녀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섬김과 베풂을 삶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임금이 대답하여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한 것이니라 하시고[마 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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