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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부부가 살았습니다
둘은 상당히 사이가 좋아서 주변의 부러움을 사기도하고 심지어는 질투나 시기까지 당했습니다 하지만 둘은 그런것들을 의식하지 않고 붙어다녔습니다 잠시라도 한 마리가 곁에 없으면 불안하고 초조해했습니다 먹이를 구하러 다닐때도 같이 다녔고 나뭇가지 위에서 쉴 때에도 나란히 앉아서 잤습니다 휴식을 취할때에도 같이 있었습니다 눈빛만 보아도 어디가 불편하고 아픈지 알았습니다 의견도 잘 맞았고 추구하는 것도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들에게 고난이 찾아왔습니다
사냥꾼의 총에 그만 남편비둘기가 날갯죽지를 다쳤습니다
다행이 총알이 빗나가서 목숨은 건졌지만 남편비둘기는 상처가 다 나은 뒤에도 날지를 못했습니다 잘 날지를 못하니까 먹이구하기도 힘들었고 들짐승에게 많은 위협을 당했습니다 족제비에게 잡혀먹힐 가능성도 많아졌습니다
그래도 아내비둘기는 극진히 남편비둘기를 돌봤습니다
잠도 못자면서 남편비둘기를 지켜주었고 먹이도 먼 곳까지 날아가 구해다가 주었습니다
하지만 긴 병에는 효자 없다는 말이 있던가요 아내비둘기는 지쳐가기 시작했습니다 잠도 못자고 멀리 날아다녀야하고 육체와 정신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어느날 아내비둘기는 남편 곁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밤을 지새며 수 십일을 고민해서 얻은 결론이었습니다
그렇게 살다가는 아내비둘기도 죽을것만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여보 나는 더 이상 당신을 감당할 수가 없어요”
둘은 부둥켜 안고 울었습니다
“내 걱정은 하지 말아요 어디를 가든지 부디 행복하길 바래요 당신은 내게 할 수 있는만큼 최선을 다했어요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아내비둘기는 마음을 냉정하게 몇 번에 몇 번을 먹은 뒤 남편비둘기를 남겨두고 아주 멀리 멀리 날아갔습니다
얼마동안은 홀가분하기도 했습니다
“나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어”
아내비둘기는 되뇌이듯 중얼거렸습니다
먹이도 맛있는 것을 마음껏 구해 먹었고 혼자 사는 다른 남자비둘기가 있는지 이곳 저곳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아내비둘기를 떠나보낸 남편비둘기는 그리움과 외로움에 고통스러워 했습니다 먹이를 구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몇날 몇일을 누워서 앓았습니다
다행하게도 남편비둘기를 불쌍히 여긴 동료비둘기들이 도와주었습니다 남편비둘기를 떠난 아내비둘기는 처음 얼마간은 행복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갈수록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지고 남편비둘기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문득 문득 되살아났습니다
아내비둘기는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그럴수록 남편비둘기가 그리워졌습니다
남편비둘기도 아내비둘기도 먼 곳에서 서로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나에게 돌아와줘 난 당신을 사랑해”
남편비둘기는 조그맣게 중얼거렸습니다
그러나 차마 돌아와달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자신의 처지를 보면 그런 생각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남편비둘기는 눈물의 나날을 보냈습니다
아내비둘기도 시간이 흐를수록 그리움이 새록새록 되살아났습니다
서로는 먼 곳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았습니다
속앓이를 하며 살던 아내비둘기는 남편비둘기를 찾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노을이 서쪽 하늘에서 세상을 붉게 물들일때 아내비둘기는 남편비둘기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주보자 둘은 말이 필요없었습니다
부둥켜안고 오래 오래 울었습니다
“여보 나를 용서해줘요 세상을 살면 얼마나 산다고, 당신을 떠나서 내가 행복하면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말아요”
남편비둘기는 아내비둘기를 더 힘껏 끌어안았습니다
서쪽하늘의 노을마져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제 다시는 당신곁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겠어”
어둠이 내려왔습니다
둘은 오랜만에 그동안 잠들지 못하고 그리워했던 날들의 밀린잠을 잤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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