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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3시에 시작한대요. 빨리 오세요." "아직 한 시간 남았잖아. 이따
갈게. 걱정 마." 특기적성 반에서 일 년 간 배운 뮤지컬 공연을 앞두고
은수는 빨리 보여주고 싶어 안달입니다. 개미와 베짱이 동화를 각색한
것인데 은수 역할은 나무1이었습니다. 대사는 단 세 마디. 무대 배경이
되어야 했기에 꼼짝 않고 서 있어야 했습니다. 그것도 나뭇가지인
두 팔을 위로 들고서…. 20분 정도 하는 동안 나무2친구가 후반부에서
슬그머니 팔을 내리면 그것까지 잡아 올려가며 한 번도 내리질 않네요.
다른 건 눈에 안 들어오고 저 팔이 얼마나 아플까 걱정만 하다가
마지막에 다 같이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에서야 저도 같이 박수를 치며
흥이 나기 시작했지요. 동물친구들이나 배경이 된 은수나 함께 어우러져
노래하는데 쭈뼛거림 없이 하나 된 모습이 제법 성숙해 보였습니다.
"어머니, 저 진짜 잘했죠?" "그래. 정말 잘 하더라. 너무너무 멋졌어."
팔 아프단 말은 한 마디도 없고 뿌듯해서 마냥 싱글벙글이네요.
은수는 자신의 역할을 자랑스러워했고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화려한 조명 아래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주인공 역할을 하고
또 누군가는 뒤편에서 다른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인생의 반 바퀴를 지나며 보니 우리는 모두 어떤 역할들을 하고 있었네요.
그 역할이 내가 원하던 것도 있지만 하기 싫은 것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 인생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그분의 뜻을 위해 맡기신 역할을
사랑하는 것이 내 자신을 사랑하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나는 그것을 위해
살고 있고 그것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막이 내릴 때까지 벌서듯 손을 들고 있어야 하는 힘겨운 역할일지라도
사랑하면 괜찮습니다. 아프지 않습니다. 언젠가 함께 어우러져 주님의 손
잡고 하나 될 축제의 날이 있기에 피곤한 친구의 손도 올려줄 수 있지요.
예수 믿으세요. 예수님이 주시는 사랑으로 힘 받으세요. 아무도 내 대신
내 역할을 해 줄 수 없지만 주님께 나아가면 주님이 도와주세요.
떨리는 두 팔을 잡아 주시고, 나의 신음에 눈물로 간구해 주시며
때로는 업어주시면서 내 맡은 역할 잘 마칠 수 있게 늘 함께하신답니다.
글쓴이/장주연/수필가 hapyjuye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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