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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을 땄습니다.
봄에 이웃 할머니께서 주신 싹틔운 콩을 담장 밑에 쪼로록 심었더니
얽히고 섥히면서 자라더니 열매를 맺었습니다.
처음엔 잘 열리지 않는것 같았는데 여름 끝자락부터 갑자기 콩이 마구 열리더라구요.
특히 남아서 한쪽에 던져놓았던 콩이 더 잘 자라 열매도 튼실하게 많이 맺었답니다.
콩을 까면서 아이들이 콩이 너무 예쁘다고 감탄을 합니다.
"이 예쁜 콩을 너흰 왜 잘 안먹냐!"
"예쁜거하고 먹는거하고 다르잖아요... 그래도 작은 콩은 먹기에 괜찮아요"
저도 어렸을때 콩을 싫어했습니다. 어느 날 저녁 밥에 또 콩이 들어 있었는데
소심했던 저는 안먹는다는 소리를 하지 못하고 '콩 먼저 얼른 다 먹고 밥만 먹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콩만 다 골라내어 한 숟가락씩 퍼서 먹었습니다.
아무 맛도 없고 이상한 콩을 먹을때의 그 기분....아...그땐 그랬습니다.
그렇게 콩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신 엄마께서 기뻐하시면서
"아이구! 우리 딸 콩을 좋아하네...이거 더 먹어라!" 하시면서 엄마 밥그릇에 있는 콩을 다 찾아내어
제 밥그릇에 듬뿍 올려 주지 않겠습니까! @@ 좀 전보다 더 많이요. 콩만 먹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 되었습니다.
제 딸내미들은 좋아하는 콩이 나오면 먹고 그렇지 않으면 죄다 골라내서 제 밥그릇에 올려 놓습니다.
그러면 아무말 않고 또 제가 다 먹습니다. 지금은 콩을 좋아하지요. 밥을 지을때마다 거의 콩이 들어갑니다.
아이들도 콩 맛을 알게 되면 좋아하면서 먹게 될 날이 있겠지요?
오후에 미처 따지 못한 콩을 다 따야겠습니다.
2009년 10월 10일/이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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